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제, 한국인의 문화 DNA가 담긴 연희예술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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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축제, 한국인의 문화 DNA가 담긴 연희예술을 담자
  • 오명규 객원기자
  • 승인 2021.09.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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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띠 탈놀이와 만석중놀이의 문화콘텐츠적 가능성
 (심하용 / 한국민속극박물관장)
 (심하용 / 한국민속극박물관장)

축제의 꽃은 공연예술이고, 공연예술은 시대에 따라 함께 변하며 진화한다.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되어 보다 많은 사람과 그 안에 있는 양분을 나누고자 한다.

그래서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자 하는 ‘예술’은 ’전통’이나 ‘원형’을 방문하는 수고를 기꺼이 반복한다. 그 재방문을 통해 안다고 생각하던 것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새롭게 이해하여 오늘에 닿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곤 하기 때문이다.

고(故) 남천 심우성(南泉 沈雨晟, 1934.6.28.~2018.8.23.) 선생. 유랑집단 ‘남사당’을 예인(藝人)으로 격상시킨 연희 민속학의 개척자다. 2009년 ‘남사당놀이’가 유네스코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하는 토양을 닦았다. ⓒ한국민속극박물관 제공

많은 전통연희들이 저마다 견고한 뿌리를 바탕에 두고 현묘한 재주를 선보이며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연행되고 있다. 한국을 바라보는 안팍의 시선들에게 대한민국 고유의 리듬과 이미지를 선사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는 숭고한 활동들도 포함된다.

우리 자신에겐 흔하지만 우리를 접하는 낯선이들에겐 흔치 않은, 그야말로 변별력과 독창성을 가진 문화적 산물임에 틀림이 없다. 민속학자이자 민속극 연희자인 심우성 선생께서는 전통이라는 말이 과거에 뿌리를 두되 오늘에 닿아 있어야 성립된다는 것을 강조하신 바 있다.

전통연희에 있어 원형의 복구가 지니는 가치는 물론 크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오늘에 닿아 연행되고 관객과 더불어 즐거움을 나누는 동시 대성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이해하며 선사(先師)의  뜻을 쫓아 한국인의 문화 DNA가 담긴 연희예술로 축제를 채워보자 한다.

우리가 전통연희라 일컫는 것들 중에는 과거의 유물로 남아 박물관의 깊숙한 곳에 박혀 전설로만 전해지는 것들이 있고, 이따금씩 벌어지는 재연행사를 즐기는 데 만족해야 하는 것들도 꽤 있다. 연희물은 사람을 통해, 몸과 마음의 기억을 통해 전승되는 민속예술적 산물이다.

우리나라 연희문화의 경우, 일제의 식민지와 분단전쟁을 거치면서 기억의 단절과 왜곡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근대까지 이어지던 연희가 오늘에 전해지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는 주체인 전승연희자의 명맥이 이어지지 않거나 불분명힌 경우에 재현은 커녕 복원의 시도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 발굴과 복원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희의 재현과 그 연희의 상징적 이해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왔다.

오늘의 관객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전통연희 계승자들과 민속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들의 절실한 의지가 바탕이 되어 우리 문화의 정체성 회복에 기여하는 전기를 이루었다.

열두띠 탈놀이를 한 사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향약잡영 오수에 비친 연희물들이 서역과의 교류와 당시대의 유행 성향을 보여주는 최초의 문건이라고 한다면, 열두띠탈놀이는 우리 탈놀이의 원형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단초적 양상을 띈다.

사실 열두띠에 관한 상징과 문화적 전승은 이어졌지만 그것을 캐릭터화한 탈놀이는 온전히 복구된 원형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원형 연구 또한 활발하진 못했으나, 기원제 성격의 연희와 더불어 지역이나 장소의 의미를 담은 실험적인 연행들이 있었다.

한국민속극 박물관(구. 공주민속극 박물관)에서 짚으로 만든 열두띠 탈의 재연과 연행이 수차례 있었으며, 길놀이와 함께 여러 축제나 행사의 여는 놀이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제의 현장에서 '열두띠 탈놀이'를 이어나가는 작업은 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잇다. '극단 인형인'의 ‘열두띠 우아한 난장’은 열두띠에게 신화적 이야기를 얹어 공동체기반의 거리극으로 재구성하였는데, 서울시 2012 유망예술육성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안산거리극축제 외 여러 공연예술 축제에 초청되어 연희장소에 따라 형식의 변화를 꾀해가며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한국민속극박물관의 연희가 전통재현과 민속적 가치의 재확인이라는 점에서 빛을 발했다면, 인형인의 공연들은 공연예술 범주의 확장을 꾀하고 한국DNA의 잔상을 축제의 현장에서 현실에 도출해 냈다는 점에서 빛을 발했다.

만석중놀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열두띠탈놀이와 마찬가지로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의 조사 채록과 재현 작업으로 꺼져가던 등불을 다시 살릴 수 있었다. 생명의 중요성은 ‘지속’이라는 속성에서 궁극적으로 드러난다.

발굴하고 복원한 후에 그 활동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은 소위 현재를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몫이다. 그런면에서, 한국민속극박물관의 재현 작업에 그치지 않았다.

공연 활동은 물론 예술교육 활동으로까지 지평을 넓혀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복원이나 재현이라는 민속적 가치의 구현과는 구분되는 관객지향적 예술활동은 시대적으로 양상을 달리하는 관객의 호응에 따른 작품의 재구성이나 창작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관객의 관심과 이해없이는 자칫 과거의 유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늘 새로운 감각으로 오늘의 시선에 맞게 날을 세우고 각을 맞추는 작업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열두띠탈놀이와 만석중 놀이의 실험적 재현에 이어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스토리텔링의 강화, 공간과 오브제 운영의 원칙, 연희자의 재능 기여 방식과 기능 발굴, 연행의 반복을 순조롭게 할 방침과 관객과의 어울림 등을 견고히 하고 창작 목표와 방향을 다질 창작과정의 발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그에 따른 ‘질문 찾기’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연희적 활력성을 장점으로 만들 표현양식을 위해 내놓는 좋은 질문은 창작과정에서 해내야 할 과제가 된다.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융합됬을 때 한국인의 내면을 한데 모아 이끌어 내는 '한국적 DNA'가 한국인만의 독창적인 축제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새로운 세대와 호흡하는 움직임과 미래적 동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꾀할 예술적 도전은 어떤 모습을 띄어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관객과 어우러지며, 화합과 공존의 미디엄(Medium)인 축제를 빛낼 수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전통연희의 창작과 연행에 있어 양식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창작자에게 시작을 이루게 해 준다.

이런 질문하기를 통해 우리의 전통연희가 연희자와 관객들 모두에게 새롭게 이해되도록 돕는다. 아울러 새로운 해석의 창작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원형에 대한 이해와 재해석은 물론 관객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연희의 참 맛을 되살리며 축제의 꽃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연희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접하는 상황을 늘상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복원과 재현을 통한 보존 활동과는 별개로, 공연예술 콘텐츠로써 창작 기반의 계승 발전을 꾀하는 이유가 된다. 연행 방법을 사유하고 관객의 수용에 따른 조정과 조율이 매순간 일어난다. 연희는 연희자와 관객 그리고 장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특정장소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관객의 염원이 연희자의 통찰력과 기능을 만나 임의적이나마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연희공동체가 정립되면, 그것은 위에서 거듭 말한 '화합과 공존'의 장인 '축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통연희를 계승하는 연희자들은 보다 큰 세계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꿈꾸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BTS에 버금가는 희망을 품고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전통연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관객의 호흡을 끌어올리는 폭발력 있는 연희물의 창작, 그 연행 과정에서 등장하게 될 새로운 스타, 삶의 통찰은 물론 새로운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관객과 함께 이루어낼 그 큰 놀이판, 축제. 그 것들이 현실로 오게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한 채 제 생명을 지속해 나갈 공연예술은 엄밀히 말해서 없다. 그래서 공연예술은 시대에 따라, 관객의 삶의 양식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관객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연희의 참 뜻을 이어간다는 것.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도 마치 깊숙한 서랍장 안에 감쳐 둔 냥 배제되거나 외면해 온 전통연희들은 없는지. 더 잊혀지기 전에, 더 멀어지기 전에, 누군가 꺼내서 먼지를 털어내고 밝은 빛 아래 내놓아야 한다.

힘들어하는 이들의 곁에서, 즐겁게 살고자 하는 이들의 곁에서,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이들의 곁에서 이웃의 마음으로 스스로 경쟁력있는 공연콘텐츠로서의 연희가 발견되고 또한 창작되어야 한다.

저성장의 늪, 뉴노멀시대와 코로나 팬데믹의 일상화에 이른 오늘의 우리에게 염원과 어울림을 이룰 축제를 전통연희예술을 통해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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