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245-246] 미국인의 치유할 수 없는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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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45-246] 미국인의 치유할 수 없는 절망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5.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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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체제의 한계 봉착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관해 지난 4월 14~17일(이하 날짜는 모두 현지 시각) 야후뉴스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미국 유권자 1,53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중복 응답 가능)를 한 결과 응답자의 38%가 “피로를 느낀다”라고 하였고 29%는 두려움을, 23%는 슬픔을 느낀다고 하였다. 반면 23%는 희망을, 8%는 긍지를, 7%는 감사를 느낀다고 하였다. 

부정적 응답이 90%, 긍정적 응답이 38%로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 트럼프 대선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바이든의 차기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응답자는 70%, 트럼프의 출마를 반대하는 응답자는 60%였다. 한마디로 대선 후보로 둘 다 싫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인의 여론은 단순히 바이든, 트럼프 개인을 향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미국 민주당, 공화당에서는 두 사람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다른 후보군은 경쟁 상대도 안 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미국인의 여론은 민주당, 공화당 다 싫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만약 미국인이 현재에 만족한다면 여당인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을 선호할 것이다. 현재에 불만이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바란다면 야당인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둘 다 아니라는 건 현재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도 기대나 희망이 없다는 의미다. 지금의 미국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할 수 있다. 


■ 중국을 포위하려다 역포위당한 미국

미국인이 체제의 한계를 피부로 느끼는 영역은 아무래도 경제 분야가 가장 클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사태가 주요 관심사다. 
지난 3월 실버게이트 캐피탈,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하면서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데 이어 이번엔 미국에서 14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파산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자산 규모가 무려 2,330억 달러나 돼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은행 파산으로 기록되었다. 미국 금융당국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JP모건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하도록 하였다. 

2022년 6월 개설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워싱턴 벨뷰 지점. [출처: 퍼스트 리퍼블릭]

연방준비은행이 1천억 달러(130조 원)를 긴급 대여하고 미국 내 11개 은행이 긴급자금 300억 달러를 예치했음에도 파산을 막지 못한 이유는 예금 대량 인출 사태 때문이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고객의 68%는 예금보장 한도 25만 달러를 넘는 고액 자산가였다. 이들은 은행 위기 소문이 퍼지자 한도 이상의 예금을 날릴까 봐 4월에만 1천억 달러 이상의 예금을 서둘러 꺼내 갔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전체 예금의 40%가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1일 예금보장 한도를 올려야 한다고 의회에 권고하기도 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파산 후 팩웨스트 뱅코프,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의 주가가 각각 43%, 27%씩 떨어지는 등 ‘뱅크런’에 이어 ‘스톡런(증권회사의 파산을 우려해 주식 투자자가 증권회사에서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은행 파산의 배경에는 미중 경제전쟁도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여파로 미국 국채 최대 고객이던 중국이 미국채를 계속 팔았고, 미국 재무부와 연준은 미국 은행에 중국 대신 미국채를 사라고 권했다. 일단 미국채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가격이 보장되는 안전 자산이므로 미국 은행들은 너도나도 미국채 비중을 높였다. 

그런데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미국채 가격은 반대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그리고 각 은행에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자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자산을 팔아치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미국채를 팔려고 보니 가격이 내려가 있다. 물론 만기까지 기다리면 제값을 받겠지만 당장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보면서 팔아야 했다.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과정에서 이 은행이 보유한 대부분의 손실 자산은 미국채였음이 드러났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서 발표한 은행들의 투자자산 미실현 손익(채권을 팔기 전의 손익). 지난해 미실현 손실이 상상을 초월한다. [출처: FDIC]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서 발표한 은행들의 투자자산 미실현 손익(채권을 팔기 전의 손익). 지난해 미실현 손실이 상상을 초월한다. [출처: FDIC]

은행뿐 아니라 부동산도 불안하다. 상업용 부동산이 비어있는 비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상업용 건물의 평가 가치가 최고치 대비 40%나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미국인의 불안감도 크고 현실에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 위기가 처음도 아니고 당연히 언젠가는 좋아질 것으로 여길 만한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기 전문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7일 연례 주주 모임에 참석해 폭넓은 경기 하강을 이유로 올해 경제 침체가 예상된다고 하였다. 버핏은 지난 1분기 동안 보유 중인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도 고금리, 정부 부채 한도 초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요인을 꼽으며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단기적 전망 외에 장기적으로도 미국 경제는 내리막길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미국 경제의 주된 관심사는 중국이다. 무섭게 치고 올라가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하면 결국 중국에 경제 주도권을 빼앗기고 미국은 2등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미국의 우려다.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가로막는다거나, 탈동조화 혹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고립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에서 ‘도전자’ 중국을 추방하고 미국이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안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분리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20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한 강연에서 “미국은 중국 경제와 탈동조화하려 하지 않는다. 두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양 국가에 재앙이 될 것이다”라면서 기간의 대중 경제 고립 정책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강연 중인 옐런 장관. [출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강연 중인 옐런 장관. [출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또 같은 날 일본을 방문 중이던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의 큰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흔드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으며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모든 구성원이 중국 경제를 분리하는 탈동조화의 의도가 없음을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몸을 사렸다. 

전쟁이든 경제든 원래 포위는 강자가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포위하면 성공할 수도 없고 오히려 약자가 역포위당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이 꼭 그 꼴이다. 탈동조화니 공급망 재편이니 하는 말을 풀어 설명하면 결국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위해서 고립하겠다는 말이다. 미국이 강자고 중국이 약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경제적 포위를 해보니 반대임이 드러났다. 미국과 함께 중국을 포위해 줄 것으로 기대한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미국이 역포위될 형국이 되었다. 

그러니 인제 와서 ‘우리는 중국을 포위할 생각이 없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중국 포위망을 푼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에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을 포위한 것인데 포위를 푼다고 경제가 살아날 리는 없다. 그러니 아마도 지금 미국 내에서는 포위를 풀지 계속할지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미국 경제의 장래가 암담함을 느낄 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군사 영역에서도 미국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탈레반에 쫓겨 야반도주하듯 기습 철수하면서 미군이 대망신을 당했다. 2022년에도 우크라이나를 지켜줄 것처럼 호언장담하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니 참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무기만 제한적으로 지원하면서 또 한 번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미국인들은 미국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자부심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경제도 암담한데 군대도 엉망이라는 사실에 미국인은 슬픔과 절망,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 인간 생지옥으로 변화하는 미국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유럽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원주민을 내쫓고 약탈한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에서 원래 살던 원주민은 이제 거의 없고 대부분이 약탈자의 후손이거나 노예로 끌려간 사람들의 후손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미국으로 이민 혹은 불법 이주를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인에겐 미국이 조국이 아니다. 

조국은 조상 때부터 살아온 나라를 말하며 영어로는 파더랜드(fatherland·아버지 나라) 혹은 마더랜드(motherland·어머니 나라)다. 하지만 미국인은 돈을 위해 모였기 때문에 마더랜드 대신 ‘머니랜드(money land)’가 있다. 돈이 곧 조국인 셈이다. 

그래서 나라에 돈이 많으면 애국심이 생기지만 나라에 돈이 없으면 애국심도 사라진다. 그리고 애국심 뒤에 감춰진 ‘애돈심’이 드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가 지난 3월 1~13일까지 미국인 1,010명을 대상으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그 결과 ‘돈’이 1위(43%), ‘애국심’이 2위(38%)였다. 돈을 위해서는 나라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사회를 이뤄야만 살아갈 수 있고 따라서 자신이 속한 사회에 있을 때 안정을 느낀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소속감을 잃어버린 미국인은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총기 사건과 마약 범람이다. 

미 질병통제센터는 지난해 하루 평균 총기 관련 범죄·사고 사망자는 무려 124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는 1차 세계대전(92명)보다도 많은 수다. 

4월 13일 미 미주리주의 16세 소년이 주소를 잘못 찾아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다치는 일이 있었다. 84세의 집주인은 경찰에 “누군가 침입한다고 생각해 무서웠다”라고 진술했다. 15일 뉴욕에서는 20세 여성이 차를 타고 길을 헤매다 어떤 집 앞에서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18일 자정 텍사스주의 한 주차장에서는 10대 여성들이 실수로 엉뚱한 차 문을 열었다가 차 주인이 쫓아와 총을 난사, 2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사소한 실수가 총격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위의 84세 집주인 말처럼 미국인이 일상적인 공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 공포는 다름 아닌 이웃에 대한 공포다. 자기 이웃이 언제 적으로 돌변해 자기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가 먼저 이웃을 쏴죽이고 있는 것이다. 만인을 향한 만인의 전쟁이다. 자기 주변의 모든 이가 적이라면 이야말로 생지옥이 아닐까 싶다. 

 

■ 중산층이 무너진 미국, 대다수가 중산층인 중국

미국이 오늘의 심각한 상황에 내몰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결국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개인주의, 이기주의, 독점욕이 문제다. 

경제 분야를 보자.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려면 생산과 유통, 소비가 원활해 돈이 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좋은 물건을 아무리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그 기업은 망한다. 물건이 팔리려면 소비자가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극소수 부자만 돈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 국민이 가난하면 물건이 팔릴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라면 대부분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미국은 그중에서도 특히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큰 나라가 미국이었다. 또 미국의 빈부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1989년에서 2019년 사이 30년 동안 상위 10%가 소유한 자산 비율은 64%에서 72%로 늘어났으며 대부분 증가는 상위 1%에서 일어났다. 반면 하위 50%는 자산 비중이 4%에서 2%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빈부격차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해졌다. 

이처럼 빈부격차가 극심한 이유는 부자들이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고만 하지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 없고, 국가도 부의 편중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심할수록 미국인의 구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물건이 안 팔리니 경제가 나빠진다. 

미국이 최대 경제 위협으로 느끼는 중국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일단 중국에는 거대한 소비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 말은 중국인의 구매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당장 세계 최고의 부자 1, 2위를 다투는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테슬라는 2022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나 되었다. 또 2021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31%나 증가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비난할 때도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친중 발언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 센터]
[출처: 미래에센 투자와 연금 센터]

이런 중국인의 구매력은 중산층에서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2020년 10월에 발표한 「글로벌 중국」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9천만 명이었던 중국 중산층 인구가 2016년엔 7억 3천만 명으로 늘었으며 2027년에는 12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2027년 중국 인구가 14억 4천만 명일 것으로 예상하므로 대략 83%가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2020년 기준 미국 중산층이 4조 7천억 달러를 소비할 때 중국 중산층은 총 7조 3천억 달러를 소비해 중산층 소비 규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인도로 2조 9천억 달러였다. 

똑같은 14억 인구를 가진 인도의 경제가 중국에 한참 못 미치는 이유 중에는 이런 거대한 중산층의 유무가 있다. 인도는 2020년대 들어 실업률이 6~12%나 되고 코로나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25%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중국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다. 같은 기간 중국은 실업률이 4.8~6.2%로 상당히 안정적 관리를 하였다. 

중국의 탄탄한 중산층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교육 투자와 정부 주도의 핵심 기업 육성과 이에 따른 고급 일자리 증가 등에 기초한다. 

탄탄한 중산층과 함께 균형 발전도 중국 경제의 장점이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펴낸 「2018 중국 소비 시장 발전 보고」에 따르면 농촌의 소비 증가율이 도시를 추월했으며, 중·서부 지역 소비 증가도 동부를 앞질러 소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국도 빈부격차 문제가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에 따라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해 주요 기업을 국유화하고 중산층을 육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수의 전문가는 중국 경제 성장의 1등 요인으로 소비를 꼽는다. 


■ 대안 세력이 성공할 수 없다

민주당, 공화당 양당 어디에도 미래를 맡길 수 없음을 깨달은 미국인들은 대안 세력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두 차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샌더스 의원은 정당 소속이 없는 정치인이다. 샌더스 의원은 2006년 버몬트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때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승리한 후 민주당 후보직을 거절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식으로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여 당선되었다. 민주당 경선 규칙에 민주당 당원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했고 특히 2016년, 2020년 두 차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다. 

사실 민주당 당원이 아닌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켰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힐러리 후보와 0.3% 차이로 2위를 하는 등 시간이 흐르면서 샌더스 지지자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자 경선 중립을 지켜야 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힐러리 후보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당대회 직전 전국위원회 핵심 인물 7명이 주고받은 이메일 약 2만 건이 공개됐는데 여기에 샌더스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있었다. 파문이 커지자 전국위원회 의장이 전당대회 후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무마했다. 

2020년 경선에서도 부정 선거 논란이 있었다. 

샌더스 후보의 2020년 경선 캘리포니아 산 호세 유세 장면. © Σ
샌더스 후보의 2020년 경선 캘리포니아 산 호세 유세 장면. © Σ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던 샌더스 후보가 경선 결과 인디애나주 소도시인 사우스벤드의 피트 부티지지 시장에게 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투표 앱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고 예비 전화까지 먹통이 되면서 경선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한참 지나서야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부티지지 후보가 승리했다고 결과를 발표했는데 개표 결과도 오류투성이였다. 그래서 재검표를 했는데도 오류가 있었고 결국 2월 3일 진행한 경선 결과를 2월 27일에 최종 발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문제로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위원장이 사퇴하였다. 

이후 민주당 자체 감사 보고서가 공개되었는데 투표 앱이 오작동한 사실이 없다는 황당한 결론이 담겼다. 감사를 실시한 아이오와주 민주당 변호사들은 인터뷰를 거절했고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평가는 나중에 하고 선거에 집중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사건을 무마했다. 

첫 경선에서 밀려난 샌더스 후보는 이후 1위를 탈환했다. 그러자 초반 경선 돌풍을 일으켰던 부티지지 후보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사퇴해 버렸다. 경선은 결국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양당 체제로 굳어진 미국의 선거 제도는 대안 세력이 성장할 수 없도록 밸럿 액세스 규정을 두고 있다. 밸럿 액세스 규정이란 민주당, 공화당이 아닌 제삼당 소속이나 무소속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 주별로 일정한 수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려주는 황당한 규정이다. 서명이 없으면 출마해도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게다가 이 규정은 주별로 달라 여간 번거롭고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다. 민주당, 공화당이 아니면 사실상 출마가 불가능한 것이다. 

주별 밸럿 액세스 규정. [출처: 조무형, 「미국 제3정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제약: 2000년 랄프 네이더의 사례」, 『미국학』 제33권 제1호,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2010, 240쪽.]
주별 밸럿 액세스 규정. [출처: 조무형, 「미국 제3정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제약: 2000년 랄프 네이더의 사례」, 『미국학』 제33권 제1호,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2010, 240쪽.]

예를 들어 2000년 대선 당시 랄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는 44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서 서명을 채우지 못했고 그 가운데 아이다호주에서는 서명 용지를 도둑맞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7개 주의 투표용지에는 네이더 후보 이름이 빠졌다. 

이처럼 체제 한계를 절감한 미국인들이 대안 세력을 선택하려 해도 주류 세력의 방해로 성공할 수가 없다. 미국의 주류 세력은 대안 세력이 성장할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러니 체제 한계에 봉착했음에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총기 난사와 마약으로 사회가 안에서부터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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