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한일관계와 한미연합훈련…‘자위대가 한국군 지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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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한일관계와 한미연합훈련…‘자위대가 한국군 지휘’할 수도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3.03.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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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일관계 개선’에 집요하게 매달린 미국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3월 13~23일까지 실시된다. 한반도 전역에서 북한 점령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으로 전쟁 위기가 커지고 있다. 훈련 과정에는 한·미·일 미사일 경보 훈련은 물론 자위대가 참가할 수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에 얼마나 집요하게 개입해왔는지 흐름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시각에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 전쟁훈련’인 한미연합훈련은 동북아시아 패권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으로선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이 절실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해야 지휘체계와 전략을 하나로 통합해 미국의 이권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중·러가 힘을 기른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썼다. 미국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도입했다. 이는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국가들이 북·중·러를 사방으로 포위하는 군사망을 짜는 전략이다. 동북아에서의 패권 유지가 힘에 부치는 미국과 미국 대신 북·중·러를 견제하며 다시 동북아의 군사 강국이 되겠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미국의 요구에도 한국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비판하며 한·미·일 군사 협력을 거부해왔다.

그러다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 오바마 정권은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맺도록 한일 양국에 압력을 넣었다.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한·미·일을 군사적으로 묶겠다는 미국의 목표는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는 국내 민심의 엄청난 분노에 직면했고 박근혜는 임기도 못 채우고 촛불혁명으로 쫓겨났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며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물론, 그 뒤에도 한·미·일 군사 협력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집요했다. 

그런데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쓴 책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21년 3월 초, 한·미·일 국방장관이 ‘상호 합의된 날짜에 삼국 국방장관 회담을 대면으로 열자’라고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반대해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가 한 합의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뒤집은 것이다.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여기던 문 전 대통령으로서도 일본과의 군사 협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대선 후보 때부터 ‘강제동원, ‘위안부’ 등 한일관계 현안을 다 올려놓고 한꺼번에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식)하는 방식으로 풀자’,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친일 본색을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미국으로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2. ‘친일 윤석열’이 대통령 되니 자위대가 들어왔다

한미연합훈련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문화방송(MBC)은 “미국은 핵 탑재가 가능한 핵심 전략자산들을 대거 투입하고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연계 훈련도 추진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미연합훈련 과정에 일본의 자위대가 직접 개입한다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과거 미국이 주도해 때때로 한·미·일이 군사 협력을 하게 되더라도 한국과 일본이 직접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일은 없었다. 이는 진보, 보수를 떠나 역대 한국 정권의 공통된 특징이었다고 한다.

이에 관해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3월 1일 MBC와의 대담에서 “한·미·일 군사 협력과 훈련은 한 20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이 줄기차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우리 정부에 전달”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진보, 보수 정부 어느 정부나 할 것 없이 한·미·일 군사훈련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이 어떻나. 지금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하지 않는데 일본과 어떻게 군사훈련을 하겠나”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한·미·일 군사훈련을 하게 되면 국익 차원에서도 엄청난 불이익이 될 수 있다. 당장 중국과 각을 세워 긴장도를 높여가고 경제적인 여파가 많아진다”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일본과 미국은 같이 하길 원하지만 우리 입장은 아마 신정부가 들어서도 변화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군사 협력을 “국익 차원에서 엄청난 불이익”이라고 한 김 의원의 말과 정반대로, ‘국익을 위해 강제동원 해법안을 결단했다’는 식으로 일본 극우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친일·친미 저자세인 윤석열 정권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하자,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이 먼저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는 말을 쏟아냈고 미국은 이런 일본을 뒤에서 뒷받침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 2022년 9월 30일과 10월 6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구실로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각각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 미사일 방어 훈련이 진행됐다. 이 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했다.

독도 인근 동해상에 군사훈련을 이유로 자위대가 들어온 건 일제 패망 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지난 2022년 11월 6일, 한국 국방부는 ‘욱일기는 전범기가 아니’라며 일본을 억지로 옹호하면서까지 해상자위대가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주관한 국제관함식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해군이 전범기와 기시다 총리에게 경례해 파문이 일었다.

이후 2022년 11월 13일, 미국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프놈펜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의 구상에 따라 이른바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일본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미·일은 지난 2월 22일에 독도 근처 동해상에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구실로 또다시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진행했다. 
 

3. 한·미·일 군사 협력…자위대가 한국군을 지휘한다면

이 밖에도 주일미군은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한국 휴전선 근처에서 북한을 겨눈 전쟁훈련 ‘무사도 스트라이크’를 극비리에 벌였다. 이 역시 미국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사도 스트라이크 훈련이 끝나던 날, 미국 해군 7함대 사령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명수 해군 작전사령관이 지난 22일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정박한 로널드 레이건 항모에 탑승한 사진을 공개했다.

동아일보는 해군을 인용해 김 사령관이 “요코스카의 미 7함대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해상 지휘관 회의 참석 뒤 레이건 항모에 승선했다”라며 김 사령관이 칼 토머스 미 7함대사령관과 사이토 아키라 일본 해상자위대 자위함대사령관과 “삼자 훈련 방안 및 해상작전 정보공유 강화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루 뒤인 104주년 삼일절 기념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향한 비판은 쏙 빼놓고 “일본은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이후 지난 3일 한미 군 당국이 2023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 계획을 공동으로 설명한 자리에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동실장은 “한·미·일은 앞으로 안보 협력을 진전시키고 강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사흘 뒤인 지난 6일 윤석열 정권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이른바 ‘강제동원 해법안’을 내놨다.

그러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시각으로 한밤중에 직접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 환영 성명을 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따로 성명을 내고 “나를 비롯해 국무부 고위 관료들이 이 중대한 파트너십에 많은 시간과 집중적인 노력을 투입”했다며 강제동원 해법안에 개입했음을 시인했다.

한반도에서는 3월 초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을 내건 한미연합 특수작전훈련 ‘티크 나이프’에 바로 이어, 3월 13일부터는 북한 점령을 목표로 하는 자유의 방패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미국 주도로 끊임없이 북한을 적으로 겨눈 전쟁훈련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는 여기에 일본까지 가세해 위기를 높일 분위기다.

지난 2022년 11월, 일본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고타니 겐 니혼대 교수를 인용해 “자위대와 미군, 한국군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대북 억제력이 약해진다”라면서 “한반도 유사시 한·미·일 지휘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했다. 고타니 교수는 이 주장을 바탕으로 자위대가 일정 부분 미국과 ‘공동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한·미·일 연합훈련, 또는 전쟁 시 한국군은 자위대의 지휘를 받게 된다.

지난 2022년 12월, 일본은 미국이 적극 지지한 3대 안보 문서에 따라 오는 2024년 육·해·공 자위대를 하나로 아우르는 통합사령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일본은 통합사령부를 중심으로 미군과 평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은 일본이 참가하는 한·미·일 연합훈련으로 확장될 길이 열렸다.

이미 윤석열 정권은 동해상에서 열린 한·미·일 대잠수함 연합훈련에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해상자위대를 일본 해군(Japanese Navy)이라고 표현한 미국의 지휘를 받아들였다. 

이대로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는 한국군이 미국도 모자라 일본 자위대의 지휘를 받는 치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4. 한일관계 억지 봉합과 ‘아시아판 나토’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는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에서 “미·일·한·호(주)간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의 기회를 확인하는 게 (확장억제 관련)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이른바 북·중·러를 적대하는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 한다는 시선이 적잖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일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문제는 윤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에 강제동원 해법안을 내놓으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지난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최근 한국과 일본에 핵 억지력 관련 새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라며 “일본은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고 한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한국 외교부는 “이런 협의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할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미 국무부도 “양자 및 삼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함께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 정부·여당연락회의를 통해 강제동원 해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일한, 일·미·한의 전략적 연계 강화에 정상 수준으로 논의하겠다. 윤 대통령과 속마음을 터놓고 이후 관계 강화를 위한 의견을 나누겠다”라고 했다.

이후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에서 윤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가 한창 진행 중인 오는 16~17일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보도를 내놨다. 한일정상회담에서 한·미·일 군사 협력이 의제로 다뤄진다고 공개된 만큼, 한미연합훈련 과정에서 자위대의 참가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26일 미국이 윤 대통령을 국빈 초청해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일 군사 협력의 수준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이런 흐름은 모두 한·미·일 군사 협력을 발판으로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는 미국의 노림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일 군사 협력 움직임에 이미 탄도미사일 발사로 맞대응하고 있고 중국 역시 윤석열 정권을 향해 ‘정치적 독립성을 잃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5. ‘파국’을 부르는 한·미·일 연합훈련

중요한 건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아무 상관 없이 한반도의 상황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국회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강제징용(동원) 해법 문제부터 한·미·일 군사 협력까지 이어지는 국익이 탈탈 털리는 극단적인 파국의 길”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돌아보면 100여 년 전 구한 말 조선을 두고 청일전쟁, 러일전쟁이 잇달아 터졌다. 이후 미국은 일본과 1905년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를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당시 조선의 권력을 쥔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이 일본에 나라를 넘기는 경술국치를 주도했듯, 오늘날 윤 대통령이 앞장서서 ‘친일·친미·매국’을 주도하고 있는 장면도 비슷하다. 

언제든지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비상 상황이다. 윤석열 정권이 한미연합훈련을 정기적인 한·미·일 연합훈련으로 확장한다면 한반도는 심각한 위기를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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