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영어 사랑... 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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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영어 사랑... 왜 문제인가?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3.01.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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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여념 집 사람이라면 전혀 문제될게 없는 언행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하면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나도 커서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롤 모델(Role model)’이 있다.

아이들은 유명한 사람이나 ‘대통령’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격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나친 ‘영어 사랑’이 그런 경우다.

“미군 부지를 모두 돌려받으면 ‘센트럴파크’보다 더 큰 공원이 된다”. “공원 주변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작은 동상들을 세우고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을 두고 한 말이다.

또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영어로 하면 더 멋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이 정도가 아니다. 한동훈씨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할 때에도 “(한 후보자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겸비해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하고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는 “부산항이 세계적인 초대형 ‘메가포트’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고 했다.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탈(human capial 인적자원)’이라 하고, "부산항이 세계적인 초대형 ‘메가포트(거대 항구)’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도 했다.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가 바로 레귤레이션(regulation)’이다.

‘마켓’에 대해서 정부는 어떻게 ‘레귤레이션’ 할 거냐”, "'레귤레이션(Regulation)'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부정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더 적극적으로, 더 아주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뛰어봅시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끝이 없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품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영어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영어를 자꾸 쓰시는 거 보니까 영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며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영어를 잘한다고 그전부터 계속 얘기해 왔다"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북매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외세 언어 좋다면 ‘조지프 윤’으로 개명하라”면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를 언급한 윤 대통령을 향해 "사무실 간판도 화이트하우스 2.0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조롱했다.

 

<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국어 기본법 위반...!>

국어 기본법 제2조(기본 이념)는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 14조는 ”공공기관등은 공문서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영어 짝사랑', 세계는 '모국어 사랑'>

프랑스인들의 모국어에 대한 애착은 사랑 차원을 넘어 거의 광기에 가깝다. 프랑스 정부는 2년 전, 불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규를 마련,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을 정도다.

중학교만 나오면 영어·프랑스어·독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는 네덜란드에서도 네덜란드어를 지키려는 노력은 대단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외국어 몇 개를 구사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데다,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돼 그들의 대화를 독일인이 알아들을 정도이지만 흔들림없이 네덜란드어의 고유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말과 글을 지키지 못했던 민족은 그 문화는 물론 나라마저 잃어버린 예가 수없이 많다. 일찍이 주시경 선생은 “말과 민족과의 관계는 떼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멀리 다른 나라를 볼 것도 없이 민족의 반쪽 북쪽은 어떨까? ’물고기 떡‘ 혹은 ’고기 떡‘이라고 하면 우리 국민들은 그게 ’어묵‘이라고 알아들을 사람이 있을까?

장갑을 ‘수갑’이라 하고, ‘살이 찐 것을 ’몸났다‘고 하면 누가 알아듣겠는가? 우리는 가끔 길을 가다 건물들을 쳐다보면 “내가 지금 외국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착각이 들 정도다.

상가며 아파트 이름이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언어로 도배를 하고 심지어 공원의 화장실조차 영어로 ‘toilet’라고 써 놓은 것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소중한 우리의 한글을 파괴하고 있으니 북의 매체가 조롱하는 것을 욕할 수 있겠는가? 말로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하지 말고 나라말부터 통일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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