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중단이 감염병 확산 때문이라고...?
상태바
‘도어스테핑’ 중단이 감염병 확산 때문이라고...?
  • 김용택
  • 승인 2022.07.12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로 말해야 멋있다”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김용택 세종본부장
김용택 세종본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달 10일, 여당 지도부와의 첫 공식회동에서 용산공원 명칭에 대해 "공원 주변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작은 동상들을 세우고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또 "미군 부지를 모두 돌려받으면 센트럴파크보다 더 큰 공원이 된다"면서 미국식 모델을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역시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집무동)을 본떠 배치됐다.

용산공원을 ‘내셔널메모리얼파크’라고 하면 멋있다니.... 윤석열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도가 지나쳐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윤대통령은 “미국식 거버먼트 어토니”니,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탈(human capial 인적자원)이라하고, "부산항이 세계적인 초대형 메가포트(거대 항구)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도 했다. “거대한 메가포트를 만드는...”이니, “도어 스테핑”,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변호사)는 윤석열대통령의 영어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영어 단어 몇개를 금과옥조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더러운 문화사대주의자가 있다. 개인이냐 인품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병에 걸리면 국제적인 망신거리다. 2013년 5월 9일 박근혜 전대통령이 미의회 합동연설에서 영어로 말해 극찬(?)을 받았던 일이 있다. 나라경제를 살린(?) 박정희가 존경스러워 못견디는 유신병에 걸린 환자들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국제무대에서 영어로 연설하는게 얼마나 우러러 보였겠는가? 영어 단어 몇 개를 섞어 쓰는 것도 우러러 보이는데(?) 그것도 거룩한(?) 미국 상하양원합동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라니...

 

<‘도어 스테핑’이 화제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 취재를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며, 대변인의 브리핑도 가급적 서면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 11일 오전 대통령실은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사무 공간이 매우 밀집해 있는 데다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분리돼 있지 않다. 그만큼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점을 감안해 이처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말 그게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진짜 이유일까? ‘도어스테핑’이란 '정보를 얻거나 정치적 유세, 조사를 위하여 집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 말인 '약식 기자회견'을 두고 영어로 ‘도어스테핑’이라고 했을까? 그 ‘약식 기자회견’인지 ‘도어스테핑’인지가 코로나 19 감염 위험 때문이 아니라 윤대통령의 무식이 탄로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극약처방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아는데... 구차스럽게 감염병 운운하다니... 어차피 윤대통령의 언행으로 보아 앞으로 지지율이 올라갈 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영어로 쓰면 멋있다니...>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자국어가 멋이 없고 영어로 쓰면 멋이 있다니... 이게 과연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지금 해외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한류문화에 박수를 치고 있다. 윤대통령은 영어 몇 개 섞어 쓰면 국민들이 부러워하고 존경할 것이라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그의 영어 사랑은 문화사대주의로 국민들의 ‘웃음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런 수치스러운 ‘영어사랑 병’은 윤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도 "외국을 다녀보면 다 알겠지만, 영어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좋은 일자리를 얻느냐 못 얻느냐 등 소득의 차이가 난다"면서 "비영어권 나라에서 국민이 영어를 잘 하는 나라가 국민이 영어를 잘 쓰지 못하는 나라보다 훨씬 더 잘 산다"고 말해 국민들의 웃음거리가 됐던 일도 있다.

영어를 배척하자는게 아니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고 전 세계인구의 25%가 영어를 구사하고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의 80%는 영어로 작성돼 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쥐고 있는 패권을 무너뜨리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영어가 필요한 사람은 많이 배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 세종임금이 만든 귀한 한글이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우리글 우리말을 두고 남의 나라 말 단어 몇 개를 섞어 쓴다고 존경받겠는가?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윤대통령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분이니 법을 모를리 없겠지만 이게 국어기본법 제2조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국민들 앞에 허세를 떨다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국어기본법부터 다시 읽어 보기를 바란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