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칼럼】 명약과 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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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명약과 극약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7.11.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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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은 필요할 때 내려야

【팩트TV-이기명칼럼】 어의(왕의 주치의)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아니 되옵니다. 전하께 비상을 들게 하다니”

“전하. 마지막 처방이옵니다. 드셔야 하옵니다”

중 병에 걸린 왕의 마지막 처방은 비상으로 처방한 극약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탕제를 올려라.”

왕은 어의가 올리는 비상으로 처방한 탕제를 마셨다. 숨을 죽인 채 왕의 용안을 살피는 왕비와 어의들... 사극 ‘허준’ 의 한 장면이다. 내가 허준에게 너무 빠졌나 보다. 극약을 마신 왕은 완쾌했다. 극약처방이었다.

(사진출처 - 이명박 전 대통령 SNS)

 

■ 극약도 처방이다

천연두(마마) 예방약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소의 고름(우두)라고 해서 예방접종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지석영은 예방 접종을 자식에게 했다던가. (믿거나 말거나) 이것도 일종의 극약처방일 수 있다.

정치에는 극약처방이 없는가. 선거에서 당선하기 위해 상대 후보를 매수 해 사퇴시켰다가 들통이 나서 당선무효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극약처방의 결과다.

정치는 순리를 따라야 하며 극약처방은 곤란하다. 적폐청산에 최고 정점에 있다고 국민이 믿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며 질타했다.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명박의 말이다. 하늘이 무서워서 어떻게 이 말을 할 수 있는가. 그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이 자신을 비롯한 측근들을 모조리 제거할 작정이라고 예언했다. 바로 정치보복이다.

그런 이명박이 지금 정치보복을 비난하고 있다. 정치가 더 이상 타락할 수도 없다. 80여 년 인생을 살아온 눈에 비친 오늘의 정치 현실이다. 

오물통에 빠진 정치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둔갑했고 정치인들의 두꺼운 얼굴은 인간의 모습을 상실했다. 그 어떤 극약 처방으로 이를 치료할 수 있을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 다시 살아 난 논두렁

억대의 고급시계가 논두렁에 굴러다녔다는 한국적 신화가 다시 재생되는가. 여당의 중진 정치인이 논두렁 시계를 거론했다. 도망가 버린 이인규(자신은 아니라고 한다)가 국정원이 만들어 낸 말이라는 ‘논두렁 시계’ 는 여당 중진 정치인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그는 보좌진이 받았다는 3억 원의 실상을 ‘논두렁시계’ 에 비유했다.

왜 논두렁이 등장했을까. 이미 거짓말이 되어버린 ‘논두렁’ 처럼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도 논두렁처럼 사라지기를 바라는 소망일까. 아니면 자신의 반열을 논두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일까. 아니라는 평가다. 치사하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극약처방’ 일 수 있다고 할지 모르나 설득력이 없다. 순리를 벗어나면 설득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 선택할 처신은 하나다.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저런 변명 같은 거 집어치우고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일체의 공직에서 사퇴하는 것이다. 

지금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는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피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세상은 없는 죄를 뒤집어씌울 수는 없다. 비밀도 숨길 수도 없다. 가장 바람직한 순리는 정도를 가는 것이다.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잘못이 있으면 상응한 값을 치러야 하고 잘못이 없으면 당당하게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논두렁이라는 극약처방을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정도가 아니고 누구도 정도라고 인정해 주지 않는다.

요즘 야당의 정치행태를 보면 극약처방의 연속이다. 홍준표를 보라. 마치 싸움닭 같다. 싸움을 하지 않으면 존재의미가 없고 생존이유도 없다. 죽을 때까지 싸울 모양이다. 싸우다 죽어야 원이 없다는 것인가. 지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 시정잡배의 두목이라면 딱 어울린다.

 

■ 언론파괴의 달인

극약처방이라고 하면 결코 이명박에게 뒤지지 않는 인물이 있다. 김장겸과 김재철 고대영이다. 이들은 이 나라 언론을 망친 대표적인 적폐인물이다. 

적폐 사실을 적시하는 것조차도 창피하다. 멀쩡한 PD와 기자들을 블랙리스트란 올가미를 씌워 스케이트장 관리인으로 만들고 샌드위치 만드는 교육을 시키면서 ‘그것도 해 보면 재미있다’는 정신병자 소리를 뇌까렸다.

그들이 겪은 치욕적인 수모를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이용마 기자는 중병이 들었다. 자신들의 후배요 동료이기도 했던 기자와 PD를 이렇게 학대한 인간은 나치 전범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권력에 빌붙어 언론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조·중·동을 비롯한 사이비 언론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이 보는 것은 거짓뿐이었다. 진실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국민에 눈에 비치는 것은 거짓뿐이다. 나랏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국민의 가슴은 결국 촛불로 폭발해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구속됐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국정원과 검찰은 저주의 대상이 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자초했다.

극약처방이 때로는 깨끗하게 살아날 수 있는 처방이 될 수 있지만, 전제가 있다. 한 점 잘못이 없어야 한다. 김관진이 구속되고 3명의 국정원장은 법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이명박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언론을 황폐한 황무지로 만든 김장겸이 해임됐을 때 MBC는 만세 소리로 가극 찼다. 만세 소리를 들으며 김장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료 후배들에게 저토록 미움을 받았단 말인가. 눈물이라도 흘려야 정상이다.

이제 국민에게 고통을 준 이명박근혜를 비롯해서 원세훈·이병호·이병기 등 전 국정원장과 김기춘·우병우는 국민에게 죄를 빌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다음은 국민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 저항은 부질없는 짓이다. 지금이 바로 국민에게 지은 죄를 갚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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