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도청 사태’를 중러 악마화로 돌파?‥자정 불가능한 오리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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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도청 사태’를 중러 악마화로 돌파?‥자정 불가능한 오리발 미국
  • 박명훈 자주시보 기자
  • 승인 2023.04.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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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뻔뻔한 내로남불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저지른 불법 도청 범죄에는 아무런 반성과 사죄도 없으면서 중국·이란·러시아 악마화를 통해 도청 사태를 덮으려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뉴욕시 한복판에 (비밀) 경찰서를 개설하고 운영해 반복적이고 악질적으로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중국과 이란이 사용한 적이 없는 새로운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같은 방법은) 선을 넘고 있다.”

“중국과 이란은 악의적 영향 전략을 통해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위는 19일(현지 시각) 미 뉴욕동부검찰청 검사와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 등이 중국과 이란을 향해 한 말이다. 

FBI는 미국 내 중국인들을 감시해온 중국계 반체제인사 2명을 체포했다면서, 중국이 반체제인사를 통해 미국 한복판에서 이른바 ‘비밀경찰서’를 운영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내 반체제인사들을 감시해왔다고 이란도 지목했다.

누리 투르켈 허드슨인스티튜트 선임연구원은 “이런 행동은 용납돼선 안 된다.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 땅에서 이런 일을 하려 했다는 건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중국과 이란의 미국 내 도청·감시 범죄를 단정 짓는 모양새다.

그런데 미국발 도청 사태가 한국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상황에서 이런 미국의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작 미국은 자신이 세계를 상대로 벌인 ‘주권을 침해한 용납돼선 안 될 소름 끼치는 도청 범죄’를 두고는 입을 꾹 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미국의 도청이 사실이면 한국에 사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아주 좋은 관계다”라면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한국에 대한 안보) 관여는 굳건하고 한국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발뺌했다. 

미국이 중국과 이란을 비난하는 기준대로라면, 사실로 드러난 미국의 도청 범죄부터 사죄하고 재발 방지부터 약속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반성은커녕 뜬금없이 중국과 이란의 도청·감시를 부풀리며 노골적인 물타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도청 문건이 ‘친러시아 사회연결망(SNS)’을 통해 대량으로 유출됐다면서 러시아도 걸고넘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은 FBI와 미 해군이 ‘돈바스 데부슈카(돈바스 아가씨)’라는 이름이 붙은 친러시아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처음으로 도청 문건이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수사당국은 전직 미 해군 부사관인 사라 빌스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WSJ는 “돈바스 데부슈카 채널에 옮겨진 문건 중 일부는 테세이라 일병이 디스코드 채팅방에 올린 것과 비교해 우크라이나의 손실을 부풀리고 러시아 측 사상자를 축소하는 등 내용이 변경됐다”라고 주장했다. 친러시아 세력에 의해 도청 문건이 왜곡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핵심 사안인 도청 범죄에 관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엉뚱하게 ‘유출 경위’를 부풀리며 도청 사태를 쉬쉬하려는 듯한 미 정부 당국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이 와중에 미국은 대놓고 전 세계를 상대로 도청·감시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지난 18일 크리스 스콜리스 미 국가정찰국(NRO) 국장은 콜로라도에서 열린 우주재단 연례 심포지엄 연설에서 “향후 10년 이내에 궤도에 있는 (정찰) 위성 수를 4배로 늘릴 것이다. 이 위성들은 지금보다 10배 더 많은 신호와 사진을 수집하며 정부 및 상업용 시스템과 결합해 사용될 것”이라면서 “2023년 현재 궤도를 도는 수십 개의 시스템은 향후 몇 년 내 수백 개로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정보, 감시 및 정찰 능력을 가능하다고 여겼던 그 이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우주 궤도와 지상 및 그 사이의 모든 곳에 새로운 기능을 배치하고 있고 자동화와 머신 러닝(인공지능)을 통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통합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NRO는 미국의 세계 정찰을 맡은 국방부 산하 핵심 정보기관이다. 이번 도청 사태에 미 국방부가 깊숙이 연관됐다는 정황이 나왔는데, 아예 더 노골적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불법 도청·감시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자신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도청·감시 등 주권침해를 하면 괜찮지만 다른 나라가 하면 범죄라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내로남불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도청 범죄를 벌여놓고 중국·이란·러시아 악마화에 급급한 미국은 스스로 자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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