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국가보안법을 철폐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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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국가보안법을 철폐 못하나?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0.11.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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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⑤제1항 내지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대한민국 국가보안법 제 7조 ①항과 ⑤항이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이 국가보안법 제 7조의 핵심이다.

해방 후 지금 까지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국가보안법철폐를 외치며 반대투쟁을 벌였지만 지금도 퇴직교사들이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휴전선 일대를 함께 걷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 통일된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평화통일 염원 전국 퇴직교사 휴전선 걷기단’을 꾸려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국가보안법 7조 위헌 심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지만 이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써 세 번째 해직을 당한 박미자 교사를 비롯해 퇴직교사 25명은 지난 10월 28일, 강원도 고성군 명파초등학교에서 출발하여 11월 6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사무소까지 10박 11일 동안 203km를 25여 명이 함께 걷는다. 동쪽에서 서쪽까지 강원도에서 경기도까지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연천, 파주에 이르는 접경지역 휴전선 일대를 걷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래 70년 동안 수천 명의 노동자, 언론인, 작가, 학생들이 구속되고 고통받았다. 보안법 수감자들 중 일부는 1998~1999년 석방될 때까지 30~40년 징역을 살아 세계 최장기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1948년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이 고문을 당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1948년에서 1986년 사이 보안법으로 정치수 230명이 사형당했다. 국가보안법은 제정 이래 70년 동안 헌법에 우선하는 “실질적 의미의 헌법”의 위치에 있다. 헌법에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제19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제22조) 등의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언급돼 있지만, 보안법은 이 모든 것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국가보안법은 ‘반공이 국시’가 되던 시절 그대로다. 전봇대마다 붙어 있던 ‘의심나면 다시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는 표어가 우리 머릿속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김남주시인은 분단이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팔군 병사의 군화에도 있고, 입산금지의 팻말에도 있고, 수상하면 다시 보고 의심나면 짖어대는 네 이웃집 강아지의 주둥이에도 있다’고 했다. 

또 나라 밖에도 있다 바다 건너 원격조종의 나라 아메리카에도 있고, 피묻은 자유로 몸부림치는 창살, 삼팔선은 감옥의 담에도 있고, 그대 가슴에도 침묵의 벽에도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분단을 두고 현직대통령이 적의 수괴(?)인 조선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판문점 선언을 한 후 남북으로 왕례하며 마치 통일이 다 된 것처럼 흥분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은 요지부동이다.

시인의 표현은 현실로 만나면 더더욱 참담하다. 국가 보안법은 국민의 입에 물린 재갈이다.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은 통일방안에 대해 입도 벙긋 못한다.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자구대로 해석한다면야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38선을 넘은 것도, ‘"나는 공산당이 좋다"는 김수근단장의 발언도 명확한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발행한 책을 소지하는 것도, 북한이 발행한 책을 읽고 대중들 앞에서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주권자가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는 주인이 말도 꺼낼 수 없는 금기사항이 몇 가지 있다. 그 첫째는 ‘미군이 한반도에서 물러가라’는 말과 둘째 ‘국가보안법 철폐하라’는 말 그리고 세 번째는 전시작전권을 찾아오자는 말이 그것이다. 

북한의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찬양고무죄로 처벌받고 ‘빨갱이’로 낙인찍히면 승진도 출세도 하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 통일부장관을 지낸 사람조차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이유가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경제·정치·군사적 이익을 위해서...”라고 했는데 왜 국가 보안법을 폐지 못하고 동족을 주적으로 몰면서 어떻게 통일 운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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