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미국 ⑤ 미국 쫓아다니다간 친구도, 돈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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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미국 ⑤ 미국 쫓아다니다간 친구도, 돈도 잃는다
  •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 
  • 승인 2020.10.0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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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미국은 사사건건 한국 정부를 통제하며 국정운영에 개입해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미국이 정부와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돌아보는 기획글을 공동으로 연재합니다.

9월 15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화웨이에 메모리반도체(D램) 공급을 중단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삼성전자 매출액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약 7조37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로 약 3조원 수준이다. 특정한 하나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매출액 비중이 이정도면 상당히 큰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거대한 매출처인 화웨이로의 수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8월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미국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원칙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희생양을 만들려는 미국

​현재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다.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첨단분야 등에서 명운을 건 싸움이 진행 중이다.

​그 사이에서 한국기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아니 강요한다. 한국은 어느 편이냐고. ‘신성한 한미동맹’을 한국이 저버릴 수 있느냐고.

​미국의 이런 압박은 실로 노골적이다. 일례로 지난 7월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국 국무부 사이버·국제통신정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LG유플러스와 같은 기업들에 대해 믿을 수 없는 공급업체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업체로 옮기길 촉구한다”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중인 LG유플러스를 직접 겨냥한 발언까지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그냥 외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월 27일 발표한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전망과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기업과의 거래전략을 묻는 질문에 국내 제조업체의 84.3%가 ‘중국과의 거래를 유지 또는 확대하겠다’고 응답했다.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국내 제조업체 300곳-대기업 76곳, 중소기업 22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미국의 대대적인 대 중국 경제압박 속에서도 실제 국내기업들이 탈중국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대 중국의존도가 크다는 것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 중국 수출비중은 전체 수출에서 2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은 14.5%다. 물론 미국의 비중 역시 적은 것이 아니지만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편이냐 미국편이냐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실리를 챙기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위 파트너가 필요한 미국

​미국이 한국을 분쟁에 휘말리게 하는 것은 비단 경제적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 간의 갈등을 경험한 바 있듯이, 미국은 한국을 자신들의 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자신들이 ‘적’으로 규정한 국가와 적대적으로 지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 포위망 구축에 한국은 당연히 참여해야 할 국가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을 담은 것이 ‘인도-태평양 전략’ 이다.

​최근 미국이 홍콩 사태와 대만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중국을 적극 압박하고, 중국 인근 해역에서 끊임없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이러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한일 군사동맹 체결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노골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다자안보협의체(쿼드(Quad)) 창설을 추진 중이다. 쿼드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각 안보 협의체로, 최근 미국 당국자들 입에서는 쿼드에 한국 등 다른 나라를 포함시켜 ‘쿼드 플러스’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을 세계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중국과 ‘친하게 지내지 말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 양국이 외교당국 간 국장급 실무 협의체인 ‘동맹대화’(가칭)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동맹대화’를 양국 군사 당국까지 포함한 2+2(외교+국방) 형태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에서 주로 남북관계,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안이 논의되었다면, 동맹대화에서는 방위비협상, 미군기지 문제, 사드정식 배치 등 군사적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에 집착할수록, 미국의 내정간섭을 허용하면 할수록 우리는 ‘가까운 이웃’을 잃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실익과는 무관한 분쟁에 말려들 것이다.

전 세계적 분쟁에 휘말리게 하는 미국

​미국이 한국을 분쟁의 중심으로 내모는 데는 비단 한반도, 동북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자신들이 직접 합의한 ‘이란 핵합의’를 전 세계적 비난에도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까지 말이다.

​이런 미국의 대 이란 압박은 주권 국가의 군대 사령관을 암살하는 상황에 까지 치달았다.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을 통해 전쟁 게임을 하듯 살해한 것이다.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개시하면서 전운이 고조되었고, 특히 전 세계 교역의 핵심 수송로 중 하나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강요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당시 “한국은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 한국이 병력을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한국군의 파병을 압박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일본, 한국처럼 이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고 상품과 서비스, 에너지를 운반하는 나라들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참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되어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이란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했다. 지난 2003년 전 세계가 ‘더러운 석유를 위한 전쟁’이라고 비난하던 이라크 전쟁에 미국의 압박에 의해 한국군을 파병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당연히 이란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워싱턴과 서울은 주인과 하인의 관계다”라며 “미국의 제재를 핑계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한 우리의 원유 수출대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밀린 석유 값’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속에서 한국과 이란은 독특한 방식으로 석유 거래를 해 왔다.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한 한국 회사가 국내 은행 2곳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이란에 물건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 해당 계좌에서 대금을 받아가는 것이다.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 기업이 맡긴 돈을 이란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이 가져가는 형식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 2곳은 작년 9월 미국 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을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지목해 제재를 하자 해당 계좌 운용을 중단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한국에 묶여 있는 석유 수출 대금 65억~90억달러(약7조~11조원) 수준이다.

​이란 정부는 한국이 석유 수출대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한국을 상대로 국제 소송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왜 우리가 그동안 잘 지내오던 이란과 이런 관계가 되어야 하는가.

​나아가 미국은 현재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간의 국교 정상화를 성사시키는 등 ‘친이스라엘-반이란’ 전선으로 중동국가들을 묶어세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중동국가들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게 될 것이고, 결국 한국에게 ‘누구의 편’이냐를 묻고, ‘미국 편’에 설 것을 강요할 것이다.

​우리의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동안 잘 지내오던 특정의 국가를 적으로 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뒤를 쫓아 다녀서는 친구도 잃고 돈도 잃는다. 우리가 실리를 챙기는 길, 세계적 평화에 이르는 길은 지금과 같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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