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1심 판결과 개헌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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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 1심 판결과 개헌의 필요성
  • 권종상 재미교포
  • 승인 2020.12.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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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틀에서 권종상 님

자녀가 표창장 받아오면 죄가 될 수 있으니 즉각 반환하는 게 좋겠다는 씁쓸한 우스개가 페친들 타임라인 어디엔가 뜨더군요. 아마 꽤 우울한 마음으로 그 재판 결과를 지켜봤을 분들 많을 줄로 생각합니다.

1심 결과를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얼마나 지독하게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가, 그리고 거기에 함께 부화뇌동하는 집단들이 아직도 이만큼 강고한가 하는. 물론, 지금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비난의 화살을 돌려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당, 너희들을 왜 그렇게 거대 야당으로 만들어 준 건데 이렇게밖에 못 해, 하는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연히 삼권분립의 나라이고,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 행정부나 입법부가 감놔라 대추놔라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게 지난번 촛불혁명의 이유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말도 안 된다고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정경심 교수의 혐의라는 것이 검찰의 억지스러운 수사와 여기서 파생된 짜맞추기 식 수사의 결과라는 건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가 뭔가 이상한 예단을 갖고 있다는,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정도면 재판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이 더 낫겠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법 시스템을 원천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일 확실한 건 개헌을 해서 사법 시스템을 미국식으로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판사에겐 양형권의 재량 정도를 남겨 두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검사들의 수사권 자체를 박탈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른바 기소편의주의, 그리고 기소권 남용이 함께 겹쳐지며 조국 장관 가족에겐 체제 전복 음모라도 있다는 듯 털어 수사하고, 나경원이나 김학의는 손도 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기득권이 아직도 얼마나 강고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굳이 희망회로를 돌리자면, 이번 재판 결과를 보고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결과에 승복할까 하는 것입니다. 이런 판결은 그러잖아도 신뢰를 잃어버린 사법부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그런 판결을 계속해 요구했던 검찰이 왜 개혁되어야 하는 집단인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피로 이뤄진 87항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지금의 체제가 이제 확실히 끝나야 할 때가 왔음을 새삼스레 실감하게 됩니다. 앞으로 나가야 할 길은 개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판을 갈아야 합니다. 오래 전 노회찬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불판을 갈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불판도 갈고, 이제 그릴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혁은 확실히 혁명보다도 어렵습니다.

마음이 아립니다. 정경심 교수가 받고 있는, 조국 일가가 받아야 하는 저 고통을 생각하면서 입술을 깨물게 됩니다. 갈길은 멀지만 그래도 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가야 합니다. 그냥 보고 체념하지 맙시다. 언제는 우리에게 언론 지형이 좋았던 때가 있었습니까. 검찰은 언제나 검찰 편이었고, 판사들은 언제나 민중들을 깔봤고, 그들이 제일 무서워 했던 건 총칼을 휘둘렀던 권력 뿐이었습니다.

그런 관성을 가진 자들을 바꿔내는 작업이 쉬울 리가 없지요. 일제 시대부터 변하지 않고 내려오는건데. 시민들의 힘이 지금부터는 더욱 결집돼야 합니다. 저들이 저렇게 무리하게 나오는 건, 저들도 그만큼 급하다는 이야기의 반증이기도 할 테니까요. 이 결정에 대해 정작 쫄아드는 건 비리가 잔뜩 쌓여 있는 저들 세력들일지도 모르니까요.

정치권을 잡고 흔들어 버리겠다는 검찰은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려 할 것이고, 그들이 휘두르는 칼은 지금부터는 피아를 가리지 않을 겁니다. 그들만의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검찰에게 쫄아드는 건 정치권 말고도 사법부도 매한가지일 겁니다. 이번 판결은 그들의 ‘쫄림’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니까요.

잃을 것 없고, 분노로 가득찬 우리 자신, 우리 각자 각자가 검찰개혁을 이루는 칼이 되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사법개혁도 마찬가지이고… 제대로 된 개헌을 이뤄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민의 요구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박근혜 탄핵이 그러했던것처럼.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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