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판사는 바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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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판사 “판사는 바보입니까?
  • 아이엠피터
  • 승인 2020.11.2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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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배제를 당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습니다.

25일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태를 파악하겠다며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한 회의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야당 단독으로라도 상임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야당 요구에 일단 회의는 개최했지만, 14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윤 위원장의 산회 선언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 의원이 “윤 총장이 출발을 했다고 하니 기다리면서 전체 회의를 하자”고 말하자 윤 위원장은 “위원회가 요구한 적도 없고, 의사일정이 합의된 것도 아니다”라며 “누구하고 이야기를 해서 검찰총장이 멋대로 들어오겠다는 것이냐”고 반박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전체회의가 무산되자 법무부 감찰 진상을 파악하겠다며 대검찰청을 방문했습니다.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을 만나고 국회로 돌아온 이들은 26일 법사위 전체 회의를 열고 윤 총장도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판사 사찰’로 수세에 몰린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위원들이 부르자 재빠르게 국회로 오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위 혐의 중 하나인 ‘판사 사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vs 윤석열 검찰총장’ 두 사람의 권력 싸움이었다면, ‘판사 사찰’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국정농단’급의 사건입니다. 완전히 프레임이 바뀌는 셈입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앞세워 내부의 비판적 판사들을 사찰하고 주요 보직에서 배제하는 등의 ‘사법농단’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018년에는 대법원 법관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발표가 나왔고, 검찰은 법관 사찰 문건 등을 작성한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 부장판사를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당시 작성된 법관 사찰 문건을 보면 상고법원 도입을 비판하는 차모 판사가 기고한 칼럼과 판결 내용은 물론이고 재산관계, 가족관계 등 개인적인 뒷조사까지 했습니다. 또한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우리법 연구회’ 등 법원 내부 모임의 성향과 활동 등도 사찰했습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집하고 공유했던 정보와 비교하면 ‘법관 사찰’과 거의 비슷합니다. ‘판사 사찰’은 양승태 ‘사법농단’처럼 명백한 불법 행위이자,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고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쏟아진 여러 비위 혐의 중 ‘판사 사찰’만큼은 중요하고 무거운 혐의로 사법부의 반발과 정치적 공세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판사가 바보입니까?” 검찰의 해명이 궁색한 이유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검사의 글을 반박하는 판사 출신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검사의 글을 반박하는 판사 출신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검찰 내부망에는 “원활한 공소 유지를 위해 참고자료로 만들었으며 주무부서인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에만 제공했다”면서 “직무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검사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판사 출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의원은 검사의 주장처럼 ‘공소유지 관련 정보 수집’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이는 공소유지에 도움이 되는 “사건 자체”와 관련된 정보를 말하는 것이지 판사에 대한 신상정보를 말하는 것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사가 증거로 재판을 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검찰총장의 지시로 그 문건을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겨루기는 이제 ‘판사 사찰’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뀌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떠나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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