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설민심 부글부글 끓게 한 외교 폭탄과 난방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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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설민심 부글부글 끓게 한 외교 폭탄과 난방비 폭탄!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3.01.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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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소위 ‘명절민심’이란 게 있다. 국민 절반 정도가 고향을 찾는 그야말로 민족의 대이동에 오간 말이 바로 ‘명절민심’이다. 특히 설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각 정당은 ‘설민심’을 살펴보기에 분주해진다.

올해 설민심의 화두는 두 가지였다.

(1) 이재명 사법 리스크

(2) 윤석열 정권의 외교 폭탄과 난방비 폭탄

보도에 따르면 이중 (2)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부정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외교는 윤석열이 “UAE의 주적은 이란이다.”라고 말함으로써 이미 양국 간 설전이 벌어졌고, 거의 두 배로 폭등한 난방비는 그야말로 ‘폭발 오분 전’의 화약고가 되었다.

 

2000년 전 맹자가 말한 항산항심(恒産恒心)

맹자는 “항산해야 항심한다.”라고 말했다. 이때 항산(恒産)은 일정한 생산을 의미하고, 항심(恒心)은 자존심과 염치, 즉 도덕과 윤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이와 비슷한 속담이 있는데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란 속담이다.

맹자가 말한 항산항심((恒産恒心)'이란, ‘일정한 생산이 있으면 마음이 변치 않는다.’는 뜻으로, 일정한 직업과 재산을 가진 자는 마음에 그만큼 여유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자는 정신적으로 늘 불안정하여 하찮은 일에도 동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맹자의 이 말을 미국식으로 표현하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일 것이다. 빌 클린턴이 이 전략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들에겐 외교나 안보도 중요하지만, 당장 먹고 살 것 즉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외교는 간접적 피해를 받지만 경제는 직접적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란 말도 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 도덕심을 지키기 힘들다는 말이다. 정치는 곧 경제라는 맹자의 경세철학에서 유래한 말이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의 기본 조건이다. 이것이 부족할 때 혁명이 일어났고 폭동이 일어났다.

'사흘 굶으면 포도청의 담도 뛰어 넘는다’는 속담도 있다. 그가 성인이든 속인이든 어느 정도 먹고 살 재산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부족할 때 절도, 폭행, 살인 등 강력 사건이 발생한다. 심지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도 있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무섭다는 뜻이다.

 

경제가 결국 선거 좌우

그러나 이러한 속담은 서민들에게만 해당될 뿐, 권력을 쥔 자와 이미 재물을 산처럼 쌓아둔 졸부들에겐 속담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민생을 돌보지 않고 포악한 군주는 백성들이 응징했지만, 지금은 선거란 합법적 제도가 있다. 정부가 민생을 돌보지 않으면 그 정부는 다음에 반드시 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수천 년 전에 맹자가 한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이 있어야(恒産) 변함없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恒心)는 말은 시대를 초월한 진리다.

항산항심(恒産恒心)이란, 먹을 것이 있어야 윤리도 나오고 도덕도 나온다는 말이다. 일정한 재산이나 경제적 기반이 없다면 다른 생각을 품을 여유가 사라진다. 그때 정부에 대한 원망이 생기고 그 원망이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 바로 선거다.

한국은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국힘당에서 김기현이냐 나경원이냐를 두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권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만약 야당이 200석 이상을 얻는다면 윤석열 탄핵이 추진될 수 있다.

 

성공한 정부의 요체

어떤 정부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의 기준은 경제, 외교, 안보, 환경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경제가 제일의 척도인 것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국민들에겐 다른 것보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정부의 부정적 요인 1위는 항상 경제에 있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경제, 외교, 안보, 환경 등 모든 요소를 다 성공시키기 힘들다. 따라서 국민들은 다른 것은 어느 정도 용납하고 이해하나, 경제 실패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데 누가 그 정부와 당을 다시 지지하고 싶겠는가.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국민의 항산(恒産)과 공직자의 항심(恒心)을 모두 이루어야 한다. 백성들이 먹고사는 것이야말로 맹자가 말한 민본정치의 요체다. 민생 없이 어떤 도덕도 윤리도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시위나 집회 때 도덕과 윤리를 강조한 사람들이 많지만 거기에는 경제 실패가 내재되어 있다. 도덕과 윤리라는 외피로 경제라는 속살을 공격하는 것이다.

 

무너진 한국의 중산층

한때 한국은 국민의 60%가 중산층이라 할 정도로 부를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국민 상당수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고, 빚을 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은행에 이자를 내는 데 월급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이자도 원금도 갚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 그 사태가 벌어지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중산층이라는 소릴 들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부채 없이 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한다.

(2) 월급은 500만원 이상이다.

(3) 중형차를 소유한다.

(4) 은행 통장 잔고에 약 1억 원 정도의 현금이 있다.

(5) 일 년에 한, 두 번 해외여행을 다닌다.

(6) 취미 생활을 하고 문화를 감상하고 소유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중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람이 전체의 몇 %나 될까? 한국의 중산층은 이미 무너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최고층과 최하층만 남게 될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진 나라는 이미 실패한 나라다.

 

평생 직장 개념 사라지고 스펙만 강조

우리나라에서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스펙만 강조된 것은 오래 되었지만, 그것이 가장 심화된 시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이명박은 교육에도 경쟁을 도입하며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였고, 그 바람에 학생 및 학부모들이 봉사하러 다니고 표창장이나 인턴 증명서를 발급 받으려고 사돈네 팔촌까지 다 동원했다.

그런데 윤석열이 그 이명박 정부 때 교육부 장관을 했던 이주호를 다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교육에 다시 경쟁을 도입하여 스펙만 강조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대선 때 “앞으로 고등학교도 과학고, 기술고, 예술고, 외고 등으로 나누어 모집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자가 이주호를 다시 불렀으니 볼 장 다 본 셈이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

 

외교 폭탄에 이어 난방비 폭탄

우리나라엔 이른바 ‘명절민심’이란 게 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각 당은 이 민심을 살피려 노력한다. 이번 설 민심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로 갈렸다. 하나는 수구들이 만든 ‘이재명 사법 리스크’이고, 하나는 경제 그 중 '물가'다. 물가 중 난방비 폭탄이 최고 화제였다.

올해 설 명절 밥상머리 화두는 ‘난방비 폭탄’이었다. 도시 가스 요금 급등 여파로 난방비가 수직 상승하면서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엔 어김없이 난방비가 도마에 올랐다. 거기에다 윤석열 정권은 철도, 의료 민영화까지 추진하려 하니 나라를 아주 말아먹을 작정이다. 이것은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그 전에라도 끌어내리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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