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셔록의 워싱턴 리포트] 빅터 차 낙마 배경과 탈북자 이용한 트럼프 연설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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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의 워싱턴 리포트] 빅터 차 낙마 배경과 탈북자 이용한 트럼프 연설의 위험
  • 뉴스타파
  • 승인 2018.02.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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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선제공격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빅터 차에 대한 주한 미국대사 내정을 철회하기로 한 트럼프 백악관의 결정은 미국 언론과 외교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학자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이하 CSIS)의 선임고문인 빅터 차 전 내정자는 미국 관료들이 제안한 북한의 미사일, 핵 시설 타격 관련 ‘코피 전략’ 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문위원들에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후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차 선임고문은 널리 회자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그러한 군사 공격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과 한국인들을 희생시킬 전쟁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발언 중인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차 선임고문의 주한미대사 낙마 소식을 최초로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차 선임고문은 또 오바마 정부 시절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부분적 폐기를 요구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의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서기 불과 몇 분 전에 출판되었다.

 

◈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우려스러워

이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고약한’ 정권이라고 비난하며 “매우 가까운 미래에 우리 본토를 위협하게 될",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해 탈북자 지성호 씨와 작년에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 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를 소개했다. 그의 연설 어조는 지난 2003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전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을 떠올리게 했다.

많은 언론인들은 차 선임고문의 주한 미대사 낙마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연설의 결합은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또 한번의 무력 충돌로 갈 수 있는 작전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는 칼럼에서 차 선임고문도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을 대피시킬 것을 요구받았다는 보도와 관련해 “끔찍하다"며 “이는 트럼프가 전쟁 개시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적었다.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를 지켜봐 온 관찰자들 역시 충격을 받았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공화당 당직자로 일했던 프랭크 자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몇 시간 후 “나는 지난 1994년 북핵 위기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트윗을 날렸다. 그는 또 “미국은 한반도를 파국에 이르게 할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연설 중 단 한 번도 한국 및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남북 사이의 ‘올림픽 휴전’ 효과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은 북한에 대해 언급할 때 흔히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지지하고, 평화 유지를 위한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 장면 (출처: 백악관)

그러나 뉴스타파가 보도한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대화된 압박’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싱크탱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하는 단계적 외교해법보다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접근법을 취하며, 문 대통령의 대북, 대중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영국 서섹스대학교의 북한 경제 전문가 케빈 그래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연설이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는 주장의 명분을 완전히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의 이러한 평가는 빅터 차 선임고문의 낙마가 불길한 신호이고, “김정은이 공격 대상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꾼다면, 그것은 우리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중앙데일리 사설의 결론과 상응하는 것이다.

 

◈ 빅터 차 주한미대사 내정자, ‘한국과 너무 가까워' 낙마했다?

역설적이게도, 중앙과 삼성은 모두 빅터 차 선임고문이 2009년부터 근무한 CSIS의 후원회원(삼성전자는 기업후원, 중앙은 중앙-CSIS 포럼 후원자)이다. 차 선임고문 역시 가족관계를 통해 중앙일보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 미국에서 <삼성 제국>(Samsung Empire⬝가제)의 출간을 앞둔 제프리 케인 기자는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에 기고한 심층취재 기사를 통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과거 CSIS의 이사로 활동하며 “[CSIS 포럼 등에] 자주 연사로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케인 기자는 홍 전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로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언급했다.

빅터 차 선임고문의 주한미대사 낙마 배경에 이러한 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차 선임고문에 대한 신원조사 과정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그(빅터 차)가 주한미대사로 복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게 한 ‘위험 신호'를 발견했다"고 보도하며 이러한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고, 차 선임고문과 CSIS 모두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군사공격에 대한 차 선임고문(과 CSIS의) 입장은 북핵 위기는 오로지 평화적인 방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줄곧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입장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 때문에 차 선임고문은 단지 한국과 너무 가까운 것으로 보였고, 그로 인해 주한미대사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대표하기에는 미덥지 않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 한국이 ‘상의 없이’ 남북대화 받아들여 트럼프 정부 분노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지난 1월 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제안한 남북대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과 상의 없이 받아들였다는 이유로 트럼프 정부가 분노했다고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2월 4일자 기사를 통해 분명해졌다. 

이 기사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남북대화 참여에 관한] 협의에서 배제되었으며, 실망스럽게도 한국 정부가 북한 측에 협상을 제안하겠다고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통지를 받았을 뿐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서울에 있는 미국 외교관들이 “한국 외교부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빅터 차의 낙마를 둘러싼 정책적 이견은 CSIS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 국방부와 트럼프 백악관 사이의 입장 차이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2월 1일자 기사를 통해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 옵션을 제공하기를 꺼렸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는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을 포함한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백악관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을 지나치게 급히 추진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위 관료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를 줄 경우 그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피 전략’ 등의 군사행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전직 장군 출신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꼽는다 (지난 2월 2일,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한국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한 군사 공격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 연설 당시 탈북자 지성호 씨를 거론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정권 교체 정책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인권 문제를 이용하려고 하는 집단에서도 지지와 조언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탈북자 지승호 씨가 연설하는 장면. (출처: 오슬로 자유포럼)

지성호 씨가 북한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한 목발을 들어올리는 장면이 미국 전역에 방송되고 며칠 뒤, 지 씨는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언론과 여러 번의 인터뷰를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CBS 저녁 뉴스에서는 지 씨의 인생을 다룬 영상이 보도되었는데, 취재기자는 이 영상이 “인권 단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의 한 구석에는 ‘HRF’의 로고가 선명하게 나와 있다. 이 로고는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 이하 HRF)’을 뜻한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토르 할보르센 이사장은 베네수엘라 출신 우익 정치인의 부유한 아들로,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미국 내 움직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 하루 뒤, 할보르센 이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 씨가 HRF의 파트너임을 밝혔다. 할보르센 이사장은 “지성호 씨가 자유를 찾아 북한에서 한국으로 탈북한 놀라운 이야기를 강조하기로 한 미합중국 대통령의 결정은 올바른 것"이라며 “지성호 씨와 같은 탈북자들이 이런 주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 씨가 HRF의 연례행사인 “오슬로 자유포럼"에서 두 차례 연설을 했으며, HRF가 지 씨의 한국 조직인 NAUH(나우)를 위해 37,000달러의 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은 할보르센 이사장을 지난 2015년 김정은 위원장 암살을 주제로 한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의 DVD 등을 풍선에 실어 북한 쪽으로 날려보내려고 시도한 탈북단체들을 지지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인 중 한 명으로 기억할 것이다. 당시 이 대북전단 살포 시도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박근혜 정권은 해당 탈북단체에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 탈북자 이야기 내세워 군사행동 정당화하는 것은 위험

할보르센 이사장은 지성호 씨를 비롯한 다른 유명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전세계 언론에 퍼뜨리기 위해 자신의 재단을 활용해 왔으며,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일례로 그에 대한 보도는 CNN의 단골 기사소재로 등장한다. HRF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성호 씨의 이야기를 페이스북과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널리 알렸고, 지 씨의 오슬로 자유포럼 연설은 워싱턴포스트, BBC, 포브스, 가디언, CNN, 그리고 전세계 수많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에 의해 공유되었다.”

지 씨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목표가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자신을 지원해 주는 재단의 목표와 같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북한 정권을 바꾸거나, 항복 또는 붕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 씨를 비롯한 몇몇 다른 탈북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을 취재하러 온 방송 카메라들을 향해 “탈북자들 입장에서 이곳에 오는 건 굉장히 무서운 일"이라며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탈북자들의 이야기는 슬픈 것이고, 충격적인 사례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소품으로 활용하여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킴으로써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정치 매체 복스(Vox) 창립자이자 유명한 논평가인 에즈라 클레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실제로 끔찍한) 북한 정권을 악마로 묘사하고, 이들을 반 기독교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을 골자로 했는데,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국가를 전쟁 준비 상태로 돌입시킬 때 하던 방식과 같다"며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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