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공개 모집 나선 미국 CIA‥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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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파이’ 공개 모집 나선 미국 CIA‥진짜 속내는?
  • 박명훈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3.05.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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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시보 박명훈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러시아 스파이’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냈다.

“당신은 군 장교입니까? 당신은 정보, 외교, 과학,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일합니까? 아니면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을 다루나요? 당신은 러시아 연방의 경제 또는 최고 지도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까? 연락을 주십시오.”

“CIA는 러시아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그 진실을 알고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의 정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인들이 다양한 상황으로 CIA와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CIA가 페이스북에 올린 러시아 스파이 모집 공고.  © CIA 공식 페이스북 계정

위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CIA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어와 영어로 올린 스파이 모집 공고 내용의 일부다.

CIA는 SNS에 1분 50초 남짓 되는 러시아어 자막을 단 홍보 영상도 올렸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묘사된 러시아인 남녀가 고민 끝에 CIA에 연락하는 장면이 나온다. CIA는 연락한 러시아인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텔레그램 채널 ‘CIA에 안전하게 연락하기’(Securely Contacting CIA)도 공개했다.

CNN에 따르면 이번 모집 공고를 준비한 CIA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가치 있는 정보(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민감한 분야에서 일하는 러시아인들’의 연락을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스파이 모집과 관련해 CIA가 푸틴 대통령을 향한 지지도가 높은 일반 러시아 국민에게 불안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라,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경계선’에 있는 이들에게 CIA와의 접촉 방법을 알리려 했다고 선을 그은 점이 눈에 띈다. 

CIA는 가능한 미국에 유리하도록 모집 대상을 좁히려 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CIA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직접 인정한 셈이 됐다.

러시아가 이런 CIA의 전략에 잠자코 당할지도 의문이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 역시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던 미소 냉전 당시 쌓아온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소련 정보기관인 KGB 첩보 요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CIA의 모집 공고는 자신의 패를 상대에게 보여준다는 문제점도 있다. 러시아 연방정보국(FSB)이 모집 공고를 역이용해 미국 안에 ‘이중 스파이’를 심어 되치기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CIA가 이런 공개 모집에 나섰다는 건 러시아를 상대로 달리 뾰족한 전략이 없는 미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한편 미국의 대러시아 첩보전이 그리 신통치 않아 보인다. 

CIA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두 달 뒤에도 러시아 스파이 모집 공고를 낸 바 있다. 이후 최근에도 미국인 스파이들이 잇달아 러시아에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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