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벌불천열(罰不遷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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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벌불천열(罰不遷列)
  • 이정랑의 고전소통
  • 승인 2018.09.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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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을 내릴 때는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下)

사마법(司馬法)을 보면 벌을 줄때는 그 자리에서 주어야 한다. 그래서 백성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하면 좋지 않은 결과가 온다는 사실을 즉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상과 벌은 동서고금을 통해 장수들이 군대를 다스리는 두 가지 수단으로 사용해왔는데, 이 두 가지 수단은 서로 보완 작용을 한다. ‘벌불천열(罰不遷列)’이란 즉시 징벌하여 신속하게 규율을 집행함으로써 때맞추어 군중을 교육하라는 뜻이다.

손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은 하루를 넘기지 말고, 벌은 그 면전에서 행하라”고까지 말한다. 상벌의 목적은 여러 사람을 채찍질하고 경고하는 의미가 강하므로 시간과 장소를 놓치면 효력이 없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군대에는 강철 같은 규율이 있어야 명령이 수행되고, 금지 사항이 지켜져야 전투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른바 “병사는 엄한 규율이 먼저고 승리를 도모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는 말도 바로 이런 뜻이다.

송나라 때의 명장 악비(岳飛)가 이끄는 ‘악가군(岳家軍)’, 명나라 때 척계광(戚繼光)의 ‘척가군(戚家軍)'은 모두 상벌이 엄하고 분명했기 때문에 강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선전했다. 척계광은 직접 군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상벌이 ’정리(情理)‘에 부합해야 한다고 했다.

‘정리’란 여러 사람의 ‘마음의 소리’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장려하려면 반드시 여러 사람이 좋아하고 사랑하며 우러러보도록 해야 하며, 누군가를 징벌하려면 모두가 가슴 아파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악이 분명하고 잘잘못이 뚜렷해야만 상벌이 엄격하고 명확해진다. 상을 주거나 벌을 주기 전에 먼저 도리에 맞게 분명히 이야기해야 모두들 왜 상을 받고 벌을 받는가 알게 되고, 그래야 모두 진정으로 그 가르침을 받아들여 원한을 품지 않게 된다.

규율은 공평무사해야 한다. 형벌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서 피하거나 신분이 귀하다고 해서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법이 권위를 갖고 명령이 호소력을 갖게 된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한 일화가 많이 전해온다. 손자(孫子)가 훈련을 시키다 아름다운 궁녀들의 목을 벤 것이나, 사마양저(司馬穰苴)가 군영의 문 앞에서 본보기로 장고(莊賈)의 목을 벤 것, 주아부(周亞夫)가 가는 버들잎으로 군령을 지휘한 것, 조조(曹操)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스스로에게 벌을 가한 것, 제갈량(諸葛亮)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馬謖)의 목을 벤 것 등등은 모두 후세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일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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