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뮌헨안보회의 폐막‥. 무기력한 미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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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뮌헨안보회의 폐막‥. 무기력한 미국의 민낯
  • 자주시보 강서윤 기자
  • 승인 2023.02.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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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시보=강서윤 기자] 지난 2월 17~19일(독일 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59차 뮌헨안보회의가 열렸다. 1963년부터 시작된 뮌헨안보회의(아래 안보회의)는 매해 전 세계 각국이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안보 분야 국제회의다. 

이번 안보회의에서는 ‘무기력한 미국’의 민낯이 특히 눈에 띄었다. 관련 장면을 세 가지로 꼽아 시간순으로 소개한다.

1. 우크라이나 전쟁 ‘빈손’‥미국과 서방

안보회의가 개막하고 지난 17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은 우크라이나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공동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서방을 향해 ▲최신 전투기 등 신속한 무기 지원과 ▲우크라이나의 나토·유럽연합(EU) 가입 승인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서방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EU를 이끄는 2대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올라프 숄츠 총리, 이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각각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전차를 신속히 지원’, 프랑스의 이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의 군사 지원 확대’ 같은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기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회의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우크라이나 지원’보다는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을 견제하는 데 무게를 뒀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식으로든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이는 침략행위에 대한 보상, 살해행위 지속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와 관계를 심화한 것에 우려하고 있다”라고 중국을 겨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중국을 향해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관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양국 주권국 간의 일’이라며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평화와 대화의 편에 서 있다”라면서 “일부 세력은 평화회담의 성공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을 겨눈 것이다.

이번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는 주요 7개국(G7) 외교 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 필요성을 공유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2. ‘대북 규탄’ 시늉만 낸 한·미·일과 G7  

북한이 일본 홋카이도 방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5형을 고각 발사했던 지난 18일, 뮌헨에 있던 한·미·일 외교 수장이 만났다.

박진 외교부 장관,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전보다 강한 대북 제재와 공동 대응을 언급했다.

미국과 일본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 소속 국가 외교 수장들도 북한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중대 조치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요구한다”라면서 “모든 국가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미·일과 G7의 대응은 ‘말’뿐으로 뾰족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일이 내놓은 대북 제재, 공동 대응과 상관없이 ICBM을 발사해왔다.

G7이 내놓은 유엔 안보리 결의도 북한을 막는 해법이 될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안보리에서 여러 번 대북 규탄 성명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중국과 러시아에 가로막혔고 단 한 번도 성명을 내지 못했다.

과거 미국이 대북 규탄을 주도해온 안보리는 이미 ‘먹통’이 된 상황이다.

 

3. ‘풍선 논란’ 두고 미국에 강경한 중국

‘풍선 논란’으로 미국과 대립해온 중국의 강경한 대응도 이번 안보회의에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 위원은 안보회의가 열린 뮌헨에서 1시간 동안 비공개로 만났다. 양국 외교 수장이 얼굴을 맞댄 건 지난 4일 미국이 자국 영토에 들어온 ‘중국 풍선’을 격추한 뒤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열린 비공식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상세한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이 각각 낸 성명을 통해 회담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 18일(미국 현지 시각) 미 국무부는 관련 성명을 내놨다.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미국 영공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 기구가 용인할 수 없는 미국 주권과 국제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직접 말하면서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중국의 주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5개 대륙에 걸쳐 40개 이상 국가의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감시 풍선 프로그램이 세계에 노출됐음을 분명히 했다”라고 했다.

또 “미국은 중국과 경쟁할 것이며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옹호할 것이지만 중국과의 갈등과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했다”라면서 “항상 외교적 대화와 열린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비공개 만남 뒤 NBC와 한 대담에서 지난 4일 미국이 격추한 중국 풍선과 관련해 왕 위원이 사과했느냐는 물음에 “사과는 없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국무부가 공개한 내용만 보자면 그동안 중국을 향해 해왔던 발언과 달라지지 않은 ‘재탕’ 수준이었다. 미국은 이번 만남에서 수세적,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중국의 반응을 살펴보자.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과 만남을 앞두고 공식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반응이 터무니없고 히스테리에 가깝다”라며 “우린 미국에 해당 문제를 차분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이를 무시한 채 전투기를 이용해 격추했다. 절대적인 무력 남용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풍선에 무력을 사용함으로써 국제조약을 위반했다”라며 “전 세계 풍선들을 떨어트리려는 건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게 아닌 그 반대를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9일(중국 현지 시각) 왕 위원이 “소위 비행선(풍선) 사건에 대한 중국의 엄숙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미국이 한 일은 전형적인 무력 남용으로 국제 관행과 민간 항공 협약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면서 “강력히 불만을 품고 엄숙히 항의했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감시 및 정찰 국가이며 고고도 풍선이 불법적으로 중국 상공을 반복적으로 비행했기 때문에 중국을 비방할 자격이 없다”라면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성의를 보여 중미관계에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이 초래한 피해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이 문제를 이용하고 선전을 확대하고 상황을 키운다면 중국은 끝까지 나설 것이며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한 왕 위원의 발언도 공개했다.

이 밖에도 중국 관영 CCTV는 왕 위원이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무력 남용이 양국관계에 끼친 손해를 똑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향한 중국 정부의 대응이 강경한 가운데, 안보회의를 지켜본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중미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뤄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서 “미국은 이번에 중국에 대해 회담을 하자고 요청해 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성의를 전혀 보이지 않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중국과 미국은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현재 중미관계 상황은 서서 이야기를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라면서 “미국은 풍선 문제를 적절하게 해결하겠다는 선의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칭화대 국제전략안보센터 쑨청하오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와의 대담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도발적인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중미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도 대담에서 “미국이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취소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중미관계가 앞으로 몇 달 안에 안정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번 만남에서 미국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모양새다.

안보회의와 관련해 YTN은 20일 보도에서 “40여 개국 정상과 각국 외교 수장 500여 명이 모인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로 열렸지만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안보회의에서 자신에게 맞서온 북한, 러시아, 중국을 향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올 한해 국제무대에서는 힘 빠진 ‘종이호랑이’ 처지가 된 미국의 추락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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