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인 2015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국민에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행위라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마치 1995년 7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항쟁 유혈진압 등으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노태우에게 당시 장윤석 부장판사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면죄부를 준 것과 같은 논리다.
7년 후 2022년 8월 30일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 피해자 71명이 낸 국가 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과정은 불법이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는 이전 대법원 판례를 7년 만에 뒤집은 결정이다.
<긴급조치의 주인공 헌법 위에 군림했던 박정희>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4ㆍ19의거 및 5ㆍ16혁명의 이념을 계승하고...” 1972년 박정희가 만든 유신헌법은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놀랍게도 유신헌법 제1장 총강 제1조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또 제8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주권자가 나라의 주인이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겟다는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을 이렇게 박제화시킨 것이다.
<박정희의 긴급조치는 헌법보다 상위법이었다>
박정희는 ‘주권자가 나라의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인 나라’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유신헌법 제 1조 ①항의 헌법을 두고 어떻게 긴급조치라는 헌법의 상위법(긴급조치)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런 헌법을 두고 박정희는 ‘1975년 5월 13일 오후 3시, ‘헌법에 대한 일체의 비판이나 반대 논의를 금지’하는 긴급조치 9호를 선포’했다.
긴급조치 9호는 ‘헌법을 부정·반대·왜곡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선동하는 행위’ ‘학생의 집회·시위, 정치관여 행위’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9호 위반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시민들이 대거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법원은 ‘정찰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박정희가 저지른 죄>
박근혜는 아버지의 헌법 파괴를 따라 배우다 위헌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박정희는 박정희는 4·19 혁명정부를 무너뜨린 5·16 군사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자다. 그는 정변을 혁명으로 호도하고 헌법위에 군림해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죄를 저지른다.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로 시작한 혁명공약은 <인민혁명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동백림 사건, 울릉도 간첩사건, 미법도 간첩사건, 심문규 간첩사건, 이수근 간첩사건, 11.22 사건, 문인간첩단 사건, 형제 간첩사건,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유럽간첩단 사건, NH회 학원침투 간첩사건,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등의 수많은 간첩조작사건을 만들어 사법살인을 저지르고 무고한 사람들을 해친 공안정국을 조성하였다.
그 정도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박정희의 공포정치에 ‘보고도 못 본채, 귀가 있어도 들어도 못들은 채, 입이 있도 말도 못하는 공포정치’에 떨어야 했다. “고려대 NH회 사건, 정인숙 살해사건과 같은 민간인 암살사건, 김상진 할복 사건과 전태일 분신사건이며 국가재건최고회의 설립, 굴욕적인 한일협정, 언론탄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부산 마산시민들은 부마민주항쟁으로 저항에 나서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충성스런 부하 김재규의 손에 생을 마쳤지만 박정희시대는 우리역사에서 두 번 다시 있어서 안될 공포정치의 주인공이였다.
<박정희는 어떤 인물인가?>
일제 강점기시대 ‘천황폐하에 충성맹세’를 한 친일매국노, 만주와 간도에서 독립군을 토벌하던 일본군 장교, 4·19혁명을 군사반란으로 무너뜨린 쿠데타 주모자, 유신헌법을 만들어 종신대통령을 꿈꾸던 독재자, 5·16군사반란 주모자, 10월유신 선포, 베트남전쟁, 대미종속외교, 새나라자동차 사건, 워커힐 사건, 증권파동(주가조작), 빠찡코 사건 등 사대의혹사건, 재벌 세습 문제, 공금 횡령 및 비자금 조성·분식회계·주가조작·세금포탈 등의 각종 비리와 노동착취, 노조탄압.... 등 박정희가 저지를 악행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재벌의 족벌 경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만든 원조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박정희가 원조다. 사카린 밀수 사건을 비롯한 만성적인 외채경제 시대를 만들고, 국가보안법으로 정적을 제거했는가 하면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전신)를 만들어 주권자를 감시하던 독재자,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가 박정희 사후 최태민, 최순실, 정윤회 등의 수중에 넘어간 사건은 사유재산 강탈사건이다.
<박정희를 따라배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놀랍게도 이런 박정희를 따라 배우겠다는 사람이 있다. 이재명 후보와 0.73%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이다. 그는 "우리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시고, 농촌 새마을운동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혁명을 이뤄내신 분"이라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셨다"고 극찬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대전환기이고,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해야 하는 때"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사회혁명을 지금의 시대에 맞춰 다시 꼼꼼하게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내각을 어떻게 운영했고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그런 자료를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분들을 찾아뵙고 당시 어떻게 나라 국정을 이끌었는지 배우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그는 어떤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