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 찍기·엄벌주의’가 학교폭력 대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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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찍기·엄벌주의’가 학교폭력 대책인가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3.04.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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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대책으로 학교폭력 근절할 수 있나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정부와 여당이 학교폭력 근절 대책으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대입 정시는 물론 취업까지 불이익을 주는 ‘엄벌주의’대책을 내놓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대책위원회를 주재한 뒤, "(학교 폭력은) 최근 5년 동안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할 뿐 아니라, 발생 건수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과 그 가정에 평생의 고통을 남기고, 가해 학생의 미래도 망치는 것이 오늘날 학교 폭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앞으로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지우겠다" ▲학교 현장의 학교폭력 대응력을 높이고 ▲피해 학생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며 ▲학교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라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학교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17개 시도교육청에 '학교폭력 예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교원이 대응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엄벌주의 폭력 대책 발표를 보고 전교조는 "교사와 학부모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며 처벌위주의 대책을 나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정부가 학교폭력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학교폭력 징계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입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다수 학생들을 낙인찍어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무서운 배제 논리"라며 처벌 위주 대책을 지적했다. 또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이 지나친 경쟁 시스템과 학벌사회에 있다"며 "정부는 국민이 느끼는 근본 문제에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지 18년,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11년째다. 지금까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보면 △ 스쿨 폴리스제 실시 △등하교 지킴이 △ 취약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CCTV 통합관제 단계적 확대 △ 전체 학교의 32%에 설치된 경비실 2015년까지 86%까지 확대 △ 폭력서클 결성 집중 단속 △ 배움터 지킴이 △ 복수 담임제 실시 △ 일진경보제 △ 경찰의 신변 보호며...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

△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록 반영 △ 학부모 소환 특별교육 △ 학부모 동의 없이 심리치료 △ 담임교사, 매 학기마다 1회 이상 1대1로 학생을 면담 후 결과 통지 △ 인성교육 프로그램 시행 △ 학생생활도움카드제 도입 △ 교사자격증 취득 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과목을 이수 의무화 △ 체육수업 시수를 주 4시간으로 확대 △ 클링오프제 실시 △ 미성년자 형사처벌 연령 14세에서 12세로 하향조정 △ 학교폭력신고 전화 117로 통합해 24시간 운영.... 등 수많은 폭력대책을 시행해 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은 학교폭력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수많은 전문가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연구용역을 맡기기도 하고 혁신학교를 만들고 단위학교에서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학교폭력은 줄어들기는커녕 폭력유형은 점점 더 잔인하고 하향되거나 여학생폭력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대체 정부가 학교폭력까지 선포하고 폭력방지법까지 만들어 범정부 차원에서 대처한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원인을 두고 현상만 치료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학생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서 비롯된게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찾아야 한다. 자본주의가 만든 세상, 자본에 점령당한 세상은 아이들이 살아가는데는 지뢰밭이다. 자본이 만드는 세상은 자본과 노동의 관계, 자본과 소비자의 관계가 수탈과 착취라는 폭력관계로 얽혀 있다. 돈이 되는 것이 선(善)이 되는 사회,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가 정당화되는 사회에서는 순진한 아이들을 폭력을 사회화시킨다.

총이나 칼 같은 장난감이 놀이기구가 되고 문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그렇고 영화나 아이들이 즐겨 보는 웹툰이 그렇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들이 하고 있는 게임을 보면 정의의 용사(?)가 악의 무리를 쳐부수는 내용들이 많다. 치고박고 죽이고 죽는 이런 게임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게임 속 놓이와 현실을 분별하지 못게 만든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영화를 통해 혹은 안방극장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를 보고 폭력을 배우고 sns를 통해 수많은 폭력물을 통해 폭력을 체화한다. 폭력은 이렇게 사회화하는 것이다.

운이 나빠 들키면 죄인이 되는... 그래서 부적응학생을 낙인찍어 격리시키는 방법으로는 폭력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체제를 바꿀 수 없다면 교육을 통해 폭력이 정당화되지 않도록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학생 인권 보장’을 목적으로 만든 ‘학생인권조례’는 경기(2010), 광주(2012), 서울(2012), 전북(2013), 충남(2020), 제주(2021) 등 6개 지역이다. 6개 광역자치단체 중 4곳에서 축소·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4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조례 청구를 수리했다. 주민 조례 발안법에 따라 서울시의회는 주민 조례 청구가 수리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주민 조례 청구안을 발의해야 한다. 인권교육조차 못하게 하는 사회... 교육은 엄벌주의나 낙인찍기로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존엄성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의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를 법제화 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가치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폭력사회를 두고 어떻게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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