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 올라가는 세가지 과실류
상태바
제사상에 올라가는 세가지 과실류
  • 조성우 기자
  • 승인 2017.01.16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棗) 률(栗) 시(枾) (대추, 밤, 감)

제사는 가가례(家家禮)라는 말과 같이 제수를 진설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과일로는 오색 또는 삼색을 쓰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치는 덕목 중의 하나는 아무리 간소한 제사라 할지라도 삼색 과일 즉 조(棗) 률(栗) 시(枾) (대추, 밤, 감)은 필수적이다.

◆ 재사상의 유래(祭祀床 由來)

감이 없는 계절에는 곶감을 쓰면서 사계절 언제나 대추, 밤, 감 등 세 가지는 반드시 쓰게 되어있다. 만약 이것을 빼놓고 제사를 지냈다면 그 제사는 무효라 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왜 그런지 의미를 알아보았다.

 

첫째로, 대추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추의 특징 이라면 한 나무의 열매가 헤아릴 수 없이 닥지닥지 많이 열린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묘한 생리를 가졌다. 즉 꽃 피면 반드시 열매를 맺고서 떨어진다. 아무리 비바람이 치고 폭풍이 불어도 그냥 꽃으로 피었다 꽃으로 지는 법은 없다. 꽃 하나가 반드시 열매 하나를 맺고서 떨어진다.

이것을 사람으로 이야기하면 어떤 의미인가? 사람도 태어나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한다. 그것도 많이 낳아야 한다는 뜻으로 다산을 의미한다.

그래서 제상에 대추가 첫 번째 자리에 놓는 것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고 기원하는 의미다. 한집안에 후손이 끊어지면 그 집안이 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나 민족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막 혼례를 올린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릴 때, 시부모 된 사람들이 대추를 한 움큼을 새 며느리의 치마 폭에 던져주는 것도 이와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대추 열 듯이 많이 낳아, 자손이 번창케 하라는 의미다.

 

둘째로 밤을 꼭 쓰라는데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밤의 생리도 묘하다. 한 알의 밤이 땅속에 들어 가면 뿌리를 내리고 싹이 나서줄기와 가지와 잎이 된다. 여느 식물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보통 식물은 나무를 길러낸 최초의 씨앗은 사라져 없어지지만, 밤만은 땅속에 들어갔던 최초의 씨밤이 그 위의 나무가 성목이 되어도 썩지 않고 남아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애초의 씨밤은 그 나무 밑에 오래오래 그냥 달려 있다. 밤의 생리는 이렇게도 묘하다. 그래서 밤은 나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자손이 몇 십, 몇 백대를 헤아리며 내려 가더라도 조상은 언제나 나와 영적으로 연결된 채로 함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조상을 모시는 위패, 신주(神主)는 반드시 밤나무로 깎는다. 밤나무가 특별히 결이 좋은 것은 아니요, 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반드시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밤나무의 상징성 때문이다.

 

세번째 감이다. 감을 왜 꼭 쓰는가?

감은 어떤 묘한 생리를 지녔을까? 속담에 이르기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한다. 하지만 감 심은 데서는 절대로 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리 탐스런 감에서 나온 감씨를 심어도 거기서 나오는 것은 감나무가 아니라 고욤나무다.

감씨를 그냥 심으면 고욤나무지 감은 열리지는 않다. 고욤은 생김새는 감을 닮았지만 크기는 도토리 만하고 떫어서 다람쥐 같은 들짐승들의 먹이다.

감나무는 감씨를 심으면 고욤 나무가 된다. 그래서 3~5년쯤이 되었을 때 그 줄기를 대각선으로 째고 기존의 감나무 접목을 거기에 붙이는 것이다. 이것이 완전히 접합이 되면 그 다음부터 감이 열리기 시작한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바는 이렇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율곡 선생이 쓰신 격명요결(擊蒙要訣)의 첫줄도“인생사세(人生斯世)에 비학문(非學問)이면 무이위인(無以爲人) 이라 하는 말로 시작한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는 생재기를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先人)의 예지를 이어 받을 때 비로소 진정한 하나의 인격체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제물 하나를 차리는 데에도 자손에 대한 가르침이 서려 있다. 우리가 그 가르침을 망각한 채로 젯상의 기본조차 모른다면 무지의 소치로 앞으로의 희망을 잃는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