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국민이 무섭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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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국민이 무섭지 않으냐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0.11.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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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길은 스스로 찾아라

【팩트TV-이기명칼럼】마지막 분노를 씻기 위해 보는 것이 있다. 신문이다. 욕을 쏟아놓으면 분노가 조금은 가신다. 욕을 해야만 살아갈 인생이라면 고달프고 슬프다. 그래도 기차는 간다.

좋은 놈과 나쁜 놈의 하루는 어떻게 다른가. 모두가 24시간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가치판단에 대한 기준은 자신에게 있다.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도둑놈에게도 도둑에 대한 기준이 있다.

칼럼을 읽고 옳은 소릴 한다는 사람이 있고 쌍소리로 욕을 퍼붓는 사람도 있다. 칭찬하거나 욕을 하거나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니 탓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객관성이라는 것이 있다. 객관성도 부정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양심이다. 양심이 밥 먹여주느냐고 한다. 역시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양심이 채워주는 가슴 속 포만감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걸 믿는다.

눈만 뜨면 쏟아지는 것이 뉴스다. 공직자란 말만 들려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국민이 많다. 욕먹는 공직자들도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공직자의 범위가 너무나 넓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공직자가 수없이 많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죄송스럽다.

 

■검찰개혁은 공직 혁명

검사 출신이라든지 검찰에 몸담은 공직자들은 앙앙불락(怏怏不樂)이다. 우리가 그렇게도 만만하냐. 그렇게 몹쓸 놈이냐. 그렇게도 죽을죄를 지었던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하면 왜 이 지경이 됐는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공직자가 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검찰의 비리를 보고 들으면서 국민은 입을 딱 벌렸을 것이다.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엄청난 부의 축적은 그것이 불법은 아니더라도 국민의 시선으로는 기가 막힌다. 특수부 검사 옷 벗고 변호사 개업 몇 년 만에 그렇게 많이 번다니. 무섭다는 생각이다.

만천하에 공개된 서X현 검사 사건은 모두는 아니더라도 기가 막힌다. 고위 검사의 성추행이다. 당한 검사의 직급이 낮아도 엄연히 같은 검사다. 여성 검사다. 술이 유죄라 하더라도 스스로 옷을 벗어야 사람이다. 그러나 발버둥을 보라.

많은 공직자의 비리가 드러나 비난을 산다. 그런데도 검찰의 비리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검사라는 신분이 지녀야 할 높은 도덕성 때문이다. 몇 년 동안 국민의 눈을 놀라움으로 아득하게 했던 차관 출신 김X의. 눈을 감고 더듬어도 알 수 있는 본인 여부를 따지느라 얼마나 세월을 허비했는가. 인터넷에선 ‘학의놀이’가 유행할 정도로 지탄을 받았다. 그의 성추문은 인간포기 선언서나 다름이 없었다.

국민은 검찰개혁을 요구했다. 당연하다. 만약에 국민이 침묵을 감수했다면 그것은 국민 스스로 김X의와 함께 어깨동무 행진을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나서는 안 된다.

(사진 - 팩트TV 2020년 국회 국정감사 영상 캡처)
(사진 - 팩트TV 2020년 국회 국정감사 영상 캡처)

■누굴 믿느냐

주머니 속 돈을 쌈짓돈이라고 한다. 쓰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다. 내 주머니의 쌈짓돈은 얼마나 되는가. 비밀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다. 84억이라든가 9십몇억이라든가. 영수증도 없다니 귀신이나 알 수 있다.

마음에 들고 이쁘게 보이는 놈은 한 줌 더 집어 줄 수도 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국민들의 기분은 더럽다. ‘나도 좀 주려무나’

신뢰의 위력은 대단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권력자가 아무리 공자 말씀을 해도 신뢰를 잃으면 소금이 짜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듣는 사람은 무척 속이 상하겠지만 무슨 소리를 해도 믿지 않는다. 지지한다는 여론이 1위라고 했으니 간은 얼마나 부었을까.

인간은 열두 번씩 변한다니까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싹수는 노랗다. 때가 늦었다. 싹수가 노란 근거가 무엇이냐. 상식과 양심이다. 검찰총장의 특활비는 어떻게 쓰였을까. 보지 못했으니 입 잘못 놀리다가는 혼난다. 박정희 시절 KBS에 방송하러 온 실세 측근들은 담당 PD에게 수고했다며 수표책(그땐 수표책이 있었다)에서 잡히는 대로 북 뜯어서 줬다. 그게 특활비였다.

국민은 알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생각이 맞는다.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국민의 생각도 맞다. 그중에서 개혁의 중심 표적이 되어 있는 검찰에 대한 불신도 맞다. 국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검찰도 희망이 없다는 인식도 맞다.

 

■그래도 믿어야 사는데

한 이불속에서 자는 마누라를 믿지 못한다면 그런 비극이 없을 것이다. 검찰 못 믿는 국민의 생각도 그와 같다. 법은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이며 기둥이 흔들리면 나라도 끝이다. 검찰이 대답해야 한다.

윤석열 장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지만, 다시 조사 받았다고 한다. 10시간을 받았다든가. 윤석열도 속이 상할 것이다.

윤석열이 얼마 못 갈 거라지만 두고 봐야지. 사람 앞일을 누가 알겠나. 고위공직자들은 탄식 말라. 죄 없으면 된다. 죄 지었으면 벌 받고 새 사람이 되거라.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기둥이 썩으면 집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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