[이형구 칼럼] 북미정상회담, 미국 앞에 놓인 두 가지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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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칼럼] 북미정상회담, 미국 앞에 놓인 두 가지 새로운 길
  •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2.1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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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6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27일, 28일에 열린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2월 9일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베트남 하노이라고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점차 가시화되자 저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지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주로 북한의 비핵화에 맞춰져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월 24일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월 9일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진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핌은 2월 10일 “비핵화+Α’ 나올까…北 산음동 미사일단지 폐쇄 가능성”이라는 보도를 냈다. JTBC는 1월 30일 “2차 북미정상회담서 ‘비핵화 시간표’ 본격 거론될 듯”이라고 보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북한의 비핵화라고 보는 듯하다.

이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실패를 북한이 얼마나 더 비핵화를 할지 여부로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이런 기대와 사뭇 다를 수 있다.

▲ 2월 27일,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미국은 발표했다. ⓒ 자주시보

 

2차 북미 정상회담, 한국과 미국에 충격을 가져올까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으로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비핵화 할 의지는 분명하지만, 미국이 상응조치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월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났다. 트럼프는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동신문은 1월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를 만난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일까? 김정은 위원장이 왜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갖는다고 했을까? 또, 김정은 위원장은 왜 트럼프를 믿는다고 하지 않고 트럼프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는다고 했을까?

김정은 위원장이 기다리는 것은 미국의 상응조치이다. 트럼프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김정은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즉, 아직도 상응조치를 하지 않은 미국이지만 좀 더 참고 좋게 생각하며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는 상응조치를 할래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국회는 자꾸 트럼프에 엇서고 있다. 미 하원은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대북 제재 해제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자꾸 법을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무사히 상응조치를 할 수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믿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쉽지는 않지만 ‘해내겠다’ 내지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잘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한 듯하다.

요컨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를 믿고 싶어 하지만 아직 믿지는 못한다. 트럼프가 약속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지킬 수는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트럼프가 약속을 지키겠다며 지킬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하니 좀 더 참고 좋게 생각하며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직 북한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을 발표한 적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상응조치는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장에 나와 북한에 제출해야할 숙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일 수도 있다.

반면, 미국은 2월 27일이라고 날짜를 박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2월 27일까지 미국이 상응조치를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어떤 사람들은 자못 큰 충격을 받을지 모르겠다. 미국이 북한을 제압하고 비핵화를 실현할 줄 알았는데, 미국이 북한에 숙제 검토를 받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아닌 미국의 정상국가화

한편, 한국 언론들이 비핵화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의 초점을 잘못 잡은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1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만 합의한 것이 아니다. 6.12 북미 싱가포르공동성명 첫 번째 항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다. 즉, 현재 북미 대화의 으뜸가는 목적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온통 한반도 비핵화만 말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관심사가 오로지 비핵화에만 있을 뿐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생각해보자. 북한과 미국은 왜 아직 대결하고 있을까? 북한은 미국과의 대결을 고집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조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미국이 바라는 비핵화에 대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입니다”라고 매우 강조해서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핵무기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상응조치만 하면 북한은 더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이 문제라면 미국은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 실천적 행동을 빨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의 상응조치는 하기 어려운 일들도 아니다. 미국이 해야 할 상응조치 중 하나인 대북제재 해제를 보자. 한국과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대북제재를 해제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이 야단법석을 떤다. 그런데 대북제재는 해제하더라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상응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미국이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을 일방적으로 굴복시키고 핵폐기를 하길 바랐다. 지금껏 미국은 힘을 앞세워서 다른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못된 ‘패권국가’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국가핵무력을 완성해놓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굴복할 가능성은 없다. 특히 북한 핵무력완성 이후 북미대화는 성격이 바뀌었다.

미국은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본토의 안전부터 보장받아야 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1월 11일 폭스뉴스에서 “북미 대화의 궁극적 목표는 미 국민의 안전”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의 ICBM과 핵을 폐기할 수만 있다면 미 본토의 안전은 보장된다. 미국의 패권도 안정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런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북핵을 일방적으로 폐기할 묘수를 찾으려고 시간을 끌며 노력했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폼페이오는 올해 1월 “북한과의 대화에서 미국민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북핵 폐기를 하지 않고도 미 본토의 안전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의 안전을 실현하기 위한 해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패권’을 내려놓고 북한과 ‘동등한 관계’로서 대화하고 행동으로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다. 북미 대화의 성공과 실패는 ‘패권국가’였던 미국이 평범한 ‘정상국가’, 하나의 ‘보통국가’가 되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미국 앞에 놓인 두 가지 새로운 길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일 것이다. 또, 미국은 어떻게 하면 상응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북한의 추가 비핵화를 이끌어낼지 온갖 방안을 다 짜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미국이 가게 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첫 번째 길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길이다. 미국이 북한과 같이 국교를 수립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북미 정상은 6.12 북미공동성명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전을 추동하기 위해 협력하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경제 잠재력이 높다고 연일 치켜세우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수립하고 우리민족과 미국이 평화롭게 경제협력을 하면 미국은 쓸데없는 군사비를 아껴 복지에 쓸 수도 있다. 한반도와 미국의 교류는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미국이 패권만 내려놓는다면 평화와 번영이 보장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길이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끝끝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미국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거부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천명한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금 북미 대화는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북한과의 대결을 고집한 끝에 김정은 위원장이 인도하는 ‘새로운 길’을 걸을지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한과 미국의 앞에 놓인 두 가지의 새로운 길은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이다.

어차피 미국에게 ‘패권국가’로 남을 수 있는 선택지는 없다. 이러나 저러나 처음 가는 길인 건 매한가지인데 이왕이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게 어떤가.

트럼프는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중 이런 구절이 있었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단 한 번의 기회가 됐을 때 그 사람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비전과 지도력? 그것이 아니면?”

그 질문을 되돌려 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트럼프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비전과 지도력? 그것이 아니면 새로운 길?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을 피하고 싶다면 어서 상응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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