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국어 강사가 분석한 ‘바이든’과 ‘날리믄’!
상태바
[유영안 칼럼] 국어 강사가 분석한 ‘바이든’과 ‘날리믄’!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9.27 2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황교익 페이스북
© 황교익 페이스북

윤석열의 ‘빈손 외교, 굴욕 외교, 막말 외교’가 논란이 된 가운데, 김은혜의 해명 아닌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윤석열은 바이든이 초청한 글로벌 기금 모임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안보 실장 옆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회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이 얼마나 쪽팔릴꼬.”

그런데 이 말이 논란이 되자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 수석이 15시간 만에 “이 새끼들은 미 의회가 아니라 더불어 민주당이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믄‘이다.” 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물론 보수층에서 조롱이 쏟아져 나오고, “전국민 청력테스트 하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김학의 사건 때는 ‘전국민 시력 테스트’를 한 바 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김은혜의 변명을 패러디해 “태극기 휘바이든”, “봄바람 휘바이든” 하는 패러디물을 만들어 올렸다. 즉 김은혜는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이런 걸 다른 말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한다.

한편 각 방송사에서 주변의 잡음을 제거하고 영상을 다시 올리자 확실하게 “바이든”이라고 들렸다. 오죽했으면 국힘당 청년 최고위원도 “바이든이 맞다”라고 실토했겠는가? 한편, 음파 분석으로 유명한 00대학 교수는 “분석 결과 판정 불과”라고 밝혔다. 사실상 정권 눈치를 본 것이다. 국민대가 김건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을 알고도 “부정 행위가 없었다”고 밝힌 것과 흡사하다.

필자는 약 30년 동안 고등학생 및 재수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그래서 김은혜가 변명한 것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감정적 대응이 아닌 ‘학술적 대응’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문제가 되는 말은 “바이든”이냐 “날리믄”이냐이다. 이때 분석의 키는 ’ㅂ‘과 ’ㄴ‘이다. 이것을 한글의 자음체계도를 통해 분석해 보자. 

▲ 자음 체계도 
▲ 자음 체계도 

위의 자음 체계도를 보면, ‘ㅂ’은 예사소리이고 입술소리(양순음)이면서 파열음인 반면에 ‘ㄴ’은 울림소리 중 비음(콧소리)이고 잇몸소리(치조음)이란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ㅂ’과 ‘ㄴ’은 조음의 위치도 다르고 조음방법도 다르다. 즉 김은혜의 변명은 음의 유사성을 이용한 장난 즉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비슷한 문법 현상으로 ‘동음이의어’와 ‘다의어’가 있는데, ‘바이든’과 ‘날리믄’은 동음이이의어도 아니고 다의어도 아니다.

김은혜는 윤석열이 막말을 한 지 15시간 후에 문제의 해명을 했다. 짐작하건대 대통령실 참모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이 국면을 벗어날까 연구하다가 누군가 “바이든을 날리믄으로 하면 어떨까요?” 하고 건의한 것 같다.

청각은 종종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매미 소리도 “맴맴”하고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씨발시발”하고 욕하는 것 같다. 즉 의식이 소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김은혜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한 것 같다. 그러나 언어학적으로 분석하면 김은혜의 변명이 가소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글 자음의 조음 위치  
▲ 한글 자음의 조음 위치  

위의 그림에서 보듯 ‘ㅂ’과 ‘ㄴ’은 조음의 위치와 방법이 서로 다르다. ‘바이든’과 ‘날리믄’은 또 하나의 다른 특징이 있다. ‘바’엔 받침이 없지만 ‘날’엔 받침이 있다. 따라서 각각 모음의 위치는 같지만 자음의 소리는 다르게 들리게 되어 있다. ‘날리믄’은 ‘날리면’의 서울식 발음이라고 하는데 언어학적 근거는 없다. ‘날’에서 ‘ㄹ’은 울림소리이고 유음이다. ‘리’에서 ‘ㄹ’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발음을 하면 ‘날리믄’은 실제로는 ‘날니믄’으로 들린다.

다음으로 ‘든’과 ‘믄’을 분석해 보자. ‘ㄷ’은 예사소리에 잇몸소리(치조음)이고 파열음이다. 반면에 ‘ㅁ’은 울림소리이면서 비음이다. 따라서 조음위치와 방법이 서로 다르다. ‘바이든’과 ‘날리믄’에서 유일하게 같은 것은 모음 ‘ㅏ,ㅣ,ㅡ’다. 따라서 자음이 달라도 비슷하게 들리는 수가 있다. 특히 자막으로 ‘바이든’이 나오면 ‘바이든’으로 들리는 것 같고, 자막으로 ‘날리믄’이 나오면 ‘날리믄’으로 들리는 것 같다. 의식이 음성을 지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황으로 분석해 보아도 “바이든”이 맞다. 바이든이 글로벌 공모 펀드에 60억 달러를 추가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 의회 중 공화당(트럼프 소속)이 반대할 것을 예상하고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이 얼마나 쪽팔릴꼬” 한 것이다. 한국이 기부하기로 약속한 1억 달러는 국회 승인 없이 외교부의 국제 기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따라서 정황으로 보나 문맥으로 보나 ‘바이든’이 맞다. 

15시간 만에 해명을 하던 김은혜의 표정이 어두워보였다. 마치 “내가 이런 걸 해명하려고 홍보수석을 했던가, 자괴감이 든다.” 그런 표정이었다. 한때 잘 나가던 MBC앵커가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는지 측은지심이 든다.

이 모든 진실은 윤석열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새끼’가 미 의회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바이든’이든 ‘말리믄’이든 일국의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그런 비속어를 쓴 것 자체가 윤석열의 저속함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김은혜의 해명은 오히려 미국에서도 욕먹고 한국에서도 욕을 먹는 이른바 ‘묻고 더블로 가다가 피박을 쓴 것’ 격이 되어버렸다.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이고,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며,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필자 역시 “내가 이런 걸 분석하려고 30년 동안 국어를 가르쳤던가” 하고 자괴감이 든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이런 꼴이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고 분통도 터진다. 능력이 없으면 겸손이라도 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권은 무능한데다 오만불손하니 출범 4개월 만에 탄핵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권은 국면을 전환한답시고 또 다시 서해 공무원 사건, 북한 주민 북송 사건, 대장동, 백현동,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법인 카드를 새삼스럽게 꺼내 난리를 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탄핵마일리지만 쌓일 것이다. 박근혜가 무슨 내란, 외란을 일으켜 탄핵되었는가?

이제 광화문에 촛불 시민이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촛불이 일어나면 수방사도 국정원도 검찰도 경찰도 건진도 천공도 막을 수 없다. 10월 24일에 전국촛불대회가 열린다고 하니 탄핵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