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정상과 비정상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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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정상과 비정상의 정치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2.01.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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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만은 정상이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br>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팩트TV-이기명칼럼】 정치강연을 볼 기회가 많다. 한가락 한다는 얼굴들이 많이 모여 있다. 연사라는 정치인이 단상에서 열변을 토한다. 도무지 씨가 먹히지 않는 소리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옆구리를 쿡 찌른다. 왜? 쳐다보니 그 친구 머리 위에서 손가락이 뱅글뱅글 돈다. 돌았다는 신호다.

강연이 끝나고 차 한잔할 기회가 있다. 강연했던 정치인이 묻는다.

“선생님. 어땠습니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가. 머리위에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좋았소’ 늘 하는 소리다. 나도 돌았다. 비정상이다. 대답하는 나를 본 사람이 있다면 손가락을 돌렸을 것이다. 할 말이 없다.

솔직한 소리를 한다고 나는 자부하고 있다. 남들도 그렇게 말하는 데 사실인지는 아리까리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어지지 않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조사하고 법원에서 재판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걱정이 앞선다. 제대로 된 조사와 판결을 하는 것일까.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검찰과 법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고 이러한 불신은 나만이 아니라는 생각 할 때 나라의 장래가 암울해진다. 어느 사회이던 신뢰는 생명이다. 부부 사이라 해도 서로 믿지 못하면 이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는 온갖 지혜를 다 동원해서 전략을 짤 것이다. 가장 신뢰하고 우수하다는 머리들을 옆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머리들은 어떤가. 기막힌 일들이 드러났다. 아직도 그 문제로 시끄럽지만, 야당의 경우 무속인들이 최측근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최측근이라고 단정을 하느냐. 측근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즉각 목을 쳤다. 사실임을 고백한 것이다.

야당에는 날고 기던 검사출신 참모들이 즐비하다. 술 취해 의사당에서 비틀거렸던 인물도 있고 가짜유서 사건을 만들어 낸 머리도 있다. 기라성 같은 머리들은 이번에 완전히 얼굴이 구겨졌다. 도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 무속인들에게 ‘전략창조’라는 황금열쇠를 빼앗겼는가. 제대로 꿩만 잡았다면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 꿩은 고사하고 병든 참새도 못 잡았으니 앞으로 어쩔 것인가.

 

■이런 정치는 난생처음이다.

평생을 정치에 몸담고 살아온 친구가 하는 말이 아프다. 자유당 때 ‘사사오입’ 개헌을 하고 의사당에 대변폭탄이 투척 됐어도 지금 같은 개판정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정치였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는 무엇인가. 무엇이 옳고 그르고 무엇이 정직이고 거짓인지 뒤섞여 분간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무속인의 말을 정책으로 채택했겠는가. 생각하면 후보가 불쌍하지만, 그 자신의 판단부족이라는 국민의 질책을 면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정치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기둥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매일처럼 한 보따리씩 쏟아지는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들어보면 그중에 어느 후보는 아예 써서 가지고 온 것을 읽어 내려간다. 그런 머리면 무속인들의 조언을 가려낼 능력이나 있겠는가.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가 기자와 나누는 자신감 넘치는 대화를 들으며 스스로 남편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물론 이 역시 비정상적인 내 생각이다.

정상과 비정상이 마구 뒤섞여 뭐가 뭔지 모르게 된 정치판이다. 각 후보의 진영마다 나름대로 날고 긴다는 머리들이 포진해 있을 것이다. 대충 아는 인물들이고 대화를 할 기회도 있다. 비교적 내게는 솔직하다. 이유가 있다. 내가 벼슬을 탐하지 않고 그것은 내 과거가 증명한다. 난 이 나라만 제대로 돌아가면 만족이다.

정치판에 몸담은 사람들이 출세를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최우선이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라와 국민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어떤가. 과연 그런가. 나라가 먼저가 아니라 내가 먼저다. 자신의 출세가 최우선인 것이다. 세상이야 어떻게 되던 자신의 출세만 보장된다면 지체없이 말을 갈아탈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정치지망생들이다.

아직도 재방송으로 즐겨보는 ‘포청천’이다. 황당한 부분도 많지만 딱 한 가지 포청천의 결단으로 작두 아래로 떨어지는 목은 통쾌하다. 포청천이 한국 정치에 나타난다면 개작두 아래로 떨어지는 목은 하루에 몇 개나 될까. 끔찍한 얘기다.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여·야가 서로 집권욕에 빠져 정신이 없다. 이럴 때 정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국민이다. 오물통에 물 한 바가지 쏟아봐야 맑아지지 않는다. 국민만이 물을 맑게 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선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정상과 비정상이 섞여 있어도 국민만 정상이면, 이 나라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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