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이상민 장관은 21세기 ‘신돈’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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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이상민 장관은 21세기 ‘신돈’이 되고 싶은가?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7.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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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중천(中天)에 떠 이셔 임의(任意)로 다니면셔

구태야 광명(光明)한 날빗츨 따라가며 덥나니.

위의 시조는 고려말 공양왕 때 승려 신돈을 비판한 이존오의 시조다. 초장에서 ‘구룸’은 간신, 즉 신돈을 지칭한 것으로, 공민왕이 총애하는 신돈이 충신이 아닌 간신으로 사심이 많음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중장은 공민왕의 총애를 받아 높은 직책에 올라 권세를 휘두르는 신돈의 모습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것이고, 종장은 간신 신돈이 공명왕을 어리석게 하고 있음을 우의적으로 풍자한 것이다.

시대별로 간신이 존재했지만 신돈만큼 엇갈리는 평가를 받은 사람도 드물다. 고려를 바꾸려는 혁명가로 활동했지만 결국 자신도 권력에 취해 음주가무를 즐기다가 결국 피살되었다.

윤석열이 행안부 장관으로 충암고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졸업에 판사 출신인 이상민을 임명했다. 거기까지야 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상민이 행안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벌어졌다.

이상민은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해 14만 전국 경찰을 뒤집어 놓았다. 각 경찰청에서 집회가 열리고 현수막이 걸리자 이상민은 일선 파출소를 찾아다니며 오해라고 해명했다.

행안부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 지휘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21일 발표했다. 이게 논란이 되자 이상민은 “법대로”를 외치며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경찰청 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증했으나 윤석열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민정수석실을 없앤 대신에 그 권한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사실상 고위공직자 전체를 한동훈이 관장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이상민이 거기에 부화뇌동하듯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형식적으로는 권한이 강해진 경찰을 관리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경찰국이 경찰의 인사, 예산, 징계 등을 행사해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지난 1991년 이후 치안은 지금의 경찰청이 담당했고, 경찰청은 형식적으로는 행안부의 외청이지만 사실상 독립된 상태에서 운영되었다. 1991년 이전에는 내무부 치안본부로 존재해 그 유명한 박종절 물고문 치사 사건을 벌인 곳이 바로 치안본부 남영동 분실이었다. ‘책상을 탁 처니 억 하고 죽었다.’란 말은 유명하다. 이 사건은 나중에 영화 ‘1987’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

경찰국 신설이 논란이 되자 이상민은 PPT 자료까지 들고 나와 행안부 내부에 경찰 통제 조직을 만드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헌법에서 각부 장관에게 소관사무에 관한 부령 제·개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정부조직법에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이 치안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상민은 자기만의 논리로 경찰국 신설이 위헌이 아니라고 하지만 대다수 헌법 학자나 일선 경찰들의 생각은 완전 다르다. 정부 조직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에는 치안을 관활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부령’으로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높다.

한편 이상민 장관의 과거 행적도 새롭게 소환되고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따르면 이상민은 판사 시절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을 지키려고 동분서주했다. 특히 친일재산귀속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대법원에 낸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신청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상민은 자신은 전관으로서 이름을 올린 것뿐이고 해당 재판의 성격과 쟁점이 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너무나 자주 듣던 우연 또는 기억상실 등과 같은 종류의 답변이다.

친일파 자손들 개별 소송 참여도 모자라 친일재산귀속법이라는 법의 취지마저 부정하려 든 사람이 행안부 장관이라니 기가 막히다. 윤석열은 “일제 강점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한 게 아니라 경영했다.”라고 말한 사람을 비서로 임명하기도 했다.

윤석열은 그 전에 윤봉길 기념관에서 대선 출정식을 하며 “문재인 정부가 죽창가로 한일관계를 망쳤다.”라고 했고,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하지도 않았고, 방사능 유출도 없었다.” 며 일본을 편들었다.

윤석열의 이러한 ‘친일적 발언’에 사람들이 의이해 했는데, 나중에 그 이유가 밝혀졌다. 윤석열의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는 일본 문부성이 초청한 한국 최초 일본 유학생이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을 추앙했을 것으로 추론된다.

이상민이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려 하자 4일 경찰들의 집단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30년 넘에 경찰에 종사한 경찰들이 눈물을 흘르며 삭발하는 모습에 전국 14만 경찰들이 같이 울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도 삭발 및 단식이 계속된다고 한다. 경찰이 정부에 집단 반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경찰통제안을 부령으로 구체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헌법에서 각 부 장관에게 소관 사무에 관한 부령 제·개정 권한을 부여한 만큼 행안부 장관이 치안업무를 직접 지휘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확인·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행안부가 경찰의 인사권을 쥐게 된다는 점에서 경찰을 사실상 정권에 예속시켜 ‘권력의 충견’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000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수사에 관해 어떤 보고를 받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해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령 통해 경찰 통제를 위한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정부조직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이) 주로 치안 관련 업무에 대해서만 지휘할 수 있지만, 경찰국을 신설하고 인사권한을 틀어쥔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민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현행 법률로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인사를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하는데, 그래도 (검찰에서 정권 대상으로) 다 수사했다. 경찰이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행안부가 경찰 인사권을 쥐더라도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경찰국을 신설할 게 아니라 경찰 통제 주체인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위는 경찰 행정의 최고 심의기구다. 000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 장관 발언대로 그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왔고, 이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현행 경찰법에 적시돼 있는 경찰 관리·운영의 주체는 행안부가 아닌 국가경찰위원회”라고 밝혔다.

경찰법 1조는 ‘경찰의 민주적인 관리·운영과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범위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의 관리·운영 주체는 국가경찰위원회, 임무수행의 주체는 경찰청인 것이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찰위를 형해화해 경찰위 권한을 행안부가 행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경찰을) 지휘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간 경찰제도 개선을 위해 내무부(행안부 전신), 행안부에서 (경찰을) 분리하려 노력해온 것들을 다시 뒤집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31년 전 내무부(현 행안부) 소속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할 수 있다.

이상민이 이처럼 억지를 부리면 후에 역사는 이상민을 ‘21세기 신돈’으로 기록할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민심과 역사는 영원하다. 이상민 장관이 지금처럼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다간 역사의 철퇴를 맞고 패가망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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