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규제 풀기’는 무법천지로 만들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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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규제 풀기’는 무법천지로 만들겠다는 것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3.02.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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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화’는 ‘민영화’의 다른 이름이다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전북 전주의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해 “우리 국민이든 기업이든, 외국인이든 해외 기업이든 한국에서 마음껏 돈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제 임기 중 국민을 잘 먹고 살게 하는 목표밖에 없다”면서 “임기 중에 풀 수 있는 규제를 다 푸는 것이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

전남 영암의 대불산업단지를 찾아 “제가 생각하는 정부 역할은 기업인들을 방해하는 걸림돌과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은 기업인가 서민인가?

대통령이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규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면 무식의 극치요. 알고 하는 말이라면 나라는 무법천지로 만들겠다는 ‘돈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사꾼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법을 전공해 검찰총장까지 한 사람이 법이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원칙이다. 원칙을 깨부수면 강자만 살아남는 무법천지가 되는게 아닌가? 풀 수 있는...? 대통령이 군주나 다름없는 독재자일 때 그가 맘만 먹으면 헌법도 바꿀 수 있는데 먹고 살기 위해서 풀 수 있는 규제를 다 풀겠다니....

윤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자유’다. 경영자가 누리고 싶어하는 자유와 노동자가 누리고 싶어하는 자유는 다르다. “제가 생각하는 정부 역할은 기업인들을 방해하는 걸림돌과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라면 돈벌이에 눈이 어두운 경영자에게 ‘돈을 맘대로 벌 수 있도록 법을 없애버리면 어떤 세상이 되겠는가? 대통령이 할 말을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여야 한다. 기업이 살기 좋은 세상에 노동자도 살기 좋은가?

의료민영화 이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도 하기 전, 인수위원회가 ‘한국전력의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해 논란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당시 인수위의 핵심 정책은 ‘민영화’와 ‘공공기관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다.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전력과 보건의료·사회복지 관련 산업 민영화의 단초가 담겨있다.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안보 확립과 에너지 신산업‧신시장 창출’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 등을 제시해 윤대통령이 말한 기업이 돈벌이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책들이다.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 발표 때도 “한전 독점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한다는 이유로 전력 판매구조를 시장에 개방하겠다”고도 했다.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추진’도 농림어업·제조업을 제외한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언론, 정보통신 등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민영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해 9월 15일에는 돌봄·교육·의료 등의 복지 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재편하겠다고 발표해 복지 분야에 민영화 등 ‘시장주의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 교육, 언론,...도 민영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국민들이 위임한 권한을 돈벌이에 쓰겠다는 선전포고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두 나라. 조선과 쿠바.... 대한민국과 쿠바는 시리아와 함께 대표적인 대한민국과의 수교하지 않은 국가다. 쿠바는 2020년 기준 1인당 명목 GDP 약 7천 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 34,997 달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도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지만 쿠바를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상교육, 무상의료’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쿠바혁명의 영웅 체게바라는 "한사람의 목숨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재산보다 100만배 가치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쿠바에서 건강은 곧 권리이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며 차별 없이 인간답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쿠바와 대한민국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12.2퍼센트에 불과하다. 2019년 OECD 평균인 20퍼센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최하위권에 속한다. 돌봄 예산도 전체 예산의 약 3퍼센트로 국내총생산(GDP)의 0.86퍼센트에 불과한데, 2020년 OECD 평균인 2.3퍼센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카리브해의 가난한 나라 쿠바는 반세기 넘게 지속된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한 고립과 가난에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중단한 적이 없는 복지강국이다.

 

<대한민국의 양극화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6165만원인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914만원에 불과했다. 상하위 20% 계층간 소득격차는 6.75배. IMF 사태 이전인 96년에는 이 격차가 4.74배였다. 상위 20% 가구의 소득 점유율도 96년 37.8%에서 2000년에는 42.6%로 높아졌다. 이에 비해 하위 20% 가구의 소득점유율은 8.0%에서 6.3%로 떨어졌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사진출처 : 국민일보
사진출처 : 국민일보

기업들은 월급이 많고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과 일용직을 늘리는 추세다. 정규직 비중은 지난 96년말 56.7%에서 2001년말에는 48.7%로 50%대가 깨졌다. 올해 3월말에는 48.5%로 더 떨어졌다. 반면 비정규직(임시직) 비중은 29.5%에서 34.3%(3월말),일용직 비중은 13.8%에서 17.1%로 각각 높아졌다. 그만큼 고용의 질이 나빠진 셈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5%, 일용직은 정규직의 41%에 불과하다. 주변 근로자로 밀려나면 그 순간 월급이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월 200만원 이상을 받는 고임 근로자의 비중은 지난 94년 5.7%에 불과했으나 이후 95년 10.0%,97년 20.4%,2000년 26.6%로 높아졌다. 국세청이 집계한 근로소득세 납입 과표에서도 지난 98년 8000명이던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 봉급자가 99년에는 1만5000명,2000년에는 2만1000명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의 과세미달자가 2000년에 517만명으로 전년보다 33.5%나 증가했다. 산업화의 양극화는 소득양극화로 소득양국화는 소비양극화로 양극화 사회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소득과 부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 소득의 경우 2021년 기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46.5%를 벌어들이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상위 10%의 1인당 소득은 15만3,200유로(약 1억7,850만 원)로 하위 50%의 1만600유로(1,233만 원)에 비해 약 14배나 많았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105만1,300유로(12억2,508만 원)로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2,364만 원)로 5.6%에 불과해 무려 5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불평등은 규제를 완화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면 나타나는 결과다. 규제를 풀고 민영화를 확대하면 어떤 나라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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