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끝없이 분열하는 국힘당, 왜 그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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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끝없이 분열하는 국힘당, 왜 그러는가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2.01.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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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보수적폐세력의 끝 모를 분열

[주권연구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추락에는 끝이 없다’라는 관용구가 있다. 요즘 괴상망측한 논란의 한복판에 선 국힘당과 윤석열 후보에게 적용될 만한 표현인 듯하다.

윤석열 후보를 정점으로 그동안 국힘당이 벌인 망동과 분탕질은 분열, 무속, 본부장(본인, 장모, 부인) 비리 등 하도 많아서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이 글에서는 보수적폐세력 사이의 분열과 갈등을 중심으로 다뤄보려 한다.

돌아보면 윤석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통합을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당시 “건전 보수는 물론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담아내는 큰 그릇의 정당을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구상은 어그러졌고 완전히 파탄 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와 유력 인사들은 서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국힘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2위를 한 홍준표 의원은 “윤핵관에 실제로 당해보니 참 음흉한 사람들”이라며 “날 구태로 몰아? 캠프 참여 무산됐다”라며 격앙된 감정을 날것으로 드러냈다. 2위 주자가 윤석열 후보를 돕기는커녕 ‘어디 잘 되는지 두고 보자’라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후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선거대책본부의 상임고문직을 수락하기는 했지만, 과연 잡음 없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는 미심쩍어 보인다.

윤석열 후보의 손절로 이제는 ‘국힘당 바깥사람’이 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연일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씨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렇게 무속인들의 활동이 대통령선거에 노골적으로 튀어나온 적은 처음”이라면서 “국민들이 그런 식으로 나라가 운영된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며 윤석열 후보 측을 힐난했다.

대선이 점점 다가오는데, 이처럼 보수적폐세력은 통합은커녕 출구 없는 파멸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국힘당은 이준석 당대표가 돌아와 윤석열 후보와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돌아보면 보수적폐세력의 분열과 갈등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과 박근혜 측은 서로의 치부를 까대며 서로의 정치생명을 끊어놓을 것처럼 으르렁대며 싸웠다. 하지만 일단 경선이 끝나자 승자에게 힘을 몰아줬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국힘당은 후보가 결정된 뒤에도 서로를 깎아내리는 분탕질이 그치질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구심점도 중심도 없다…이런 보수는 또 없었다

누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혼전이 펼쳐지는 대선 국면에서는, 정치권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해 승기를 잡으려는 전략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후보는 지난날 김한길, 이수정, 신지예 같은 이질적인 세력을 끌어들였다. 

그런데 이질적인 세력을 한 데 묶으려면 강력한 구심,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강력한 구심 없이 공허한 정권교체 구호 아래 모여 봤자 사달이 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한길, 이수정, 신지예의 중도 탈락은 일찌감치 예고된 일이었다.

이 가운데 국힘당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전의 보수적폐세력은 단일화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난 17대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가 나와 표가 갈렸는데도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를 압도하며 승리했다. 그런데 지금은 단일화를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압박하며 ‘밀당’을 하고 있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2년은 내게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긴 그런 해로 각인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2년에는 전혀 그런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내가 굿(국)힘당 후보를 아무리 심하게 비판한들 내게 그런 무지막지한 욕설을 퍼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1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 글을 쓴 김요한 목사(새물결대표아카데미 대표)는 이어 다음과 같이 짚었다.

“지금은 최소 수구 우파 개신교 진영 안에서조차 대놓고 무속의 힘을 받는 윤석열을 ‘박근혜처럼’ 대놓고 지지하기 어려운, 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번 대선은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니겠는가?”

김요한 목사의 지적은 구심점 없이 표류하는 보수적폐세력의 현황을 잘 드러내 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극우 교회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정규재, 변희재, 조원진 같은 극우 인사들은 ‘윤석열과 김건희는 대통령, 영부인 자격’이 없다며 윤석열 후보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들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고 있자면, ‘윤석열을 기필코 떨어트리고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느껴질 정도다. 윤석열 후보가 전두환 찬양 발언, 개 사과 발언을 하면서까지 극우세력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시도한 점을 떠올려보면 그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아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윤석열 후보는 결코 보수적폐세력을 아우를 만한 구심이 아니며, 지도력 또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인사들이 대선 캠프에 모일 리가 없다. 오죽하면 ‘제2의 최순실’로 지탄받는 김건희 씨나 건진법사가 국힘당을 쥐락펴락하는 실세라는 소문이 파다할까.

여기에 사이비 종교 집단이 윤석열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 1월 22일 세계불교법왕청을 비롯한 사이비 종교 대표들은 윤석열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이쯤 되면 윤석열 후보가 보수적폐세력이 아니라, 무속·미신세력을 통합하려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마저 들 지경이다.



민심의 역풍만 부르는 구닥다리 색깔론

대선 국면에서 국힘당의 전선이 흐트러진 더 근본적인 이유는 보수적폐세력이 전매특허처럼 꺼내 들어온 색깔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보수적폐세력에서 꺼내든 ‘빨갱이 척결’에 온 사회가 공포에 떨며 숨죽이던 때도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에서 4·19혁명과 5·18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숨기고 수많은 국민을 간첩, 빨갱이로 몰아 탄압·학살한 것이 대표 사례다. 그래서 당시에는 보수적폐세력의 대선 후보가 강력한 지도력이나 실력이 없어도 집권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과거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색깔론의 대표주자로 나선 윤석열 후보가 온 국민의 비웃음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진보, 보수 진영을 포함해 숱한 대선 후보가 있지만 어떤 대선후보도 지금의 윤석열 후보 같은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

멸공 릴레이 참가와, 대북 선제타격 공약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후보의 색깔론은 국민의 분노와 짜증을 잔뜩 높이고 있다. 당장 여기저기에서 역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포털, 다음에 올라온 뉴스1 보도 <윤석열 “저는 쇼는 안 한다..대북 선제타격 능력 확보”(종합>에는 8,000개가 훌쩍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아래와 같은 댓글이 큰 호응을 받았다.

“선제타격?? 전쟁하잔 소리냐, 저러니 미국에 욕먹었지 미국도 우려하더만. 근데 솔직히 윤석열 저 발언 알지도 못하면서 막 던진 거 같음. 전쟁을 게임으로 알고 있는 거냐. 군대도 안 다녀왔으니 뭘 알겠어.”(2022년 1월 28일 기준 추천수 7,635) 

“무속인이 미사일 쏘라고 하면 쏠 듯. 그리고 한반도 전쟁통 만들 듯.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 못할 정도로 막가파.”(2022년 1월 28일 기준 추천수 3,213)

이처럼 민심은 윤석열 후보의 색깔론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오죽하면 미국 등 해외에서도 윤석열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론에 낙제점을 매긴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안팎에서 난타를 받고 웃음거리로 전락한 대선 후보는 또 없었다. 이는 그동안 보수적폐세력이 펴온 색깔론의 ‘완전 몰락’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색깔론 공포가 가시게 된 본격 시작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이었다. 분단 이후 처음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을 TV에서 보게 된 우리 국민 사이에서는 평화와 통일의 열기가 높아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생중계됐다. KBS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공개한 평양 시민들의 일상을 보여준 <걸어서 평양 속으로>는 45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했다. 남북 정상과 겨레의 만남을 바라보며 국내 안팎에서 환희와 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국민이 북한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북한과 화해·협력·평화통일을 외치는 진보진영을 빨갱이로 몰아가던 여기던 색깔론의 위력은 크게 꺾였다. 북한을 ‘무조건 악마화’하던 선입견도 지난날과 비교해보면 크게 달라졌다.

정반대로 윤석열 후보가 꺼내든 “주적은 북한”, “대북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천만하고 낡아빠진 구호는, 72년 전 한강 다리를 폭파하면서까지 국민을 버리고 줄행랑친 이승만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3월 9일 20대 대선 2번 찍으면 전쟁!”이라는 구호도 퍼져나가고 있다. 

이렇듯 국힘당의 연료인 색깔론과 ‘빨갱이 사냥’은 거의 고갈됐다. 비유하자면 국힘당은 연료가 떨어져 언제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비행기 신세다. 겉으로는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국힘당이 기세등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쩌면 국힘당의 위기감을 숨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를 일이다.

색깔론이 먹통이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들과 교류가 많아진 이유도 있다. 2021년 기준 중국은 각각 수출 2위, 베트남은 3위다. 양국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며 다양한 경제, 문화적 자극을 주고받는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은 ‘바캉스’라는 별명으로 베트남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국빈 대우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더 이상 색깔론이 먹힐 시대가 아니다.

이쯤 되면 윤석열 후보와 국힘당을 국민 정서와 엇나가는 점에서만큼은 ‘타고난 도사’답다고 비유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분명한 건 분열과 갈등에 휩싸인 국힘당이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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