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 칼럼] 북미정상회담으로 중국을 얻은 북한의 절묘한 외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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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칼럼] 북미정상회담으로 중국을 얻은 북한의 절묘한 외교술
  •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1.04.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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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1. 북중관계가 좋아진 건 북미정상회담 덕분?

​오늘날 북한과 중국은 혈맹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초만 해도 북중관계는 좋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 제재에 나서기까지 했다. 2017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371호, 9월 결의 2375호, 2017년 11월 결의 2397호에 동의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만장일치가 되어야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거부했으면 이런 유엔 대북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수 있었다.

​중국은 2017년 4월 25일엔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군사행동을 할지 모른다며 북중 국경지대에 병력 10만 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군사충돌까지 일어날 수 있을 만큼 북중 갈등이 심각했다.

​북중 갈등을 해소한 건 2018년 북중정상회담이었다. 북한과 중국은 2018년 3월과 5월, 6월 그리고 2019년 1월과 6월에 다섯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그 결과 북중관계는 180도 바뀌어 매우 공고한 혈맹관계로 발전했다.

​북중정상회담이 이뤄진 데에는 북미정상회담의 공이 크다. 북한과 미국은 2018년 3월 8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 소식을 들은 중국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중국은 당시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후 중국산 철강에 25% 관세 폭탄을 던지는 등 중국과의 경제전쟁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두 나라,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면 자칫 중국이 고립될 수 있었다.

​중국이 난감하던 찰나에 북한이 중국에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 제안을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3월 28일에 북중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다. 북미정상회담을 합의한 지 20일 만이었다. 이 회담을 계기로 북중관계는 빠르게 강화되었다.

​북미정상회담을 이용해 중국과의 관계를 전변시킨 북한의 외교술은 무척 경이롭다.

2. 북미정상회담이 없었다면?

​북중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북미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계기였다.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없었다면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없이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했다면 오히려 북중 대결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을지 모른다.

​만약,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없이 중국에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북한은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중국이 북중정상회담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해온 중국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순순히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북중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추진하게 되었더라도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였다. 중국은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협상에서 정상회담 의제로 비핵화 문제를 꺼내 들 수 있다.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다. 중국이 핵문제를 거론하면 아마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개선을 반대하며 중국을 압박했을 수 있다. 그러면서 핵문제를 꺼내며 북한과 중국을 이간질하지 않았을까?

​실무협상에서 서로의 의견 차이만 드러내다 정상회담이 실현되지 못하면 북중관계는 그전보다도 더 나빠졌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중정상회담을 제안해봤자 북중관계만 악화할 뿐 어떤 성과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북중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있어서 중국이 북중정상회담 제안을 덥석 받은 것이다. 그렇게 열린 북중정상회담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진행됐고 북중관계는 갈등상태를 일거에 해소하고 우호관계로 전변했다. 북한이 묘기를 부린 것 같은 신기한 장면이었다.

​​

3. 북-베트남 정상회담

​북한과 베트남 사이도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돈독해지게 됐다.

​북한과 베트남은 같은 사회주의 나라로서 과거에는 사이가 좋았다. 북한과 베트남은 1950년 중국,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북한과 수교를 맺을 만큼 전통적인 우호관계였다. 북한은 베트남전 때 비행사를 파견하기도 했다. 김일성 주석은 1957년에 베트남을 방문했고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은 1958년에 북한을 방문하면서 우애를 쌓기도 했다.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가 악화한 건 1990년대에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었을 때다. 북한이 베트남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선 베트남은 북한의 요청을 거절했다. 그 결과 북–베트남관계는 악화했다. 그랬던 북-베트남관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하게 되면서 개선되었다.

​북미정상회담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주목받는 사건이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되는 것을 마다할 나라가 과연 있을까? 실제로 당시 1, 2차 북미정상회담 모두 여러 나라들이 회담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베트남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우리 정부와 북한에 피력하기도 했다. 그렇게 베트남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자연스레 북한과 베트남은 정상회담을 했다.

​그렇게 북한과 베트남은 우호 관계를 돈독히 쌓게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0년 9월, 베트남 독립 75주년을 맞아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 및 공산당 서기장에게 축전을 보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새로 베트남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응우옌쑤언푹 총리에게도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베트남도 올해 1월, 새해를 맞아 북한에 축전을 보내는가 하면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되자 이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다.

​아시아 주요 사회주의 국가는 북한, 중국, 베트남이 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이들 사회주의 나라와의 관계를 상당한 수준에 올려놓았다.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얻어낸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방면으로 이익을 얻어내는 일석삼조, 일석오조의 북한 외교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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