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교육목표가 된 학교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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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교육목표가 된 학교 언제까지...?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3.03.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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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대물림하는 우리나라 사교육의 역사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우리나라 전체 초·중·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교육부의 유·초·중등 부문 예산 총액이 81조원이니 학부모들이 지출하는 학원비 규모가 국가 교육예산의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셈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으로만 한정했을 때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과목별로 보면 전체 학생 기준 영어(12만3000원), 수학(11만6000원), 국어(3만4000원) 순이었지만, 증가율은 국어(13.0%), 영어(10.2%), 수학(9.7%) 순이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초등학교(13.4%)가 중학교(11.8%)와 고등학교(9.7%)보다 높았다.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더 많이 받는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도 많았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64만8000원) 대비 300만원 미만 가구(17만8000원)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지출 격차는 약 3.7배로 전년도와 같았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8.1%인 반면 300만원 미만은 57.2%에 그쳤다. 사교육의 목적은 일반 교과의 경우 학교 수업 보충(50.0%), 선행학습(24.1%)이라는 응답 비중이 높았고, 예체능 관련은 취미·교양 및 재능 계발(63.4%) 비중이 가장 높았다.

 

<‘기러기 아빠, 대전살이(대치동 전세살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을 해외로 보내거나 생활비 부담을 무릅쓰고 강남으로 이사가는 부모들을 빗댄 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부모들의 생활이 사교육 부담으로 허리가 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에 감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녀가 3명의 경우 123만원의 사교육이 필요해 가정파탄의 주범이 사교육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왜 이처럼 자녀 사교육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질문은 질문 자체가 이상하다. 사교육이라도 시켜서 자녀의 성적을 올리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도록 돕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교육은 학교 교육과 닮은 학교 밖 교육이라고 해서 ‘그림자교육(shadow education)’이라고도 한다. 사교육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지만, 유독 교육 경쟁이 치열하고, 학벌주의가 강한 아시아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교육 지출은 GDP 대비 7.6%로, 세계 1위 아이슬란드 다음으로 0.1%p 차밖에 나지 않는다. 복지 선진국 핀란드의 교육비 총지출은 GDP 대비 6.5%이고, OECD 평균은 6.3%로 우리보다 낮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역사>

사교육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 ‘12공도’라 일컫는 명문 사학들이 있었다. 문헌공도는 기숙사 시스템의 학원이었으며 수준별로 9개의 커리큘럼(재)을 편성하여 9재학당이라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서원이 사교육의 총본산 역할을 했다.

옛날에 과거시험에서도 사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공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합격률이 높았다. 조선시대가 끝나고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인해 신분제가 완전히 무너진 때에는 당연히 과거시험 자체가 무의미해졌고, 그저 먹고살기 위해 10대 초반부터 공장이나 일터로 보내지는 일이 많았다.

1960년대 고도의 경제성장과 학력 상승을 거치며, 고등학교 진학이 당연히 여겨지던 80년대 정도가 되어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여유가 있으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명문 중학교 진학을 위해서 사교육이 극성이었고, 고등학교 교사들의 고액 불법 과외가 사회 문제가 되자, 1969년 중학교 평준화 정책을 실시하여 중학교 입시 전쟁이 사라진다. 하지만 명문 고교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1974년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면서 고교 입시 전쟁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학교 입시가 문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풍선효과 억제를 위해서 1980년에 7.30 조치가 내려지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들은 문을 닫았으며 사교육 시장은 한동안 급속히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당대에도 부유층의 경우에는 몰래 과외를 하는 경우는 많아 결국 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 때부터 학생운동을 일소시키려는 목적도 겸해서 대학생 과외 허용 및 중고등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과외를 하는 것을 허용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사교육 시장은 급속한 팽창을 거듭해왔다.

7~80년대에 재수학원이 있긴 했어도 지금처럼 현역 중고등학생이 방과후에도 방학에도 학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영어, 수학 등 중요한데 뒤떨어지는 한두 과목 공부를 보충하려고 방과후 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수강료가 비쌌고 시험 문제가 교과서 외에서 출제되지도, 선행 학습을 전제로 출제되는 일도 없었기 때문에 흔하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5공 들어서 과외 금지 조치가 내려지며 재학생에게는 (공교육에서 할 수 없는) 예체능 외 모든 사교육이 금지되었다.

그러다 90년대 들어와서 과외 금지가 풀리고, 사교육의 덕을 보고 유명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늘어나며 한국 학부모 특유의 경쟁 심리와 이기심, 정부의 무대책 교육 정책들의 시너지가 한국을 지금의 사교육 열풍으로 몰고 온 것이다. 그리고 90년대 초중반부터 지금까지 사교육 문제는 교육 문제의 단골 메뉴였고, 교육 문제 해결 공약 1순위였다. 심지어 97년에 IMF가 온 것도 과도한 사교육을 지목한 경우도 있다.

2010년대 후반 들어서는 대입 시장의 지나친 경쟁 격화와 학생 수의 감소 때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장이 컸던 공무원을 비롯한 각종 시험 대비만을 위한 학원뿐만 아니라, 대학 공학 인강, 코딩 강의, 디자인 강의 등 온갖 분야로 사교육의 영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2020년에는 사교육비가 8% 줄었으나 ​2021년에는 ​21%정도 늘면서 23조 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방역조치가 조금 풀리면서 예체능 사교육이 다시 활발해져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40% 가까이 늘었으며 학습 결손, 학교 미등교 등으로 불안 심리가 적용해 영어, 수학 외에도 국어, 사회, 과학 등 전반으로 퍼진 점이 큰 특징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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