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전 목원대교수] 대학교수,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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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 전 목원대교수] 대학교수,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가?
  • 이순철 전 목원대교수
  • 승인 2018.07.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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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사회에 이 담론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는 것은 상당한 부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위선과 가식, 서로 봐주기 문화 때문이다.

이순철 전 목원대교수

대학교수는 상식적으로 잘 못 알려지는 것과는 달리, 제 전공분야에서의 지식이 남보다 좀 뛰어난 사람들(Specialist, Professor란 말은 라틴어의 전문가란 말에서 유래)일 뿐이다.

결코 도덕적 인격자이기를 요구하여서도 아니 되며,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물론 교수가 고매한 인격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대학교수의 최고의 덕목은 전공실력이라 생각한다.

교수는 무엇보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이 있고, 부덕하면 교단을 떠나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실력도 없는 무능한 교수가 위선과 모사로 정년을 채운다. 그 제자인 학생들에게 내실없는 교육으로 장래를 힘들게 한다.

반대로 실력 있는 교수는 믿는 데라곤 자기 능력뿐이지만, 생각과 행동이 당당하다. 그래서 밤새워 공부하고, 쉴 새 없이 파는 것, 공부가 좋아서 길을 가로막는 방문객을 밀치고 연구실 문을 걸어 잠그는 ‘인간미 없는’ 공부벌레들이 좋은 교수다.

학문의 고향 독일에는 이런 철인들(Eiserne Menschen)이 많다. 그들의 무기는 실력이다. 그것이 대학교수에게 요구할 첫째 덕목이라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그 실력을 한껏 쏟아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그것이 교수의 두 번째 덕목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들의 현실은 어떤가. 동료교수가 실력 있고 당당한 것을 보면 공연히 뒤틀리는 패들이 있다. 술자리와 모임 등에 빠지는 동료교수를 사회성, 인화가 모자란다며 왕따 시킨다.

교수 임용 제1 기준으로 ‘인화’를 내어놓는다. 책상에 앉아 연구하는 일은 지겹지만, 걸쭉한 인간관계, 기민한 처세술과 이재에 능한 자들 주변에는 똥파리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그런 교수들이 주구장창 노리는 것은 학교의 보직 아니면 학교 밖의 각종 위원 자리, 사외이사, 관변단체 자문 등이다.

특히 보직을 맡으면 일거삼득이다. 무엇보다 의무 강의시간이 줄고, 논문이 없거나 적어도 승진과 재임용에 문제가 없다. 보직 수당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다음으로 좋고, 더 나아가 수십억, 수백 억 원하는 학교예산을 주무르니 떡고물도 챙길수 있다. 

대학 밖의 사람들은 대학에서 처장, 대학원장 등 직위를 가지면 우러러보는 경향이 있고, 본인과 가족도 대단한 출세로 여긴다. 그렇다 보니 보직에서 벗어나 고리타분한 연구와 강의실로 돌아가는 것은 죽는 것만큼 싫다. 실력 없고 공부 안하는 교수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직 사냥에 나서는 이유다. 

교수가 학문 연구와 강의 목적이 아니고 이재와 출세를 위한 티켓으로 여기는 자들이 대학을 점령하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실력도 없이 보직에 연연하는 교수들의 문제는 그들의 학문적 퇴보와 타락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인사권이 주어진다는 점이 우리 대학들의 참혹한 현실이다.

신규임용과 재임용, 승진심사라는 절차는 보직교수들의 손아귀에서 농단된다. 말하자면, 실력 없는 자들이 실력 있는 사람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희한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대학 밖의 사람들은 쉬이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그것이 오늘 한국사회의 문제이고, 그것에 맞서온 나의 아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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