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94] 미중 대결③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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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94] 미중 대결③ 배경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9.1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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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권연구소 

1. 미중 간 힘 관계에서 역전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

미국과 중국 사이의 모든 영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는 대결의 바탕에는 양국의 힘이 역전할 것 같은 상황이 있다. 기존 세계 패권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중국에게 힘에서 밀리는 양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면서 당황한 미국이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간 힘의 역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2017년 9월 7일 발표한 「향후 5년 미중관계 변화와 영향」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국력 격차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는 장기 추세 속에서 앞으로 5년은 향후 미중관계의 전개에 있어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영역에서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보다 높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 2030년 경에는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명목 GDP가 21조 달러에서 14조 달러 규모로 추락하면서 GDP 순위에서 중국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해마다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을 보면 2019년 사상 처음으로 중국계 기업의 수가 미국보다 많은 것으로 나왔다. 통신, 정보산업, 인공지능, 드론 등 최첨단 사업 분야에서도 중국이 독점적 기술을 확보하거나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최첨단 과학기술력을 동원해 코로나19 대처에서도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은 1980년대 플라자 합의로 일본의 팔을 비틀어 경제 위기를 돌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처럼 미국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하위동맹국이 아니다. 그리고 과거처럼 미국의 압박에 타협과 후퇴로 대응하지도 않는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 중국이 경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군사 영역에서도 중국의 추월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5월 28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제임스 인호프 위원장(공화당)과 잭 리드 민주당 간사는 공동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군 현대화를 통해 모든 영역에서 (미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라며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중국에) 위험한 수준으로 침식됐다, 다음번 국가대 국가의 전쟁에서 미국이 질 수도 있다”라는 국방전략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언급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미 태평양사령관 시절인 2018년 3월 1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공세적인 군사증강”을 했고 “군사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군사력 확장은 미사일·유지 시스템의 현저한 증강, 5세대 전투기 능력, 해군의 규모와 능력의 증대 등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확실히 중국의 첨단무기 개발 속도는 미국을 앞서고 있다. 2015년 11월 22일 중국이 신형 공대공미사일 PL-15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같은 날 미 공군사령관 허버트 호크 칼라일 대장은 “PL-15의 사거리는 미군의 모든 공대공미사일보다 길기 때문에 F-35 스텔스 같은 전투기 뿐 아니라 폭격기와 공중급유기에도 위협이 돼 미 공군이 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형 공대공미사일 개발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6년 11월 중국 공군은 PL-15보다 사거리가 더 긴 공대공미사일을 노출시켜 미군과의 격차를 더 벌려버렸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게 시간문제로 나타나자 초조해진 미국이 중국 공격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추월은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에서 밀려나는 것을 의미하며 치열한 국제질서에서 한번 밀려나면 영원히 2류, 3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2. 북한의 영향

​(1) 닉슨독트린의 파산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닉슨의 외교 전략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결에서 한 발 물러서는 닉슨독트린, 중국과 화해하는 미중 데탕트 정책이 총파산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닉슨독트린은 미국이 체제 대결에서 한 발 빼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대결의 방법을 전환했을 뿐이다. 베트남전과 같은 전면전의 방식이 부담되니 좀 더 교활한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전략은 첫째, 주요 반제,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대립시키는 것이었다. 이이제이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수교하며 중국을 반소련전선에 활용하는 식이다. 오늘날에는 베트남과 수교하면서 베트남을 반중전선에 끌어들이고 대결을 격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를 편의상 닉슨독트린 제1방향이라고 하겠다.

​둘째, 주요 반제, 사회주의 나라 내부에 들어가 미국식 자유주의 바람을 불어넣고 자본주의 퇴폐·향락 문화와 황금만능주의 사상을 불어넣어 그 나라를 내부에서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특히 젊은층에 영향을 주어 정부와 체제를 반대하게 만든다. 소련을 무너뜨린 것도 이 방식이었고, 중국과 베트남에도 수교와 함께 사상문화공세에 힘을 쏟았다. 이를 편의상 닉슨독트린 제2방향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은 이 전략들이 파산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파산이 북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징후가 많다.

(2) 북중 단결

​2018년 미국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합의했다. 그때 미국의 1차 의도는 북한을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어 반중전선에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닉슨독트린 제1방향을 북한에 적용한 것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북중 사이에는 상당한 대립현상이 있었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 비난하면서 대북제재를 강화했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이에 북한은 노동신문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대국주의’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유례없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 북중 사이를 이간질해 북한을 반중전선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여기 있다.

그런데 북한은 3월 9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후 3월 25~28일 전격적으로 중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보다 더 큰 역사적 의미를 담은 거대한 사건이었다. 북한이나 중국 입장에서는 세계정세를 제국주의 대 반제국주의 관점으로 볼 것이다.

그들이 보는 반제 입장에서 승리의 요건은 제국주의와의 싸움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반제자주역량 강화일 것이다. 그들은 주체역량 강화가 선차적이고 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 관점에서 볼 때 당시 진행한 북중정상회담이야말로 반제반미 사회주의 주체역량 강화에서 대단히 중차대한 역사적 사건이며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북중정상회담을 진행함으로써 미국의 구상을 파탄낸 것은 닉슨이 중국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소련을 견제하고 중소 대결을 부추긴 것이나 훗날 닉슨독트린을 적용해 베트남과 수교를 추진하며 중국과 베트남의 대결을 촉진한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2018년 3월 25~28일 있었던 북중정상회담은 닉슨독트린의 척추를 분질러놓은 역사적 사건이고 어떤 의미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보다 더 거대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가진 역사적 사건이었다.

(3) 북한의 영향을 받은 중국

​중국은 미국과 수교하고 개혁개방조치를 하면서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에 자본주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중국 사회에 여러 모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관료의 부정부패가 심각해졌다.

​2012년 3월 18일 새벽, 중국 베이징 시내를 질주하던 페라리 한 대가 다리 난간을 들이받았다. 운전자는 즉사했는데 확인 결과 당시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 링구였다. 차에는 전라, 반라의 여성 두 명이 더 있었다.

한 명은 칭하이성 공안청 부청장의 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라마교 지도자의 딸이었다. 이 사건은 중국 지도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링구의 아버지 링지화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었는데 결국 통전부장으로 좌천됐다. 이후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고 링지화는 부정부패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리비아 지도자였던 카다피의 자식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리비아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던 무타심은 세계 각국의 가수, 배우, 모델 등을 카리브해 세인트바츠섬 등에 불러 호화 파티를 즐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머라이어 캐리, 비욘세, 린지 로언(린제이 로한) 등 초대받은 연예인들은 공연비로 1인 당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리비아 지도부가 민심을 잃었고 결국 내전에 휩싸여 망했다.

​중국도 당 간부와 자녀들이 부정부패와 사치향락에 젖어 안에서부터 붕괴하고 있었다. 미국의 닉슨독트린 제2방향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러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부정부패를 엄단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당 총서기에 취임하자마자 “호랑이(고위관료)든 파리(하급관료)든 모두 때려잡겠다”라며 철저한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했다.

이후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겸 정치국 위원, 궈보슝과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겸 정치국원, 링지화 전 정협 부주석 겸 당 통일전선부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부정부패로 낙마했다. 첫 5년 동안 반부패투쟁으로 처분이나 징계를 받은 공산당원은 무려 119만 명이나 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칼을 빼들고 고위 간부들부터 단속한 데에는 북한의 사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에는 혁명1세대의 자녀들인 2세대의 선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대혁명소조운동을 제기하였는데 혁명의 2세대들인 대학생 등이 소조로 묶여 공장, 농장에 파견돼 현장의 노동자, 농민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단련하는 운동이었다.

이를 통해 혁명1세대의 기풍이 2세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2세대가 특권과 특혜를 누리지 않고 혁명1세대를 그대로 계승, 발전하도록 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혁명2세대에서는 “조국의 융성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에게 ‘특혜’란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며 사치나 흥청망청하는 모습은 용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서로 사상문화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다. 예를 들어 2012년에는 북한 피바다가극단이 가극 「꽃파는 처녀」를 2달 동안 중국 10여개 도시에서 순회공연하였다. 이 가극은 2008년에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연속 5차례 공연되었으며 크게 인기를 끌어 중국에서 27차례 순회공연한 후 인민대회당에서 추가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이는 중국 공연역사에서 아주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이런 것처럼 북한의 혁명2세대 모습이 중국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닉슨독트린 제2방향도 파탄나게 되었다.

​중국이 북한에게 영향을 받은 게 이것만은 아니다.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대미강경노선도 배웠을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시종일관 미국에 초강경 대응을 하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중국은 과거 미국의 압박에 대해 대체로 타협하고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면서 이를 도광양회,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는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미국의 무역전쟁이나 홍콩 사태 압박, 경제제재, 외교 공격 등에 모두 정면으로 맞서서 물러서지 않고 똑같은 수준으로 반격하고 있다.

(4) 중국은 북한의 대미 공격에서 많은 혜택을 입었다

​미국은 90년대 소련 해체 후 유일하게 남은 ‘원칙적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을 무너뜨리려 하였다. 그러나 북한과 아무런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내부 정보도 없고 영향을 미칠 수단도 미약했다.

기껏 하는 건 경제봉쇄를 하고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내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중국을 끌어들였다. 대북적대정책에 중국을 핵심 지렛대로 이용한 것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대북정책을 실현하자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라고 틈만 나면 이야기해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여러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은 미국에게 최혜국대우(MFN)를 받고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으며 미국의 군사적 위협도 받지 않았다. 유엔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주고, 대북제재에 동참해주는 대가였을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부산에서 회담을 하였다. 언론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가 가장 큰 안건이었던 것으로 보도하였다.

그러나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외교부 관할이며 양제츠 정치국원의 지위로 봐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회담을 하는 게 상식적이다. 양제츠 정치국원이 2018년 3월 방한했을 때도 강경화 장관이 회담 상대였다. 그런데 안보를 다루는 서훈 안보실장이 나선 것을 보면 서훈-양제츠 회담은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이 아닌 다른 안보상의 중요한 의제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가 한미연합훈련 중이었음을 감안하면 아마도 북한이 강경대응을 하지 않도록 중국에서 힘써달라는 부탁을 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철저한 ‘승인’ 추구 정권인 문재인 정권의 성격을 놓고 볼 때 이는 문재인 정권뿐 아니라 미국 트럼프 정권의 요구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미국은 미중대결 상황이라 중국에게 뭔가를 부탁할 상황이 아니니 한국 정부를 통해 대신 요청한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공산당 정치국원을 부산까지 보내면서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뭔가를 챙겼을 것이다. 지금 중국이 한국에게 요구할 만한 것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있다. 미국은 대중국 봉쇄망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요청을 수용했으니 문재인 정부가 반중전선에 참여할 수 없는 모양새가 되었다. 한국일보는 8월 14일자 보도 「한국부터 잡아라…미에 맞설 중 카드는 ‘시진핑 방한’」에서 “중국 입장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미국에 일격을 날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라고 분석했다. 극우단체들이 양제츠 방한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친미언론과 일본이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강경대응을 하지 않도록 중국에 요청해야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에도 중국은 북한의 강경대응을 막는데 급급한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의 궁색한 처지를 이용해 자기 실리를 챙겼다. 이런 식으로 중국은 북한의 대미강경노선에 따른 혜택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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