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굴욕·구걸 만남의 후폭풍과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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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굴욕·구걸 만남의 후폭풍과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2.10.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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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구걸 만남 뒤…독도 근처에서 벌어진 한·미·일 연합훈련

역대급 굴욕과 구걸로 기억되는 9월 21일(현지 시각) 뉴욕에서의 30분 한일정상 간 약식 만남 이후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예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유엔 총회 관련 일정을 알리는 공식 영문 홍보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만 쏙 빼버렸다. 윤 대통령을 대놓고 업신여긴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일본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일본이 지정한 장소로 찾아가 기시다 총리를 만난 윤 대통령이 푸대접과 홀대를 받았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자초한 욕설 파문에 문화방송(MBC)을 겨눠 ‘언론 탄압’에 나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관계의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생각”이라며 일본을 향한 ‘저자세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후 9월 30일에는 한·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은 사상 처음으로 독도와 150킬로미터가량(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독도에서 185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이라고 주장) 떨어진 동해상에서 진행됐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주축으로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쏘아 올린 상황을 가정, 요격하는 훈련이 중심이었다.

대통령실에서 공식 발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기시다 총리와의 30분 만남 과정에서 한·미·일 연합훈련 논의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욱일기를 내건 일본 자위대와의 독도 인근 해역 훈련’은 한국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독도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요구하는 기시다 총리에게 맞장구를 쳐줬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윤 대통령이 일본에 잘 보이려고 먼저 독도 인근 훈련을 제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미·일 연합훈련과 관련한 윤석열 정권의 의도를 짚어볼 만한 기사가 있다.

9월 30일 서울경제는 한·미·일 첨단 함대가 동해에서 북한 잠수함 ‘사냥 연습’을 했다며 원색적인 보도를 내놨다. 이 신문은 “일각에서 한일 간 독도영유권 갈등을 부각시키며 한·미·일 및 한일 간 협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교류하면서 더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안보협력에 친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자충수”라는 한국 해군 제독의 말을 인용, 윤석열 정권의 한·미·일 안보협력을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정리하자면 한국보다 덩치도 크고 군사적 경험도 많은 일본에 한 수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과거 일제가 무력으로 조선을 식민침탈하고 전쟁범죄를 저지른 역사를 돌아보지 않은 매우 심각한 인식이다. 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이 관습이라며 일본의 편을 든 윤석열 정권의 대일 인식도 위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을 빼놓고 미국과 얘기하는 일본

한국을 겨눠 반도체 핵심 원료 수출을 제재한 일본의 경제공격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식민침탈과 전쟁범죄를 제대로 사죄·배상하기는커녕, ‘일본이 원하는 답을 가지고 와야 정상회담을 해주겠다’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바로 이런 일본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길을 알아서 내준 셈이다.

이렇듯 윤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며 폭주기관차처럼 한·미·일 군사협력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윤 대통령의 ‘구애’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10월 4일 오전 10시 45분께 기시다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북한이 잇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에 북한이 약 5년 만에 우리나라(일본)를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협을 불렀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정상은 “일·미·한 협력을 포함한 관련 논의를 촉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10월 6일 북한이 일본 방향으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미국은 동해 공해상으로 로널드 레이건호를 또다시 보내 6일 만에 북한을 겨눈 한·미·일 연합훈련을 벌였다.

일본 매체 석간 후지는 10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해군 원자력 항모 로널드 레이건을 중핵으로 하는 항모타격군을 일본해(동해)에 다시 전개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한국과는 사전에 따로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 기시다 총리와의 전화통화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0월 6일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생명과 안전을 빈틈없이 다 잘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실에서는 25분 동안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전화 정상회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먼저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에야 윤 대통령이 허둥지둥 ‘뒷북’을 친 꼴이다. 

 ▲ 10월 6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전화 통리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이와 관련해 10월 6일 군사·안보 전문가 김종대 전 국회의원이 오마이TV에서 한 발언을 주목해보자.

김 전 의원은 “항모는 10만톤 승무원이 5천여 명, 80여 대 전투기가 떠다니는 국가(수준의 전력이)다. 항모는 연간 계획이 다 정해져 있다. 시동 한 번 거는데 1억 달러에 전단도 따라와야 한다”라며 “대통령 긴급지시가 아니면 항모 복귀는 불가능하다. 그 조치가 바이든, 기시다 전화통화 직후 이뤄졌다. 이 항모의 출동은 일본의 강력한 요구와 미국의 수락이라고 봐야지 한국은 변수가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위 주장은 윤 대통령의 ‘일본 바라기’에도 한·미·일 군사협력에서 일본이 한국을 따돌리는 정황을 잘 보여준다. 

 

윤 대통령에게 ‘친일’을 꼬드기는 자들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통화하는 사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군의 전쟁 지휘를 맡은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을 맞은 윤 대통령의 사진을 공개했다.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성과로 과시하려 한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원흉인 일본과 함께하는 연합훈련을 성과라고 여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 10월 6일 윤 대통령이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을 만났다. ©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한·미·일 군사협력에 집착하는 걸까? 먼저 윤 대통령의 뿌리 깊은 친일 인식을 꼽아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을 바다에 방출해도 아무런 해가 없다’,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다’라는 막말을 꺼내 친일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또 한일 기본협정 반대 시위 당시 ‘일본 정부 1호 국비장학생’으로 일본에서 유학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아버지라는 점도 윤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현대판 친일파’들을 측근으로 두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정권의 대일 정책 설계자로 꼽힌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앞둔 9월 15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라고 발표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후 실제로는 최악의 외교 참사가 벌어졌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외교 참사 뒤에도 김 차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 저자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0분 구걸 만남, 해상자위대의 독도 근처 해역 진입에 뒤이어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굴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대북 선제타격·원점타격,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 같은 윤 대통령의 막말도 모두 앞서 김 차장이 쓴 논문에 담긴 내용이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김 차장이 윤 대통령의 ‘가정 교사’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김 차장은 이명박 정권 때 대외전략비서관을 지내며 한일 정책의 실세로 알려졌던 인사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졍(GSOMIA·지소미아)을 밀실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쫓겨나다시피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런 인사가 윤석열 정권 들어 부활해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보직을 꿰찬 것이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권성동, 정진석 국회의원도 모두 이명박 정권 당시 인사들이다. 특히 정진석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일관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선봉에 섰다. 저들은 무능한 윤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세우고 일본과 협력한 대가로 자신들에게 떨어질 떡고물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과거 박정희 정권 당시 친일 정치인들은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밀어붙인 대가로 막대한 자금을 챙겼다. 송철원 현대사기록연구원 이사장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일본에서 6,500만 달러, 현재 기준으로 계산하면 37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뒷돈을 받았다고 한다.

노골적으로 친일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권에서 과연 박정희 정권 때와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을까? 이런 목소리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보인다.

일본은 스스로 비위를 맞추는 윤 대통령을 디딤돌 삼아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일제 패망 이후 처음으로 독도 근처에 자위대를 들이면서 자위대의 정규군화는 물론, 독도를 일본의 땅이라고 주장할 명분까지 챙겼다.

윤석열 정권 들어 일본에 또다시 엄청난 굴욕을 당한 것도 모자라 ‘자위대 재침’의 길까지 열렸으니 많은 국민이 분개하고 통탄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 듯하다.

촛불 민심은 매주 토요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를 탄핵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다. 윤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게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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