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국가가 한 일이라고 믿어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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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가가 한 일이라고 믿어지십니까?
  • 김용택 세종본부장
  • 승인 2022.12.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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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는 교사,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국가가 이런 교사들을 찾아 교단에서 내 쫒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 이런 공문을 내려보냈다면 믿을 시람이 있을까? 1989년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를 찾아 해임 또는 파면시키기 위해 문교부(현 교육부)가 일선 시도교육청에 보낸 ‘전교조 교사 식별법’이다. 이런 교사를 학교에서 몰아내면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칠 것인가?

<‘땡전 뉴스’를 아십니까?>

“땡전 뉴스’란 뉴스 시보를 알리는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으로 시작해 붙여진 닉네임이었다. 이 닉네임이 전국 교육청 소속 각급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를 해직·파면을 시키면서 ‘전두환 각하께서는’이... ‘전교조’는...으로 닉네임이 바뀌어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선생님을 지켜야 한다’는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000 선생님 파면 철회하라”는 플랙카드를 흔들며 시위를 하고 해직·파면된 전교조 교사들은 명동성당에 모여 천막을 치고 “민족·민주·인간화교육, 참교육을 실현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일요일이 되면 전국의 교사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방문해 명동성당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1989년 5월 28일 전교조가 창립되자,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전교조 문제를 ‘체제수호 차원’에서 인식하고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안기부 등 11개 국가기관이 총동원되어 전교조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당시 문교부는 장학편수실 소속 정신교육장학관실에 ‘교원전담실’을 설치해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소위 ‘문제교사’로 지목된 교사는 물론 공무원이 아닌 친지와 학부모 등을 사찰해왔음이 이번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진실화해위가 1년여의 조사 끝에 밝혀낸 자료에 따르면 33년 전 전교조 교사 해임 파면은 “국가가 전교조 참여 교사인 신청인들에 대해 △사찰 △탈퇴종용 △불법감금 △재판부 로비 △사법처리 △해직 등 전방위적인 탄압을 가한 중대한 인권침해”이며 이러한 탄압과정에서 △노동의 자유(노동권‧노조 등 단체결정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신청인 이부영 등 247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당시 안기부, 전교조 와해 총괄기획 기관은 법무부, 치안본부, 경찰 등이 대책팀을 구성해 “정부의 전교조 가담교사 징계에 대한 당위성 확보와 악화되고 있는 여론의 반전 차원에서 전교조 결성목표가 ‘참교육’을 빙자해 좌익이념인 ‘민중교육론’을 교육계에 확산시키는데 있음을 홍보해 국민공감대를 형성, 교육계로부터 과감히 축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1989년 8월 초 전교조 결성 활동과 관련해 231명을 입건했으며, 이중 핵심주동자 4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41명을 구속했다. 수사가 끝난 87명은 기소(구속 37, 불구속 50)됐다.

 

<전교조 교사 탈퇴·종용 과정에서 회유·협박…중앙부처에서 동사무소까지 동원>

진실화해위는 당시 전교조 가입 교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탈퇴 종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선경찰과 동장까지 나서서 가족들에게까지 회유와 협박을 가했다. 또한 교사 가족에게 ‘이혼을 요구’하거나 ‘자살소동을 종용’하는 등 탈법적인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최초 입수해 공개한 보안사가 만든 ‘진드기공작철’과 ‘보안사 민간인 사찰 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일명 ‘진드기 공작’은 국군보안부대령에 의거해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이 금지된 보안사가 1990년대까지 교육운동과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사찰을 지속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조사로 전교조 결성 및 교사 해직 과정 등에서 당시 정권차원의 전방위적인 탄압의 실상이 밝혀졌다.“며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처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 공식적인 국가기관이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정부는 33년 전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파면·해직시킨 교사 1,527명과 만들어진 빨갱이 교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불의에 저항해 아이들에게 참교육을 하겠다는 교사들에게 명예회복과 원상회복을 더 이상 방치할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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