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러시아·중국에 ‘선전포고’…재앙 부르는 윤석열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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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러시아·중국에 ‘선전포고’…재앙 부르는 윤석열의 입
  • 자주시보 강서윤 기자
  • 승인 2022.11.1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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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시보=강서윤 기자]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도 외교 참사를 부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은 여전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회원국(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10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17개 국가 정상이 함께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건넸고 언뜻 한러 양국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듯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말폭탄을 쏟아내면서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발언 순서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을 비난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존중돼야 하고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참석한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앉아 있었다.

윤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를 향해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라며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한국 정부가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동시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중국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정상회의가 끝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보충 설명에서 “보편적 가치와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정상이 러시아와 중국의 대표를 눈앞에 두고 자칫 ‘외교 관계 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는 거친 비난을 꺼냈는데, 대통령실에서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쩌면 대미추종에 사활을 건 대통령실의 시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미국에 ‘한국이 이만큼 잘하고 있있으니 잘 봐달라’는 눈도장을 찍고 싶은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대통령실의 결정이 우리나라에 몰고 올 부정적 영향이 무척 클 듯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중국·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 수출 비중에서 40%가 넘는 중국과, 원유·천연가스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를 수입하는 러시아가 우리에게 보복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고 하루 뒤 먼저 중국이 맞대응에 나섰다.

1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에서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 전문가는 “중국을 역내에서 봉쇄하기 위한 군사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의도로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아직 윤 대통령을 향한 직접 비난을 삼가는 듯하지만, 언제 어느 때라도 사드를 들여온 박근혜 정권 때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당시 중국은 한국 경제 수출, 대중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단절하는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는 대중 수출이 급감하고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던 명동 일대가 텅 비는 등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과 리커창 총리는 윤 대통령을 향해 직접 이렇다 할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한국을 겨눠 천연가스, 시멘트 생산에 쓰이는 유연탄 등 원자재 수출을 차단하는 강도 높은 대응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건설 경기가 완전히 얼어붙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앞서 10월 2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한국이 끝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돌아보면 미국과 손을 잡고 러시아·중국을 견제해온 유럽 각국의 정상들도 러시아와 중국의 바로 눈앞에서 윤 대통령처럼 심하게 들이받지는 않았다. 천연가스와 원유를 비롯한 러시아산 원자재에 의지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수출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국익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러시아·중국과 맞닿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두 나라와 관계가 나빠지면 한국이 맞닥뜨리게 될 후폭풍은 유럽 각국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군사적 위기도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남중국해 항행에 관해 철저히 미국의 편을 들면서 지금껏 볼 수 없던 규모로 북·중·러 삼국의 강도 높은 맞대응이 펼쳐질 수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에 지나치게 쏠리고 러시아·중국과 등을 돌리게 되면 우리 경제와 민생은 사계절 내내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될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한 바 있다.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표현이 있다. 윤 대통령에게 뜬금없이 공개 저격을 당한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앞으로 한국에 어떤 불이익을 줄지 단단히 벼르고 있을 듯하다.

가뜩이나 나라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처지가 윤 대통령에 의해 풍전등화(바람 앞 등불)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외교 참사를 넘어 한국과 중러관계 악화에 따른 후폭풍과 재앙을 우려하는 여론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눈 윤 대통령의 말이 나온 동아시아정상회의를 두고 14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완전히 미국으로 편을 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느냐”라고 자문한 뒤 “앞으로 우리가 굉장히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누리꾼들도 윤 대통령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성토를 쏟아냈다. 

“정말 미국이 맘대로 써버리고 마는 장기판 졸이 된 거네요.”

“뇌가 없는 행동대장 앞에 국가와 국민은 걱정스럽다.” 

“전쟁위기도 고조되고 있으니 각자도생하려면 이제 집에 벙커도 만들고 총도 사서 사격연습도 알아서 하고 그래야겠네.”

“그냥 걱정할 필요 없이 끌어내리는 게 답이다.”

1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또 어떤 무책임한 외교 참사를 벌일지 뜬눈으로 밤잠을 설칠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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