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쥐새끼’와 ‘팔푼이’의 정치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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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쥐새끼’와 ‘팔푼이’의 정치 갑론을박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3.05.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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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당의 내부 분열이 점입가경이다. 이미 유승민과 이준석이 거의 축출되다시피 했고, 당대표 선거 때는 나경원과 안철수까지 내치려 하더니, 얼마 전에는 김재원, 태영호, 조수진 등 최고위원들이 실언과 망언으로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준표와 하태경이 한 판 붙어 연일 ‘설전’을 계속하고 있다. 한 마디로 ‘콩가루당’이다.

 

조폭 수준의 언어 난무

홍준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나 김기현 당대표를 “옹졸한 사람이다.”라고 비판하자, 하태경이 나서 홍준표에게 “정치적으로 모자란 팔푼이 같다. 욕 들어도 싸다. 정치를 너무 오래 해서 관성이 강해져서 정치적 사리분별 능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에 격분한 홍준표가 페이스북에 “부산의 모 의원처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정치 생명을 연명하는 거는 얼마나 보기 추하냐? 나는 아직도 탄핵이후 궤멸직전의 당을 난파선의 쥐새끼처럼 배신하고 나가서 우리당을 향해 저주의 굿을 퍼붓던 못된 자들을 잊지 못한다. 함부로 지껄이는 벌구는 상대 안 한다.” 라고 직격탄을 쏘아버렸다.

‘벌구’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거기에는 하태경을 공격한 동시에 거짓말을 자주하는 윤석열도 은근히 비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어쨌거나 홍준표의 입은 아무도 못 막는다. 홍준표의 직설적인 언어 구사는 인기의 비결인 동시에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하태경이 훙준표를 ‘팔푼이’로 비난한 것에 대해 사과하자 홍준표가 이번에는 페이스북에 "(하 의원이) 매일같이 폭망했다며 허위 비방방송을 일삼는 저질 삼류 유튜버와 무엇이 다르냐. 바로 사과하는 걸 보니 겁이 나긴 난 모양이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때가 되면 그게 비수가 돼 본인에게 되돌아갈 것"이라고 다시 질러버렸다.

 

위축된 존재감 드러내기?

홍준표나 하태경이나 국힘당 내에선 나름대로 지분을 가진 중량급 정치인이지만,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지명도로 보나 하태경은 홍준표의 적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왜 티격태격하고 있을까? 거기엔 국힘당 내부의 복잡한 정치공학이 내재되어 있다.

홍준표야 자타가 인정하는 ‘자객’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독설’을 퍼붓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드라마 ‘모래시계’ 속의 검사가 홍준표라는 얘기가 있으나, 일부 와전되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홍준표가 만약 드라마 속의 정의로운 검사였다면 지금의 국힘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되었을까? 거긴 박정희, 전두환을 잇는 군부독재의 아성인데 말이다. 홍준표는 그 당에서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고, 대선 후보로 나서기도 하였다.

하태경은 부산에서 나름대로 지분을 가지고 있으나, 극단적인 대북관 때문에 한때 ‘극우적 인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간혹 바른말도 해 국힘당 내에선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때는 홍준표와 친했던 하태경은 국힘당이 ‘윤핵관들’의 독무대가 되자, 홍준표를 공격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한편으론 윤핵관들과 차별하해 차기를 도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홍준표가 국힘당에 불편한 심사 드러내는 이유

홍준표가 국힘당에 편치 않은 심사가 생긴 것은 윤석열이 국힘당에 입당하고서부터다. 윤석열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국힘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라 여겼는데, ‘듣보잡이’ 윤석열이 국힘당에 입당한 후 판도가 달라져버린 것이다.

민심에서는 앞서갔으나 당심에서 진 홍준표는 대선 경선 패배 후, 대구시장이 되었으나 연일 중앙정치에 콩 놔라 배 놔라 간섭을 자주했다. 대구가 보수의 중심지이긴 하지만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는 차이가 많다. 우선 언론의 보도 수량이 차이가 난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홍준표가 국힘당 당무에 자주 개입했는데, 홍준표가 국힘당 상임고문이므로 어느 정도의 당무 개입은 당연스러운 일이고 또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그때마다 친윤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이다.

 

당 상임고문 해촉에 대통령실 작용?

홍준표가 김기현 당대표의 리더십 부재와 무능을 질타하자 김기현은 급기야 홍준표를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해버렸다. 헌정사상 집권여당 당대표가 상임고문을 해촉한 것은 김기현이 최초다. 거기에는 대통령실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윤석열도 홍준표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홍준표가 한때 대선 후보였고, 대구와 경북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학연으로 봐도 서울대 법대 선배이고, 검사로 봐도 대선배다.

하지만 누구에게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을 지닌 홍준표는 오히려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후 더 많은 ‘독설’을 퍼부었다. 하태경을 “이리 저리 오가는 쥐새끼”라 비유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자 하태경이 홍준표를 “팔푼이 같다”라고 역공한 것이다.

그러니까 두 사람의 ‘설전’은 개인적 감정이라기보다 차기 당권 및 대권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거기에는 나서기 좋아하는 두 사람의 성격도 작용했을 것이다. 일종의 ‘관종의식’ 말이다.

 

차기 대선 노리는 홍준표

그러나 홍준표의 당무 개임과 독설에는 목적이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비록 지방에 내려가 있지만 “홍준표는 결코 죽지 않았다.”라는 것을 보여줘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무주공산이 된 국힘당 차기 대선 후보가 되어보려는 속셈이 따로 있는 것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솔직함으로 보수층에서 인기가 높은 홍준표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 자신에게는 기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마침 차기 대선도 대구시장을 마친 후 실시되니 마지막으로 대선에 출마하고 싶은 욕망이 들었을 것이다. 국힘당에는 오세훈, 유승민, 이준석, 나경원, 원희룡 등 잠룡이 있으나 경력으로 보나 인기로 보나 자신이 유리하다 여긴 것이다.

 

이재명 만나 국힘당 발끈하게 한 홍준표

하태경이 홍준표를 “팔푼이‘로 비유한 것은 홍준표가 얼마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때 홍준표는 ”김기현 당대표가 옹졸해서...“라고 말했는데, 하태경이 이걸 내부총질로 여기고 공격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태경이 김기현 체제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김기현의 리더십 부재와 무능은 이미 드러난 바, 하태경도 김기현을 옹호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만 홍준표를 공격해 윤석열에게 눈도장을 찍고 싶은 욕망이 스며있는 것 같다.

하태경은 윤핵관들이 장악한 국힘당에서 계속 쓴소리를 해봐야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잘못하면 차기 총선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차기 총선 때 검사 출신 40여 명이 국힘당 요지에 출마한다고 한다. 하태경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쥐새끼와 팔푼이의 정치학

홍준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난 것은 ‘신의 한수’로, 국힘당 내부를 들쑤셔 놓기에 충분했다. 윤석열은 아직까지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중대 범죄자”란 이유로 만나지 않고 있는데, 홍준표가 이걸 이용해 자신은 이재명을 만남으로써 오지랖이 윤석열보다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오간 거친 언어를 보듯 국힘당은 윤석열의 굴종적 대일외교와 빈손으로 돌아온 한미정상회담, 경제파탄, 외교파탄, 안보파탄, 노조탄압, 언론탄압, 야당탄압, 윤석열의 각종 거부권 행사로 차기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다. 윤석열과 김건희가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인 셈이다. 쥐새끼와 팔푼이의 정치학, 그게 국힘당과 윤석열 정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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