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국가보안법이 사라져야 한국 정치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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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 “국가보안법이 사라져야 한국 정치 바뀐다”
  • 충청메시지 조성우
  • 승인 2022.09.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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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6일 “국가보안법이 사라져야 한국정치가 바뀐다”며 “진보당은 국보법 폐지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윤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 촉구 각계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10만 당원을 가진 제3당인 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 분단체제 속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은 진보정치의 성장을 두고 보지 않았고, 보수세력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통합진보당 선긋기에 바빴다”며 “진보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기득권 양당체제는 더 견고해졌고, 정치는 민생에서 더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애초에 태생부터 폐지를 전제할 정도로 독소조항이 심각한 법률인 국가보안법이 70년을 넘게 살아있다”며 “분단체제의 산물이었으나 지금은 분단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은 정권 유지를 위해 학생단체, 정당, 노동조합, 소수자, 심지어 세월호 가족에게 까지 불온한 딱지를 붙여 사회에서 분리하려 했다”며 “사회구성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논하는 것조차 어려운 사회로 만들었다. 국가보안법과 민주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상임대표는 “진보당은 헌재의 판결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기회가 만들어 지길 바란다”고 헌재의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한편, 헌재는 오는 15일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 국가보안법 2조와 7조(2조 1항과 7조 1항, 3항, 5항 등)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을 연다.

다음은 기자회견문이다.

기자회견문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4년이 되는 올해,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2조와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에 대한 위헌심판사건들의 공개변론기일을 2022년 9월 15일로 지정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여덟 번째 위헌심판을 앞두고 있는 우리의 심경은 비장하다. 이 악법의 탄생 이후 최초의 위헌선언으로 74년간의 질곡이 끊어지고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하게 될지, 아니면 이대로 멈춰 또다시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실로 절체절명의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해방직후 처벌되었어야 할 반민족행위자들이 권력에 재진입하기 위해 되살려낸 일제 식민통치의 유산이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 직후 반민족행위자처벌법이 시행되자 위기에 처한 식민지배의 충실한 집행자들은 반민족행위자처벌 정국을 반공정국으로 바꾸기 위해 조선인의 독립운동을 탄압했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본따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사상탄압법이라는 비판이 거세자 당시 이승만 정부는 형법 제정 전 ‘비상시기의 임시조치법’이라고 강조했다. 1953년 형법 제정안 초안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 법률 목록에 포함하고 있었다. 국가보안법은 형법 제정과 함께 임시조치법으로서 목적과 효용을 다하여 진작 폐기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전시의 치안유지와 국민정서’라는 모호한 명분으로 존치되었고 처벌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형량을 강화하며, 공안수사기관에 큰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7차례나 개악되면서 질기게도 살아남아, 사실상 정권 안보 유지의 핵심적 수단이자 정치적 반대 세력과 의견을 처벌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다. 이 법을 근거로 수많은 시국 사건 및 용공 조작 사건들을 양산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을 탄압하고, 국민들의 인권을 무참히 침해해왔다. 국가보안법 스스로 제1조에서 규정한 ‘필요최소한도의 해석적용, 확대해석 금지, 헌법상 기본적 인권의 부당한 제한금지’는 완전히 사문화되었고, 국가보안법의 실제 목적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에 있지 않았다는 것도 역사적으로 반증되었다.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은 명백하다.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의 자기검열을 강제하는 헌법 위의 법으로 군림해왔다. 이 법은 특정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을 금지하고 국가가 허락한 사상이나 신념만을 허용한다. 행위의 결과가 아닌 행위자의 이력과 성향을 기준으로 수사기관의 자의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 침묵할 자유마저 인정하지 않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 평화통일의 상대방인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남북관계에 관한 특정 의견을 형사처벌함으로써 통일정책 수립에 관한 국민주권원리를 훼손하며, 평화적 교류로 나아가려는 민간의 노력조차 가로막아 헌법상 국제평화주의와 평화통일원리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특히 국가보안법 제7조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직접적인 표현 행위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표현으로 나아가기 전에 읽고 쓰고 생각한 내용조차 처벌하여 헌법상 인간 존엄, 사상과 표현의 자유 등을 근본에서부터 침해한다. 명백‧현존 위험에 이르지 않는 표현과 결사도 금지하여 학문과 예술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심지어 표현물을 외부에 전파하기 이전단계인 ‘제작‧소지‧취득’마저 처벌함으로써 내심의 자유의 절대적 보장원칙에도 반하고, ‘찬양‧고무‧동조’ 등 개념이 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에도 반한다. 국제 냉전체제 종식에 발맞춘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오늘날,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구성원 모두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2조도 더는 실효성이 없다.

국내외 인권단체들도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폐지입장을 표명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데 이어, 이번에도 헌법재판소에 의견 제출을 전원위원회에서 의결하였다. 유엔의 국제인권기구들도 1990년대부터 꾸준히 국가보안법 폐지와 개정을 권고했고, 올해 6월 방한했던 유엔 진실정의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를 다시 한번 권고하였다.

그럼에도 아직도 국가보안법 적용은 계속되고 있다. 10만 명의 국민이 국가보안법 전부폐지 청원안을 국회에 상정시킨 바로 그때 통일운동가는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구속되었다.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815노동자대회에서 북측의 연대사를 낭독한 노동자들은 고발당했다.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은 비단 ‘특이한’ 일부 국민이 아니다. 전 세계 수십억 인구 중 오직 우리 국민만이 허가 없이는 북한을 오갈 수도 북한 주민들과 만날 수도 없다. 출판물과 소식을 보아서도 안 된다. 수십 년간 쌓여온 수많은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들은, 말하고 표현할 자유, 자신의 의지로 사고할 자유와 같은 가장 근본적인 인권이 과연 대한민국에서 진정으로 보장되고 있는지 묻게 한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꽃피는 민주주의는 국가보안법으로 여전히 질식당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한, 국민 모두가 피해자다.

2004년 이후 17년 만에 다시 국가보안법 폐지의 열망이 모였다. 국회에는 제7조 폐지안, 전부폐지안들이 이미 발의되었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동의청원도 성립되었다. 2017년 수원지법, 2019년 대전지법이 제7조 1항, 5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법재판소도 마지막 심판을 한 2018년에 제7조 5항 중 ‘소지’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관 5인이 이미 위헌 의견을 낸 바 있다. 이미 국가보안법 위헌성의 역사적, 법적 근거와 독소조항 폐지의 필요성은 차고도 넘친다.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역사 속 유물이 되었어야 할 국가보안법이 2022년에도 적용되는 현실에서 진정한 자유와 민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9월 15일 공개변론에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폭넓게 논의하고, 이번에야말로 대표 독소조항인 7조, 2조에 대하여 단 한 문구만이라도 위헌결정을 내려야 한다. 해방 이후 냉전과 대결의 76년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내면을 점령한 혐오와 배제, 차별의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가로막은 이 악법이 더이상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음을 천명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역사와 민중의 오랜 염원에 화답하여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전진의 초석을 놓아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2022년 9월 6일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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