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특별기획] 5. 한반도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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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특별기획] 5. 한반도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
  •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 
  • 승인 2020.09.09 0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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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1945년 9월 8일 미군이 38선 남쪽 지역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에 숱한 압력과 간섭을 가해왔습니다.

​미군 주둔 75년을 맞아 미국과 주한미군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살펴보며,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해 제대로 정립하고자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가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한반도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아넣었던, 8월 18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되었다.

​코로나19확산과 한반도 긴장이라는 우려로, 반발 여론이 큰 상황에서도 강행된 이번 훈련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남겼는지 의문이다.

​한국 정부가 한미연합훈련의 필요성으로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전시작전권환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위해선 올해 2단계 검증 절차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마치고 내년에 마지막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훈련이 축소되면서 전작권 검증 관련 훈련이 진행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무산됐다.

전시작전권을 돌려줄 마음이 없는 미국

​이번 훈련에서 미국이 보인 행태를 보면 미국은 전시작전권을 돌려줄 마음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완전운용능력 검증 평가가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로 한미훈련이 12일에서 10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일정을 조정할 사항이 생긴 것인데,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훈련을 통해 완전운용능력 검증 평가를 꼭 받아야 했다. 그렇다면 다른 훈련을 축소하고 완전운용능력 평가 관련 훈련을 진행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빼버렸고 본래의 대북 선제공격성 훈련만을 진행했다. 미국이 전시작전권전환 문제에 소극적이거나 그럴 마음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요구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평가 목록이 기존 90개 항목에서 155개로 대폭 늘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8월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군 소식통은 한미 연합군의 전투수행능력 평가 검증 기준이 되는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을 기존 90개에서 155개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며 “미군 요구로 늘어난 목록에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항목이 많이 담겨 있어 향후 전작권 전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군 고위소식통은 “미군이 요구한 조건 중 일부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이를 명분으로 전작권 전환을 늦출 것이라는 위기감이 군내에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인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 장악을 쉽사리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전시작전권 반환 이후를 준비해둔 미국

​물론 미국도 자신들이 영구히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인데다 국민들의 반발 역시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시작적권을 한국에 반환하더라도 한국군을 장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뒀다.

​그 중 하나가 유엔군사령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인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지고 있다. 이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사사령관을 겸직한다.

​전시작전권이 한국에 넘어갈 경우 한미연합사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되고,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주한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게 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 사령관을 겸직한다.

문제는 유엔사와 미래연합군사령부의 관계다.

​현재는 유엔군사령관이 겸직한 한미연합사령관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한국군을 운용하여 정전체제 유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전협정 유지 임무와 관련해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의 지시에 따른다. 1970년대 맺어진 합동참모본부(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약정(TOR)에는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유엔사가 연합사를 지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겨레, 2019.09.16).

​그동안은 한미연합사, 유엔사, 주한미군 사령관이 같은 사람이라 체계상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다. 하지만 한미연합사가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되고 한국군이 사령관이 되면 각 사령부간의 관계설정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전작권 반환 이후에도 유엔사 사령관을 맡게 되는 미군으로서는 유엔사를 통해 한국군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행동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주장하면서 유엔사가 미래연합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최근 유엔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2018년 8월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유엔사 참모장에 취임했다. 전에는 주한미군 참모장이 유엔사 참모장을 겸직했지만 처음으로 유엔사 단독 참모장이 취임한 것이다. 유엔사 참모 조직 강화 등으로 30~40명 수준이던 유엔사 근무자가 2~3배 늘어난 상태다.

​2018년 7월에는 미군이 맡아오던 유엔사 부사령관을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3성 장군이 맡게 됐다. 유명무실해진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확대 개편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평가들이 제기된 바 있다.

​유엔사와 더불어 전시작전권이 반환되더라도 한미연합사와 같은 체계가 유지된다는 것도 문제다.

​한미연합사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대체 되지만 이 역시 한미가 공존해서 운영하는 체계다. 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다고 하지만 과연 ‘부사령관’인 미군에게 한국군 사령관이 명령을 제대로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연합사 사무실이 한국 국방부가 아닌 평택 미군기지에 자리 잡게 된 것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군 출신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들에게 둘러싸여 살게 됐다.

​한국군은 한국군대로 운용하고, 주한미군은 주한미군대로 운용하면 될 것을(미일연합사, 미독연합사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미연합사’와 같은 체제를 유지하며 미국은 한국군에 막대한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미래연합군사령부 산하 구성군 사령관의 경우 육군과 해군은 한국군이 맡지만 현대전의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공군은 여전히 미군 사령관이 맡는다.

대통령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않은 한미워킹그룹

​덧붙여 짚고 넘어갈 문제는 ‘조선총독부’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미워킹그룹’이다.

​정치권에서도 많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미국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한국의 통일외교 정책 전반을 통제 하에 두고 있다.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이 나오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설치 추진 등 남북관계가 급진전 되자 미국은 한미워킹그룹을 설치해 남북관계에 족쇄를 채웠다.

​2018년 10월 10일 미 대통령이 “그들(한국)은 우리(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한미워킹그룹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9월 평양선언 이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누구 마음대로 9월평양공동선언에서 군사분야 합의했냐”며 격노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진 바 있다.

​그 이후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철도‧도로 연결이 불발된 것은 물론이산가족 상봉마저 발목이 잡혔다. 의약품을 싣고 가는 트럭이 제재대상이라며 의약품 지원마저 한미워킹그룹 앞에서 가로막혔다.

​이런 한미워킹그룹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군사부분에서도 미국은 결코 한반도에 자신들의 영향력과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승인’, ‘검증’에 목맬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힘으로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당당히 되찾아야 한다. 미국이 한 나라 주권의 핵심인 전시작전권을 돌려주니 마니 하는 식의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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