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노르트스트림 폭파 지시해놓고 ‘침묵’하는 바이든?
상태바
[자주시보] 노르트스트림 폭파 지시해놓고 ‘침묵’하는 바이든?
  • 자주시보 강서윤 기자
  • 승인 2023.02.14 2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가 침공하면, 탱크나 군대가 다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간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끝낼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확히...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이 프로젝트는 독일에 의해 기획되고 통제하에 있는데요.”

-기자

 

“약속하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

[자주시보=강서윤 기자] 위는 지난 2022년 2월 7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연 기자회견에서 오간 문답이다. 이 발언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노르트스트림 폭파를 직접 지시했다는 폭로성 보도가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위처럼 말하고 7개월여가 지난 2022년 9월 27일, 발트해에 있는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석유 수송관이 폭파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2011년에 설치한 노르트스트림1은 물론, 연결공사를 막 마치고 본격 개통을 앞둔 노르트스트림2 운영도 무산됐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 서쪽 도시 비보르크에서 출발해 덴마크 보른홀름섬 근처를 지나 독일 북동쪽 도시 그라이프스발트까지 이어지는 국제 천연가스·석유 수송관이다. 하지만 폭파에 의해 총 4개 파이프라인 가운데 노르트스트림1은 2개, 노르트스트림2는 1개가 파손됐다.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유럽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공급하던 러시아는 큰 손해를 봤다.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노르트스트림 폭발과 관련해 ‘의도된 폭파’라는 설이 무성했다. 러시아는 발트해와 맞닿은 국가에 공동조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스웨덴, 독일, 덴마크 등은 단독 조사를 벌이고 폭발 원인을 ‘파괴 공작’이라고 밝혔지만, 누가 파괴 공작을 벌인 것인지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던 중 2023년 2월 8일(현지 시각), ‘미국 탐사 보도의 전설’로 불리는 세이모어 허쉬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은 이렇게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파괴했다」 기사를 올렸다. 

허쉬 기자는 기자 생활 50여 년 동안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미라이 학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둘러싼 워터게이트 사건, 미군에 의한 이라크에 있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 학대 등 특종 보도로 미국의 민낯을 폭로해왔다. 

아래에 허쉬 기자가 올린 기사의 요점을 정리, 각색해 소개한다.

 

1. 작전에 동원된 미국의 심해 잠수부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휴양도시 파나마시티에는 수십 년 넘게 심해 잠수부들의 훈련을 맡아온 미 해군의 잠수 및 인양 센터(NDSTC)가 있다. 미 해군 소속인 잠수부들은 이곳에서 C4 폭발물 설치, 석유 굴착기 폭파, 해저용 흡입 밸브 오염 기술 등을 배운다. 

허쉬 기자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2년 6월 발트해에서 나토가 발톱스(BALTOPS) 22 훈련을 진행하던 틈을 타 잠수부들을 동원해 비밀리에 원격 작동 폭발물을 설치했다.

앞서 미 정부는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노르트스트림 폭파를 논의하는 ‘극비 회의’를 이어갔다. 특히 “단서를 남기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필두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정무차관 등이 동참했다.

미국이 잠수부들을 동원한 건 ‘해군 소속’이라는 점을 이용한 편법이었다. 잠수부들은 미 특수작전사령부 소속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바이든 정권은 비밀 작전을 벌이기 전에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에 미리 보고해야 하는 절차를 뭉갤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하려 한 것일까?

미국은 러시아가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모으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 유럽 각국에 값싼 천연가스와 석유를 공급하던 러시아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정반대로 미국의 영향력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것이다.

허쉬 기자에 따르면 바로 이 시기, 바이든 대통령이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노르트스트림 폭파 계획을 세우는 모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2. CIA 투입‥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한다

CIA(미 중앙정보국)는 폭파 계획과 작전을 짜는 실무를 맡았다. 논의에서 미 해군은 잠수함을 이용한 공격을, 공군은 원격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폭탄을 투하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CIA는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이 없지만 반드시 비밀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러시아 해군이 발트해 인근을 감시, 순찰하고 있었고 CIA는 이를 뚫어내기 위한 방도를 모색했다.

2022년 초 CIA는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폭파할 방법이 있다”라고 보고했다.

이후 미 정부에서는 노르트스트림 폭파와 관련한 암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3주 전인 2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났다. 앞서 언급했듯,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간다면 더 이상 노르트스트림2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끝낼 것이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20일 전 눌런드 차관은 국무부 설명회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노르트스트림2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허쉬 기자에게 정보를 준 소식통은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눌런드 차관의 발언을 두고 ‘노르트스트림2를 폭파한다고 홍보’하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원래 미국의 계획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에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을 실행하고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쉬 기자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은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독일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였다. 노르트스트림을 통해 독일에 곧바로 들어오는 천연가스는 독일 경제에 큰 도움을 주었다, 독일 유통업자들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값싸게 들여왔고, 남은 천연가스는 유럽 각국에 팔아 이윤을 챙겼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 내에서는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이 바깥으로 발설되지 않도록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았다.

CIA를 동원한 미국의 이런 작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고 허쉬 기자는 지적하기도 했다. 허쉬 기자는 지난 1971년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 극동 해안에 있는 오호츠크해에 매설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암호화도 없이 자유로이 대화하는 러시아 해군 고위급 장교들을 신나게 도청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허쉬 기자는 1970년대 미 정부가 미 시민을 감시하는 활동, 외국 지도자 암살,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 전복 등에 연루됐다는 폭로가 잇따랐다고 강조했다.

 

3. 폭파 작전에 적극 협력한 노르웨이

허쉬 기자는 노르웨이를 ‘반러시아 나토 파트너 국가’로 지목하며 미국의 폭파 작전에 노르웨이가 협력했다고 전했다.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은 노르웨이 비밀 경호국과 해군이 미국에 협력해 가능했다고 한다. 허쉬 기자의 표현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노르트스트림 폭파 작전에서 “장애물을 해결하는 열쇠”였다. 

허쉬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밀 명령에 따라 미국 잠수부들이 C4 폭탄을 설치하는 연습을 반복했고, 노르웨이가 이를 도왔다고 주장했다.

먼저 CIA는 2022년 6월, 미국 잠수부들이 노르트스트림 근처 발트해상에 설치한 C4 폭탄이 작전 개시 이전에 터지지 않도록 관리했다. 노르웨이 해군은 덴마크 보른홀름섬 주변 해상이 깊이가 얕고 큰 조류가 없어서 폭파가 수월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 밖에도 노르웨이는 미국이 설치한 폭파 장치가 자연 배경의 일부로 보이도록 위장하거나, 바닷물의 염도에 적응하게 하는 등 해결책을 쥐고 있었다.

노르웨이의 도움으로 폭탄이 설치되고 3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26일, CIA에 협력한 노르웨이 해군 P8 정찰기는 비행 중에 수중 음파 부표를 떨어트렸다. 몇 시간 뒤 CIA의 개입으로 폭발한 폭탄은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3개가 작동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허쉬 기자는 노르트스트림이 폭파돼 노르웨이산 천연가스를 유럽 각국에 판매하는 노르웨이가 이익을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허쉬 기자는 노르웨이 출신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친미’ 행위를 지목하기도 했다.

허쉬 기자의 평가에 따르면 ‘(러시아를 적대하는) 헌신적 반공주의자’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 동안 노르웨이 총리를 지낸 인사다. 허쉬 기자는 이런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모습을 두고 “미국인의 손에 꼭 맞는 장갑”이라고 표현했다.

허쉬 기자는 “폭파 직후 미국 언론은 이를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사건)처럼 취급했다”라면서 “미국의 주요 신문은 바이든과 눌런드 국무부 차관이 만든 수송관의 초기 위협을 파헤치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번 보도에 “완전히 거짓이자 허구”라고 짧게 반박했다. 노르트스트림 폭파 당시 ‘미스터리’라고 평가하던 미국과 서방의 대다수 주요 언론도 허쉬 기자의 보도를 외면하고 있다.

정반대로 러시아와 중국 언론 등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국제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