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 ICBM을 언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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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 ICBM을 언급하다.
  • 우리사회연구소
  • 승인 2017.02.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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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반도 정세

2월 13일,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북한은 크고 큰 문제(a big, big problem)이며 아주 강하게(very strongly) 다루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3월 초에는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예정되어 있는데 벌써부터 미국은 "상상넘는 군사력 보여줄 것"이라고 하고 북한선제타격과 같은 초강경책을 꺼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이어집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 2017년의 한반도 정세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 미사일 발사를 강요한 한미

트럼프의 발언은 2월 12일, 북한이 새 형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한데 따른 반응이었습니다. 언론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대서특필하며 이를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려 합니다. 하지만 한미당국의 대북정책을 살펴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오히려 한미가 초래한 결과라는 착각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한미당국은 무분별한 대북적대정책을 전면화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돌이킬 수 없을만큼 증폭시켰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데 이어 지난 3월 2일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을 이끌었습니다.

한미군당국은 지난 7월 8일, 한반도 사드배치를 전격 발표하였습니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휴전선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미-중 간의 신냉전갈등을 더욱 조장할 뿐입니다. 미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를 전면화하는 것을 통해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고 대북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미국은 사드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중국의 베이징 일대 구역까지 사드 레이더로 샅샅이 정탐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미국은 미-중간 갈등이 촉발될 경우,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단도 갖추게 됩니다.

박근혜 정권은 ‘참수작전’이라는 북한 지휘부 타격작전을 언론에 공개하고 이를 위한 군대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지난 9월 북한 북부지역에 수해가 났을 때, 박근혜 정권은 저들이 만든 북한인권법에도 규정해놓은 인도적 수해지원조차 외면해버렸습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의 제5차 핵시험 직후 정부 성명에서 “무모한 도발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강력한 국제사회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직면할 것”이라며 “경제 또한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종국적으로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라고 경고하였습니다.

대북적대정책을 추구한 미국 민주당은 미국 대선에서 패배하였지만 신임 트럼프 행정부도 대북적대정책을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설령 불개입주의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안보패권의 결정적 기능을 하는 태평양사령부의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일 3각공조를 강화해 한미일 3각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고자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북극성 2형으로 응수한 북한

이러한 압박의 과정에서 2월 12일, 북극성 2형 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트럼프가 말한 대로 북한은 트럼프행정부에게 “크고 큰 문제(a big, big problem)”임이 분명합니다.

트럼프의 발언을 정치적 발언이나 괜한 엄살로 치부하기만은 어렵습니다. 북한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들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면서 미 본토를 타격할 핵타격수단을 사실상 완성하였다는 것을 시위하려는 듯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지난 2016년을 “우리 당과 조국력사에 특기할 혁명적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다고 평가하면서 국방분야에 대해 “주체조선의 국방력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여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군사강국으로 솟구쳐올랐습니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남쪽에 널리 알려진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이란 언급도 지난해 북한이 동방의 핵강국으로 부상하였다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북한이 군사력 강화로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것은 군력을 앞세워 국사를 추진해나가는 그들의 선군정치방식에 입각한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들의 군사력을 시위하듯, 2월 12일에 신형의 미사일을 발사하였습니다. 미사일은 2월 12일 오전 8시경 평양 북쪽에서 발사되어 최대 고도 550km를 기록하며 사거리 500km를 날았다고 합니다. 발사각도가 89도로 고각발사되었습니다.

한미연합군은 미사일의 형태를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군은 12일 발사 직후, 북한 미사일이 노동급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2차 브리핑 때는 “비행 속도가 노동급보다는 빠르다”며 ‘무수단 개량형’이라고 정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북측의 발표에 따르면 이는 북극성 2형이었습니다. 

북극성은 지난 2016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여 성공하였을 당시 쏘았던 SLBM입니다. 북한이 6개월만에 SLBM의 그 지대지 계량형을 공개한 것입니다.

국가정보원도 2월 14일 국회 정보위에 북극성2형의 비행속도를 마하 8.5(음속의 8.5배)라고 보고했다가 망신을 당하였습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속도가 대체로 마하 10을 오가기 때문입니다. 합동참모본부도 마하 9.5에서 10으로 분석하자 국정원도 이후 마하 10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정부당국이 북한 미사일의 재원과 개발추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북극성 2형, 왜 호들갑인가

2월 12일의 미사일 실험은, 신년사에서 언급되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문제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첫째, 북극성 2형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이용한 발사체였습니다.

액체연료를 이용한 미사일은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지만 발사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므로 30분 가량의 연료주입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부분을 간파한 합동참모본부는 그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임박단계에 진입하면 발사 전에 북한미사일을 파괴하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장면을 포착하면 30분 이내에 파괴해 발사를 미연에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가 이미 탑재되어 있으므로 연료주입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차량이동형 미사일의 경우 은폐되어 있던 미사일 발사대가 발사할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발사관을 세우는 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발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발사까지 4분여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북한도 한미연합군의 선제타격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둘째, 북극성 2형 미사일은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차량이동형 미사일은 차륜형 구조로 길이가 긴 특수차량에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차량이동형 탄도미사일은 특정 격납고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 싣고 다니기 때문에 위치포착이 힘들다고 하지만 미사일 탑재 차량이 매우 커서 대형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북한의 도로포장률이 높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군당국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도 정탐자산을 총동원해 추적하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은 타이어 차량이 아니라 무한궤도 차량에 탑재되었습니다. 이제 북한미사일은 포장과 비포장을 구분하지 않고 도로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은폐와 이동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미사일 발사대에 무한궤도를 사용한 것은 고체연료 로켓을 적용하게 되면서 내부 구조가 훨씬 간편해지고, 그에 따라 고장의 위험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한미당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전에 식별해내기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셋째, 콜드런치 방식으로 발사되었습니다.

미사일은 발사방식에 따라 발사관 내부에서 점화되어 날아가는 핫런치와 발사관 바깥에서 점화되는 콜드런치로 나뉩니다. 북극성 2형 미사일은 미사일 동체가 발사관을 튀어나온 후에 점화가 이뤄지는 콜드런치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콜드런치의 경우 미사일 발사가 사출과 점화의 2단계로 이뤄지기에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아울러 콜드런치는 처음 정지상태에서 미사일 연료에 본격적 점화가 시작되기 이전인 사출단계에서부터 가스분사를 통해 동체가 수직방향으로 튀어나오므로 점화 이후 속도는 핫런치에 비해 훨씬 빨리 가속될 수 있습니다. 

적외선을 이용한 열추적 레이더의 탐지가 조금이라도 늦어질 상황이 우려됩니다. 또한 콜드런치를 이용할 경우 미사일 발사관을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입장에서는 경제적인 발사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정상적 각도로 발사하였다면 2000-3000km 까지 비행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이 경우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휴전선에서 3200 km 떨어진 괌까지 타격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미 태평양사령부 전역을 사정거리에 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을 토대로 판단하건데 북한이 대형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며 군사용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과정이 확실한 만큼 매우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엔진의 크기가 커질수록 제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관련 기술의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순조롭게 가열되고 쉽게 폭발하지 않는 대형 엔진을 제조하는 것이야말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2단계 로켓용 엔진을 먼저 시험한 뒤 더 큰 규모의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통상적 수순이라며, 이 과정이 끝나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필요한 엔진을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1, 2단계 로켓의 엔진 시험과 제작을 모두 끝낸다 하더라도 즉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는 없다며, 유도제어 장치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개발 등 거쳐야 할 단계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브루스 벡톨 미국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 변화된 국제적 위상

<통일뉴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 성공을 계기로 “이제는 우리의 로케트 공업이 액체로케트 발동기로부터 대출력고체로케트 발동기에로 확고히 전환되었으며 견본모방형이 아니라 개발창조형공업으로 비상히 강화발전되었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핵시험에 이어 이번 고체연료 로켓시험을 통해 대미군사적 대응능력을 질적으로 향상시켰음을 자평하는 표현입니다.

북한의 내각 및 최고인민회의 기관지인 <민주조선>도 2월 21일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오늘날 조미(북미)관계는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 관계로 완전히 정립되었으며 이 관계는 그 누가 어쩐다고 하여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고 보도하였다고 합니다.

핵보유국의 지위는 미국이 주도하는 핵통제체제인 NPT체제에서 규정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NPT를 탈퇴하여 핵을 보유하였습니다. 미국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핵보유를 선언하고 핵시험을 단행하며 로켓시험까지 성공한 나라는 지금까지 북한이 유일합니다. 북한이 NPT체제의 밖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였다는 것은 미국 주도의 핵미사일 통제체제가 이미 붕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의 로켓능력 향상을 그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3월초로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은 고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실제로 발사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난 20세기말, 소련 붕괴 이후 지속된 미국의 일극 핵독점체제, 미국의 세계지배질서의 축이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북한이 전략핵무기를 손에 쥐었다는 것은 미국이 세계 국제정치의 대소사를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미당국의 바램과 달리 북한은 전략무기를 손에 넣었으며 이를 끊임없이 강화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략적 지위만 올려 준 대북강경정책에서 탈피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높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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