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소리] 박근혜 '손발' 자처한 양승태 사법부.. 지시사항마다 노골적 재판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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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박근혜 '손발' 자처한 양승태 사법부.. 지시사항마다 노골적 재판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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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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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만의 문제일까..수족 노릇한 '판사'들은?

'임종헌 공소장'서 드러난 靑-法 결탁, 청와대 “日, 돈 보내면 모든 절차 끝내라”

법원행정처,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 독촉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태가 몰고온 사법농단 후폭풍의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할까.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법원에 제출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박근혜 정부의 지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양승태 사법부의 면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청와대는 직간접적으로 특정 현안에 대한 의사를 표시했고, 법원행정처는 이를 받아들여 검토 보고서를 만들고 재판 개입을 시도했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결탁이었다.

15일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과거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등의 추진을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위안부 손해배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등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재판에 다수 개입했다.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28일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신문 DB

2016년 중순 박근혜는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에 “위안부 관련 재단이 6월이면 설립되고, 6~7월이면 일본에서 약속한 대로 돈을 보낼 전망이니 그로부터 1~2개월 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모든 프로세스를 8월 말까지 끝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정작 이 명령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은 외교부가 아닌 법원행정처였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 제출을 미루던 외교부에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하니 조속히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독촉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이 연루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놓고서 청와대는 더욱 적극적으로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원세훈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법원행정처에 ‘항소 기각’ 판결을 기대하며 선고 전망을 물었고, 임종헌은 “결과 예측이 어려워 법원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청와대는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으면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보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상고심 주심이었던 민일영 전 대법관이 실제로 요청을 따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박근혜 개인 민원 성격의 법리 검토도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지시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박근혜는 ‘비선의료진’ 소송과 관련해선 직접적으로 전 민정수석 우병우를 통해 검토를 요청했다.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안건이 그대로 법원행정처에 전달되기도 했다. 2015년 5월 김기춘은 대통령을 풍자하는 가면이 유통되자 우병우로 하여금 “관련자를 색출하고 수사해서 반드시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우병우는 법원행정처에 가면 판매자에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부과해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행정처는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재판을 통한 청와대와의 거래 시도, 법관 사찰 등의 문서를 생산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총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앞서 조사단의 결론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 명의 '개인적 일탈'에 무게를 둔 것도 이같은 책임론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라고 하기엔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기꺼이' 부당한 지시의 손발이 된 판사들이 남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에게닝 돌리기엔 이들이 작성한 문건들이 너무나 적나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10년차 이상인 판사들은 왜 수족의 역할을 자처했을까. 말단 심의관조차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판사이다. 법원 안팎에서 이유로 드는 것은 역시 인사권, '자리' 문제다.

윗선부터 그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는 분석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차기 대법원장 일순위로 거론되면서 '우병우의 카운터파트(임 전 차장 진술)'로 지목될 정도였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경우, 박근혜 정권이 유지됐다면 자연스럽게 대법관에 제청될 분위기였다.

그 아래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행정처 심의관들이 재판거래나 동료사찰에 관련한 문건을 생산한 배경과 관련해 조사단조차 "임종헌 차장이 대법관으로 제청될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심의관들은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임"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법원행정처, 더 나아가서 대법원장이 쥔 인사권을 의식한 결과 이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사법부 농단'사태를 빚어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대표판사 12명은 최근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제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놓고 각급법원에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사법연수원에서 열리는 2차 법관대표회의에서 법관 탄핵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임 전 차장 사건을 지난 12일 신설된 형사36부(부장 윤종섭)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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