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학교 안 가도 사형!”... 긴급조치 아세요?
상태바
“이유 없이 학교 안 가도 사형!”... 긴급조치 아세요?
  • 김용택 이사장
  • 승인 2023.05.19 2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16쿠데타 63주년 ‘박정희 그는 누구인가?’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학생의 정당한 이유 없는 출석,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도 사형에 처할 수 있고 학교는 폐교시킬 수 있다’ 긴급조치 4호에 적시(摘示)한 내용이다. “설마...!” 1975년 5월 13일자 발표된 긴급조치...! 국사수업시간에 긴급조치를 배웠지만 이 정도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정희가 발표한 긴급조치는 유신헌법 제 53조가 명시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당시 긴급조치는 헌법의 상위법이었다.

박정희는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해 국회 해산, 정당 및 정치활동의 중지 등 헌법의 일부 기능을 정지시키고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어 10월 27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새 헌법개정안을 공고했다.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위해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전면 부정한 이 유신헌법(1972.12.27.)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했다.

 

<박정희가 행사한 권력은 폭력이었다>

권력과 폭력은 다르다. 주권자인 국민이 준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면 권력이지만 정당하지 못하게 행사하면 그것은 폭력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자는 나라를 구한 영웅이 아니라 독재자다. 2011년 2월 11일 서울고등법원은 긴급조치 4호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유신헌법에 어긋나 위헌이며 현행 헌법에 비춰보더라도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헌법 재판소는 긴급조치 1호, 2호, 9호도 선포 절차와 내용 면에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가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시기인 1961년 5·16쿠데타로부터 1979년 10·26 사건까지 18년 가운데, 1970년대 유신체제는 가장 폭압적인 시기에 해당된다’고 평가한다.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만들기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의거한 통일주체국민회의 제1차 회의에서는 박정희가 제8대 대통령으로 재차 당선되었다. 이후 1979년 10월까지 근 7년간 이어진 유신체제는 민주주의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암흑기’라고 했다.

유신헙법은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켰고, 반대 세력의 비판은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했다. 특히 유신의 상징과도 같은 긴급조치는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걸쳐 발동할 수 있는 권한으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아니었고 국민의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헌법의 상위법이었다.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이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막기 위해 발표한 게 1975년 긴급조치 1호~9호다.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을 때인 1979년 12·12사태까지 나라 안은 그야말로 공포 분위기 그 자체였다.

<헌법의 상위법 ‘긴급 조치’란...?>

긴급조치란 1972년 개헌된 대한민국의 유신헌법 제 53조에 규정되어 있던,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특별조치를 말한다.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는 이 조치를 발동함으로써 “헌법상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1974년 1월 8일 긴급조치 제1호를 시작으로 총 9차례 공포한 긴급조치는 1979년 10.26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직후 신군부(전두환 정권)의 주도로 1980년 10월 27일 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이유 없이 학교 안가도 사형!>

긴급조치 4호에는 ‘학생의 부당한 이유 없는 출석·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 학교 관계자 지도·감독하의 정당적 수업·연구활동을 제외한 학교 내외의 집회·시위·성토·롱성 기타 일체의 개별적·집단적 행위를 금한다.’, ‘학생의 정당한 이유 없는 출석, 수업, 또는 시험의 거부’도 사형에 처할 수 있고 학교는 폐교시킬 수 있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코미디 같은 조항도 들어있다.

「제12조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

제13조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

제14조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에는 검사의 요구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제15조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8조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

무슨 얘기인가? 눈치 빠른 독자들은 감을 잡았겠지만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 유신헌법이다. ‘법률에 의해서라면 얼마든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유신헌법 제 1조는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하고 10조 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긴급조치 위반 사형 9명, 무기징역 21명...>

헌법이 있었지만 긴급조치 1호 유신헌법을 반대했던 23명 구속기소, 장준하, 백기완은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 윤보선, 박형규, 김동길, 김찬국을 비롯한 180명은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긴급조치 4호 는 민청학련관련자 1024면 수사, 윤보선, 박형규, 김동길, 김찬국 등 190명은 군사재판에 회부. 이철, 김지하 등 9명은 사형, 21명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들의 형량을 모두 합하면 1,650년이나 된다.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이라고 하고 5·16을 혁명이라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5·16이 혁명이면 4·19는 쿠데타인가? 이런 박정희는 역대 대통령 후보들의 필수 참배코스로 동작동 국립서울 현충원 명당자리에 안치되어 호사를 누리고 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