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뉴스타파 vs 대통령실, 예산 공개 소송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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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뉴스타파] 뉴스타파 vs 대통령실, 예산 공개 소송 시작
  • 뉴스타파 박상희
  • 승인 2023.03.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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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과 2019년에 이어 대한민국 최고 권력인 대통령비서실의 예산 자료를 공개하라는 세 번째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오늘(3월 23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이 쓴 세금의 사용처를 공개하라는 첫 재판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아 지난해 8월 17일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함께 소장을 낸지 약 7개월 만이다. 

공개를 요구하는 예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부터 7월 29일까지 두 달가량 대통령비서실이 쓴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집행 내역이다. 또 같은 기간 대통령비서실이 맺은 각종 수의계약 내역도 공개 대상에 포함했다. 

 

대통령비서실 예산 공개 소송 : ‘뉴스타파X시민단체’ 네 번째 예산 감시 프로젝트

이번 행정소송은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네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프로젝트다.  

2018년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등 예산 자료의 공개 소송을 시작으로 2019년, 검찰 특수활동비 등 예산 공개 소송, 2022년 5월에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5개 부처의 예산요구서 공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대통령비서실 예산 공개 행정소송은 지금까지 모두 세 번 있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하승수 변호사가 소송을 냈고, 2019년에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예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소송했다.  

두 번의 소송 모두 승소했지만 예산은 받아내지 못했다. 패소한 대통령비서실의 항소가 이어졌고 재판 도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소송이 각하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도 재판은 진행 중이지만, 퇴임 후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피고 측에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소송이 각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2023년 대통령비서실 예산 집행 내역. (출처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대통령비서실 예산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은 없는 ‘성역 예산’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2023년 기준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특수활동비 예산은 82억 5,100만 원으로 전체 대통령비서실 예산의 8.1%를 차지한다. 업무추진비는 61억 원(전체 예산의 6.26%), 특정업무경비는 14억 8,300만 원(1.45%) 규모이다.

 

2월 28일,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70쪽짜리 준비서면 제출…엉터리 주장 반복 

오늘 첫 재판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2월 28일, 서울행정법원에 준비서면을 냈다. A4 용지 70장 분량으로 특수활동비 등을 왜 공개할 수 없는지, 대통령비서실의 주장과 근거가 들어있다. 

준비서면 내용을 살펴보니, 과거 법원에서 탄핵당한 변론을 그대로 되풀이하거나, 사실과 다르고 법 규정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었다. 

▲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엉터리 주장 ① 임기 중에도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이 가능하다?

먼저 대통령기록물법을 보자.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물, 물품을 뜻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보좌기관인 대통령비서실이 만든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 자료 역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  

또한 대통령기록물 중 공개될 경우 국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되면 최장 30년 동안 기록물의 열람 또는 사본 제작 등이 제한되는 등 비공개 보호를 받는다. 군사나 외교, 경제정책 등에 관한 대통령기록물이 이에 해당한다. 

결국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예산 자료가 현재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다면, 비공개가 맞다. 문제는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대통령비서실의 예산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는지여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이 작성한 준비서면에 있다. 준비서면에 있는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지정 및 지정될 예정”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만든 어떤 기록물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 ‘비공개 보호’를 받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비공개로 보호하는 시점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임기가 2027년 5월 9일에 끝나기 때문에,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 기간은 바로 그 다음 날인 2027년 5월 10일부터다. 

▲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지정기록물은 2027년 5월 10일부터 비공개

기록물 전문가이자 서울기록원장을 지낸 조영삼 뉴스타파 전문위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될 것을 염두해두고 미리 분류해서 관리할 수는 있지만, 이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도 반복한 억지 주장, 재판부는 두 번 모두 탄핵

아직 오지 않은 4년 뒤 미래,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니까, 현재도 대통령비서실 예산 자료를 비공개해야 한다는 주장. 이는 하나도 새롭지 않은, 이전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반복해온 억지 주장이다. 

▲ 2014년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하승수 변호사.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대통령비서실 등을 상대로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행정소송을 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 보고 내용과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이었다. 이때도 박근혜 대통령비서실은 비공개 근거로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것이 명백한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가지정 및 지정될 예정”이라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2016년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더라도 보호 기간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의 다음 날부터”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라는 사정만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에 준해 비공개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하며 대통령비서실의 대통령 보고 내용 등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 2019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2019년에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에 문 대통령 부부의 의전비용과 특수활동비 내역 등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역시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라는 엉터리 논리를 되풀이했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을 탄핵하고 예산 정보의 공개 판결을 내렸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이 될 거라는 미래의 사안을 가지고 현재 정보 공개를 거부를 하게 되면 사실상은 청와대에는 정보공개법이 적용이 안 되잖아요. 청와대 입장에서는 자기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국민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게 되면 이거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우리가 지정될 예정이다, 하고 비공개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사실상 민주주의 국가에서 청와대는 정보 공개 안 해도 된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실질적으로. 그러면 이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죠. 

김선택 / 한국납세자연맹 회장

 

엉터리 주장 ② 수의계약·업무추진비 내역도 대통령지정기록물 대상이다?  

이번 행정소송에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이 맺은 각종 수의계약 내역도 공개 대상에 포함했다. 수의계약과 관련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권력 사유화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어느 업체와 어떤 내용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는지 비공개해왔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의 비공개 근거는 간단하다. ‘대통령기록관 비공개 대상정보 세부기준’을 근거로, 수의계약과 같은 계약 관련 서류와 업무추진비 등의 예산 관련 자료도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영삼 전문위원은 수의계약이나 업무추진비와 같은 예산 정보는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 요건 6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지정 요건 6가지는 이렇다.

①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 기록물 ②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 거래, 재정에 관한 기록물 ③ 정무직 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④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 ⑤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 등에서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 ⑥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으며, 공개되면 국익을 침해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대통령기록물이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대상을 한 6가지 정도로 정해놨습니다. 이를 테면 국가 외교·안보·통일 중 비밀 기록 중에서, 또는 경제 정책이나 외국과의 경제 협약, 조약 이것과 관련돼서 보호할 대상이거나… 이렇게 몇 가지 업무추진비라든지 수의계약 내역이라든지 간단한 재정 운영과 관련된 것들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될 수가 없습니다.

조영삼 / 뉴스타파 전문위원 (전 서울기록원장)

 

 

엉터리 주장 ③ 대통령기록물은 정보공개법 적용을 안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준비서면에서 “대통령기록물법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정보공개법에만 기초하고 있다”고 적었다. 여타 정부기관이 생산한 공공기록물과 달리 대통령기록물은 정보공개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을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의 기록물 공개 여부는 오직 정보공개법에 따라 결정된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에서도 이 점이 명확히 제시된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문장이 여러 번 등장한다. 대통령기록물법에도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은 정보공개법 9조 1항에 해당하는 정보들’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에 등장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의 요건들 즉, 다른 법률에 따라 비밀로 규정된 정보나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 등 8가지만이 대통령기록물 비공개의 유일한 합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정보공개법 9조 1항에 담긴 비공개 근거 8가지.

엉터리 주장 ④ 대통령비서실 지침을 근거로 비공개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이 내세운 엉터리 비공개 근거는 또 있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뉴스타파가 공개를 요구한 예산 정보가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대상이라는 근거로 ‘대통령기록관 비공개 대상정보 세부기준’ 그리고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지침’을 들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기록관, 두 기관의 내부 지침일 뿐,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해당 기관별 정보의 비공개 기준을 정하는 참고 자료에 불과한 것이다.  

▲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통령기록관 비공개 대상정보 세부기준'.

입증 자료로 제시한 ‘업추비 내역’도 엉터리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준비서면에 첨부한 입증 자료에도 억지 주장이 들어있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관련이다.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은 준비서면에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하는 예산 정보의 일부를 이미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입증 자료를 냈다. 그 중 하나가 2022년 상반기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이다.  

▲ 대통령비서실이 공개한 2022년 상반기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중 일부. 

뉴스타파는 업무추진비 예산의 경우 집행일자와 집행명목, 집행장소와 지출금액 등 세부 집행내역의 공개를 요구했다. 반면 대통령비서실이 상반기 업무추진비 내역이라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는 내역에는 ‘정책 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 2억 827만 원’과 같은 방식으로 항목별 총액만 뭉뚱그려 적었다. 이 자료만 갖고는 누구와 어디서 어떤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예산을 썼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특별시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비교해봐도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시는 업무추진비의 세부 건별로 금액은 물론 분 단위까지 집행일시를 상세히 적었고, 사용 장소도 상세 주소까지 기재했다.  

 

대통령비서실 행정소송은 시간과의 싸움…임기 끝나면 소송 각하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대통령이 쓴 예산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은 여타 정부기관의 행정소송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통령 임기 전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기각돼 자료를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역대 두 번의 소송이 모두 그랬다. 하승수 변호사는 소송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1심 판결에서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공개 판결을 받아냈지만, 항소심을 진행하는 사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소송이 각하됐다. 

소송 각하의 이유는 이렇다. 재판 도중에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 대통령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다. 따라서 피고인 대통령비서실이 공개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개 여부를 다툴 수 없어 소송이 종료된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 역시 2019년 소송 이후 3년이 지난 2022년 2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과의 1심 재판에서 이겼지만, 아직까지 예산 자료를 받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비서실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 공개를 다투는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공식 이관된 게 확인되면, 마찬가지로 소송이 각하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자료를 받아내려는 쪽은 어떻게든 재판이 빠르게 진행돼 5년 임기 내 확정 판결이 나오길 기대하고, 자료를 감추려는 대통령비서실은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고 애쓴다.  

 

박근혜·문재인·윤석열 대통령비서실, “해외 법률 검토” 주장하며 재판 지연

재판을 늦추려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의 움직임은 이미 포착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은 법원에 준비서면을 지난 2월 28일에 제출했는데, 애초 법원이 요구한 준비서면 제출 마감기한을 두 달 가량 넘긴 날짜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한지 약 7개월이 지나서야 첫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은 준비서면과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다. 특히 대통령비서실은 “우리나라의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당시 미국 법률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미국의 대통령기록물법과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해 재판을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대통령기록물과 관련해 다른 나라의 법률 사례를 살펴보겠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한 것은 이번 윤석열 정부 때만이 아니었다. 과거 박근혜·문재인 두 정부의  대통령비서실도 같은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나라의 정보공개 관련 법제 현황 등을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사실조회 신청’을 한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은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먼저 사실조회를 해도 되는지 재판부에 허락을 받고, 대사관에 사실조회를 위한 질문 목록을 보내고, 대사관의 답변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는 동안 재판은 멈추게 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1년 넘게 재판이 멈췄었다”고 했다. 

해외 사례의 수집을 하기 위한 사실조회 신청은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는 불필요한 절차다. 우리나라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법률을 따지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실조회 신청을 하지 않고서도 대통령비서실이 대사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도 될 일이다.

이 같은 사실조회 신청을 통한 재판 지연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쓴 특수활동비 공개 행정소송에서도 똑같이 쓰였다. 소송을 시작해 검찰 예산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까지 2년 2개월이 걸린 이유 중 하나가 ‘사실조회 신청’이었다. 

이대로라면 재판이 한없이 늘어지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바로 대통령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가 소송이 각하돼, 1심 재판에서 이기고도 정보를 받지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악순환을 끊어내려는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확인된다.  

지난해 한국납세자연맹은 “소송이 진행 중인 기록물만이라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재판부, 비공개 심사 요청…대통령비서실, 자료 방대하다며 제출 미뤄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대통령비서실 예산 공개 행정소송을 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두 정부 대통령비서실의 소송처럼 이번에도 재판이 지연될 것이라고 보고, 소장 접수를 최대한 서둘렀던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 약 일주일 전인 3월 17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석명준비명령을 했다.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 내역을 공개할지 재판부가 직접 자료를 비공개 심사해 판단하겠다며, 대통령비서실에 예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은 “자료가 방대하고, 이중에서 공개청구 대상정보를 선별해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자료 제출의 준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소송 때도 재판부가 예산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고, 비공개 심사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소송 때는 자료 제출을 거부해 재판부가 예산 자료를 보지 못했다.  

▲ 서울행정법원.

오늘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비공개 열람·심사 용도로 대통령비서실이 예산 자료를 제출하는 대로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에는 7주 정도의 자료 준비 기간을 부여했다. 소송 수행자인 최지우 대통령실 행정관은 오늘 재판에 출석해 “총무재무팀에 물으니 업무추진비 집행내역만 커다란 캐비넷 2.5개 분량”이라면서도 공개 청구 대상정보를 선별해 기한 내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과의 예산 공개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5월 11일 오후 2시 30분이다. 

 

제작진

영상 취재 이상찬 김기철 정형민  편집 정애주 윤석민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연출 송원근 박종화  앵커 심인보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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