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국민의힘당, 너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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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국민의힘당, 너무 나간다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0.09.11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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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하다. 억지 부리지말라.

【팩트TV-이기명칼럼】논산 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머리는 빡빡. 눈물과 함께 툭툭 떨어지는 까만 머리카락. 던져주는 누런 군복. 차렷! 앉아! 일어서! 번호부쳐! 엎드려뻗쳐!

끔찍한 군대생활 34개월 20일의 시작이다. 그러나 멋도 있었다.

‘너. 너. 이리 나와.’ 덩치 좋은 몇 명이 선임하사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불려 나갔다.

‘너희들 구령 부쳐 봐라.’ ‘넷’

구령을 붙였다. ’중대 차렷 열중 쉬엇’

‘너만 남고 다들 들어가.’

나만 남았다. 선임하사가 나를 훈련병들 앞에 세웠다. 왜 그러지.

‘다들 들어라. 지금부터 이 친구가 중대 향도다. 말 잘 들어라.’

(사진출처 - 국민의힘 홈페이지)

■고단한 이등병

나는 덩치가 컸다. 1m 72cm. 지금은 별로지만 60년대에는 큰 키였다. 럭비로 단련된 체격이다. 고등학교 때 감투를 써서 구령도 찌렁찌렁. 중대 향도가 뭔지 아는가. 300여 명 훈련병 중에 대장이다.

왕초다. 훈련병 지휘관이다. 중대본부에서 중대장과 함께 지낸다. 말하자면 청와대 근무다. 훈련병들 인솔하고 훈련장에 나간다. 훈련병한테 돈도 걷어서 담뱃값으로 교육하사관들에게 바치는 역할도 한다. 그런 거 잘해야 훈련 편하게 받는다. 옛날 자유당 때 얘기다.

그 시절엔 빽이 잘 통했다. 몇 놈이 아침 훈련 집합에 안 보인다. 알고 보니 빽 좋은 놈들이다. 연대에 특무대 파견대가 있는데 다른 훈련병은 훈련받느라 땀 뺄 때 이놈들은 특무대 사무실에서 논다. 할 수 없다. 빽이 최고일 때니까. 참모총장 동생이란 놈이 있었는데 토요일이면 헬기 타고 서울로 외출 나간단다. 헬기 타는 거 못 봤다.

당시 ‘뚱뚱이와 홀쭉이 논산훈련소에 가다’ 영화 촬영이 있는데 빽 좋은 놈들은 촬영장 엑스트라로 빠졌다. 훈련소장이 XX지역에서 출마하려고 해서 그 곳 출신 훈련병들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나도 빽을 동원하려면 못할 것 없었지만, 군대 가서 고생해야 사람이 된다고 해서 꾹 참았다. ‘젊어 고생 좋아하시네’

후반기 교육은 끝내고 1등을 했기 때문에 규정대로 가고 싶은 지역에 갈 수 있었는데 대구를 지원했다. 왜 대구인가. 딱 하나. 시인 이상화 때문이다.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을 엄청 좋아했고 그의 고향이 대구다. 달성공원에 ‘상화시비’가 있다. 참 순진했다.

그러나 이등병 쫄따구의 고생은 이상화의 시처럼 멋지지 않았다. 고단했다. 대구의 겨울 추위는 말도 못 한다. 덜덜 떨며 보초를 선다. 아 아 빽 써서 서울로 갈걸. 군대생활 하면서 고생할 때 탈영 생각 안 해 본 친구 있는가. 그렇게 이등병은 고단했다.

기다려지는 일요일의 외출. 향촌동에 ‘녹향’이라는 음악다방이 있다. 힘들게 외출을 얻어 ‘녹향’ 다방에서 음악을 듣는다. 베토벤의 운명. 차이콥스키의 비창과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 교향곡을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 서울 인사동의 ‘르네상스’, 명동의 ‘돌체’가 그리웠다.

 

■대구탈출, 서울입성. 빽이다.

마침 고모부가 대구 전화국장으로 부임했다. 그 당시에 전화 놓기가 참 힘들었다. 고모부가 고생한다며 외출 나온 날 데리고 음식점에 갔다. 동석한 사람이 있었다. 대구지구 특무대장이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나더러 왜 서울이 아니고 대구에 있느냐고 했다. 서울 가고 싶다고 했다. ‘응 보내주지’ 너무나 시원한 대답. 어 이럴 수가 3일 만에 서울 부대로 전속이 됐다. 아아 대한민국 나의 조국. 빽 이면 다 통한다. 지금은 어떤가.

왜 이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군대 생활을 중언부언 늘어놓는가. 요즘 추미애 아들 얘기 들으면서 슬프다. 진정서 타령이다. 진정서는 국민의 권리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정을 하면 위법이냐. 아무리 정치라지만 더럽다. 추미애 아들이 빽을 썼는가.

국민의힘 의원에게 묻는다. 군대생활 하는 자식을 비롯한 일가친척 어느 하나라도 위해 부탁한 적 없느냐. 정말 없는가. 맹서할 수 있는가. 공개해도 좋은가. 언제부터 우리 군대가 이렇게 원리원칙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모범군대였는가. ‘국민의힘’ 당은 억지 부리지 말라. 메스껍다.

특무대장 빽으로 서울로 전속을 갔지만 불법은 아니다. 추미애 장관 아들 얘기를 들으면서 서글펐다. 꼭 저래야만 되는가. 불법이라면 증거를 내놓고 처벌하면 된다. 그럼 끝난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도 꼼짝 못 할 증거를 내놓겠다고 했다. 빨리 내놔라. 뭘 우려먹으려는가. 자식 기르는데 몹쓸 짓 하면 죄 받는다.

주호영이 말하는 ‘결정적 증거’는 뭔가. 대통령도 꼼짝 못 한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결단하라고 한다. 주호영은 판사 출신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정치가 형편없고 정치가들의 자질 역시 XX라 해도 적어도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자 판사 출신 국회의원이 얼굴 어떻게 들고 다닐려고 그런 소리를 팅팅 하고 다니는가.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주호영, 결정적 증거 내놔라.

‘국민의힘’ 당은 그냥 물고만 늘어지면 여론은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도껏 해야 한다. 결정적 증거 타령만 하다가 날 새면 새벽이다. 국민도 잠 깬다. 또 다른 거 들고나오겠지. 에라이.

내가 서울로 전입을 왔을 때 부대는 양평동에 있었다. 주말마다 외출을 했다. 어느 토요일 옆 부대와 축구 시합을 하다가 내가 다쳤다. 군병원 수속은 복잡해서 그냥 민간병원에 입원했다. 부대장이 승인했다. 아들의 부상을 안 어머니의 걱정은 말도 못 한다. 어머니의 마음은 다 그렇다. 추미애나 우리 어머니나 다 같을 것이다. 주호영은 다를까.

국민의힘 신원식(예비역 육군 중장) 의원의 활약이 놀랍다. 그의 육사 후배이자 부하 참모였던 장교들이 모두 증인이다. 어긋나는 증언들이 있지만, 육사 선후배 간의 의리라고 눈 감아 주자. 엄정한 군대에서 눈감아주는 게 무슨 소리냐고 한다면 그냥 웃어주자.

좌우간 주호영은 자신이 말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무엇인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치판이라 하지만 자식들 가지고 그만해라. 솔직히 말해서 군대 생활 생각만 하면 그때 어머니 생각이 난다. 지금 군대 생활 엄청 공정하다. 주호영, 쫄병생활 해 봤느냐. 어머니 빽? 턱도 없다.

나는 제대 말년에 군 트럭 타고 새벽에 남산에 올라가 뭔지도 모르고 KBS 점령한 혁명(쿠데타)군이었다.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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