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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의료기기업체-병원의 '부당거래'...피해는 환자에게
  •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 승인 2018.11.2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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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은 의사의 판단에 따른 약품과 의료기기 사용을 통해 환자에게 구현된다. 즉 환자의 증상을 보고 어떤 약품과 의료기기를 사용해 치료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의사의 권한이자 역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의사들이 제약 업체나 의료기기 업체들로부터 일상적으로 로비성 금품과 접대를 받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뉴스타파는 의료기기 업체들과 대형병원 의사들 사이에서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부당거래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이것이 환자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했다.

▲공정위가 지난 2014년 3월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와 한국애보트를 대상으로 내린 시정명령 의결서

 

공정위가 적발한 ‘의료기기 업체-병원 간 부당거래 실태’

지난 2014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와 한국애보트 등 2곳에 대해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업체들이 혈관용 스텐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형병원 의사들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공정위 의결서에 기재된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지난 2013년 3월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박 모 교수는 보스톤사이언티픽의 홍 모 부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유럽에서 열리는 심장 관련 연례학술대회에 후배 의사를 보내고 싶으니 참가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보스턴사이언티픽의 홍 이사는 답장을 보내 서울대병원과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길 희망한다는 언급과 함께 참가비 지원을 약속했다.

답장을 받은 박 교수는 즉시 학회에 참가할 후배 의사를 지정해 줬고, 홍 이사는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돌려 보스톤사이언티픽에 충성도가 높은 의사들을 유럽 학술대회에 보내줄 것이니 팀별로 1명씩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보스턴사이언티픽은 이런 식으로 모두 20명의 대학병원 의사를 지정해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4차례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했다. 모두 1억 천만 원 상당으로 의사 1명 당 550만 원 꼴이었다.

또 다른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한국애보트도 마찬가지였다. 애보트의 한 직원은 지난 2013년 2월 건국대병원 황 모 교수로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임원에게 보고했다.

이 교수가 1년 전부터 일본 학술대회에 보내달라고 했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중국 학술대회라도 보내주자고 건의하면서, 그래야 건국대병원에서 심혈관 스텐트 제품 판매를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메일을 받은 애보트 조 모 이사는 없는 예산까지 짜내 황 교수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애보트는 이런 식으로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대학병원 의사 5명에게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로 모두 600만 원을 지원했다. 의사 1명 당 120만 원 꼴이었다.

 

엄격한 절차 필요한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현실은 ‘부당거래 횡행’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어렵지만, 의료기기 업체들이 의사들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하는 건 현행법상 허용된다. 의료법과 의료기기법, 그리고 업계의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들은 의사들에게 학술대회 지원은 물론 제품설명회, 견본품 제공 등 모두 7가지 유형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의 경우 제공액이 회당 수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엄격한 절차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 의료 관계법규와 공정경쟁규약에 명시된 정상적인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절차

정상적인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 절차는 이렇다. 우선 해외 학술대회를 주최하는 단체가 사회자와 발표자 등 공식 참가 의사들을 먼저 결정한 뒤 의료기기 관련 협회에 후원금을 요청하면, 협회는 소속 업체들에게 공지해 기부금 형태로 돈을 거둬 학술대회 주최 측으로 전달한다.

그러니까, 특정 의료기기 업체가 특정 병원의 특정 의사에게 직접 돈을 주는게 아니라 학술대회 운영비를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업체가 의사에게 직접적으로 학술대회 참가비를 건네면 대가성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협회와 학술단체를 통해 완충장치를 둔 것이다.

하지만 보스턴사이언티픽과 애보트는 특정 의사를 지정해서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했고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보스톤사이언티픽과 애보트의 사례는 과연 일부 업체의 일탈적 행위였던 것일까.

의료기기 업체 845곳을 회원사로 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홈페이지에는 2012년 2/4분기 이후 업체들이 의사들의 해외 학술회의 참가비를 지원한 내역이 게시돼 있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마다 평균 125개 해외 학술대회를 통해 869명의 의사들에게 27억 원씩을 지원해온 것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만난 전직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직원은 거의 모든 의료기기 업체들이 의료법상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는 특정 병원의 특정 의사를 지정해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마디로 업체들은 자선단체가 아니며 공짜 점심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 의사들이 원래 해외 학술대회에 가려면 자기 논문을 내서 채택이 되어야 사회자나 발제자 같은 역할을 맡아서 참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상적으로 갈 수 있으면 학회에다 요청해서 가지 왜 의료기기 업체에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가겠어요. 정상적으로는 갈 수 없는 경우지만 업체를 끼고 합법화해서 가는 거죠. 한마디로 ‘나를 이렇게 정상적으로 간 것처럼 만들어 줘, 나중에 문제 안 생기게.’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  <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직원>

 

부당 지원한 업체는 ‘시정명령’... 돈 받은 의사들은 징계 없어

그렇다면 업체들로부터 부당한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된 의사들은 어떤 처분을 받았을까. 2014년 3월 공정위는 보스톤사이언티픽과 애보트, 그리고 의사들 사이의 부당거래 사실을 병원과 의사에 대한 제재 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사들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복지부에 그 이유를 물었다. 복지부는 공정위의 기관통보가 ‘참고용’이었고, 의사들에 대해 검경의 수사를 통한 법원 판결 수준의 근거가 명확히 있을 때에만 의료인들에 대한 징계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취재진은 해당 의사들을 직접 찾아가 입장을 물었다. 먼저 후배 의사를 유럽 학술대회에 보내달라고 업체에 청탁했던 서울대병원 박 모 교수는 “그 당시엔 문제가 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업체와 연락을 취했던 것이며, 현재는 그같은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사후적으로나마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중국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을 직접 청탁했던 건국대병원 황 모 교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황 교수는 자신이 1년 전부터 일본 학술대회 등에 참가시켜 달라고 업체에 청탁했다는 애보트 직원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심지어는 공정위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내부 자료를 근거로 적발한 중국 학술대회 참가 사실조차 부정했다. 황 교수는 올해 초까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장을 역임했다.

▲ ‘의료기기 유통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업체의 의료기관 상대 지출보고서

 

의료기기 업체와 대형병원의 금전적 유착...피해는 환자에게

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의료기기 유통과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들은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등 의료기관에 제공한 7가지 유형의 금품 내역 전체를 구체적으로 기재해 보관해야 한다.

기업들의 각종 로비를 합법화시키는 대신 세부 내역을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 미국의 모델을 본딴 제도다. 그러나 해당 법규가 시행된 지 1년 넘도록 업체들의 자료는 보건복지부나 국회 등 어느 감시기관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가 없다.

자연히 업체들에게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의 정확한 규모는 현재로선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종 금품 거래로 얽힌 의료기기 업체와 병원의 공생 관계는 환자들의 안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지난 2014년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식약처에 제출한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 일부

지난 2014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식약처에 제출한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사의 인공심장판막 제품을 시술받던 중 사망한 환자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메드트로닉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자기 제품의 이상으로 인한 사망이 명백하다고 식약처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 측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병원 측은 당시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시술상 합병증에 따른 출혈과 심장압전으로 응급수술이 2차례 실시된 끝에 사망에 이른 사례였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업체는 병원 탓이 아니라고 보고서를 쓰고, 병원은 업체의 제품 탓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015년 메드트로닉코리아가 식약처에 제출한 ‘의료기기 이상사례 보고서’ 일부

지난 201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인공심장판막 시술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가 담긴 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메드트로닉은 이 역시 자사 제품의 문제에서 비롯된 이상이라고 보고했지만, 병원의 설명은 딴판이었다.

세브란스 측은 해당 환자는 본 시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져 시술을 중단했으며 얼마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업체가 자기 제품 이상이 문제인 것으로 보고서를 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인체이식 의료기기의 시술과 그 이후 과정에서 상태 악화나 사망 등 명백한 부작용 피해를 입은 환자는 존재하는데 그에 대한 책임은 의료기기 업체도 병원도 지지 않게 되는 상황이 실제로 펼쳐지고 있고 언제든 발생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환자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인가 필요치 않은가 하는 고유의 판단 권한은 의사에게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의사이고,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따라서, 그리고 양심에 따라서 수술 방법과 의료기기들을 선택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특정 의료기기 업체의 리베이트라는 이권이 개입된다면, 과연 의사가 양심에 따른 판단으로 최적의 기기와 수술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환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강태언 /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이처럼 최종적으로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업체와 병원의 금전적 유착 문제는 의료기기 안전성 제고를 위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http://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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