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칼럼】 이렇게 나라를 망쳐도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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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이렇게 나라를 망쳐도 되느냐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7.10.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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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도 살아가야 할 나라다

【팩트TV-이기명칼럼】 허준의 인생을 그린 드라마가 있다. 재미와 교훈이 함께 담겼다. 그 중에 하나. 왕자의 몸에 종기가 났는데 백약이 무효. 허준이 선택한 치료법이 특별했다. 

살아있는 거머리로 종기에 나쁜 피를 빨아내게 하는 방법이다. 왕비를 비롯한 어의도 펄펄 뛴다. 왕의 결심만이 남았다. 허준의 목숨을 건 소신과 왕의 결심으로 왕자는 완쾌된다.

참여정부 시절의 비화. 대통령이 의중에 둔 인물이 검증대상이다. 만족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꼭 쓰고 싶은 인물이었기에 재검증을 지시했다. 아니 부탁이었다. 

한마디 지시면 끝날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일담이지만 무척이나 섭섭해했다고 한다. 직을 건 참모의 뜻을 거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KBS) 등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 들러리 취업준비생

수백 명의 취업지망생이 시험을 보고 있다. 취직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한 청년들이다. 어머니는 정한수를 떠놓고 아들이 시험 잘 보기를 빌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험을 잘 본 자신감에 취업준비생은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나 꿈이다. 이미 합격자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2012년과 13년 강원랜드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 대상이었다고 한다. (한겨레 10월 25일자)

이게 사실인가. 사실이다. 미리 뽑을 사람은 다 정해 놓고 요식으로 치르는 들러리 시험. 이들의 꿈은 이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이 같은 부정 취업 사실이 알려지자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강원랜드의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이게 나라냐. 하루빨리 망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염동열 등이 강원랜드에 취업을 부탁했고 권성동의 사촌 동생도 한몫했다.

최경환은 중소기업 중앙회에 압력을 넣어 측근을 취직시켰다. 이정현은 조카를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 취업시켰다. 역시 자격미달자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이다. 

취업준비를 하느라고 편의점에서 차디찬 도시락 까먹고 밤새워 공부하면 뭘 한단 말인가. 차라리 도둑질하는 게 속 편하다는 말을 한다.

유독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취업부정이 만연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청와대는 몰랐는가. 감사원은 몰랐는가. 민정실은 몰랐는가. 국회는 몰랐는가.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이 이런 취업부정을 진정 몰랐는가. 

몰랐다면 땅을 칠 노릇이지만 이제 알았으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멀쩡하게 들러리로 바보 노릇을 한 취업준비생들의 한을 풀어 줘야 한다. 아니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들은 바로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청년들이다.

부정으로 취업을 한 자들의 국가관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 말을 하면 잔소리다. 자신이 들러리였다는 사실에 절망과 분노에 떠는 청년들의 국가관은 어떨까.

이들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다. 이를 바로잡지 않고는 이 나라의 장래는 없다.

피고름이 잔뜩 들어 있는 종기와 같은 나라 꼴이다. 거머리가 피고름을 빨아내듯 대한민국이란 몸뚱이에서 썩은 피를 뽑아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식들이 영원히 살아야 할 나라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이후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통령을 겪어 봤다. 박정희와 전두환이야 총으로 정권을 찬탈했으니 제외해도 이명박·박근혜만큼 나라를 망친 대통령은 없었다.

 

■ 이인규는 입을 열어라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국정원의 망국적 작태를 보면 벌어진 입이 닫히지 않는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 국정원의 만행은 일일이 꼽을 수도 없다. ‘논두렁 시계’ 와 관련된 국정원의 모략 음해는 완전한 ‘인간포기’ 다.

‘망신을 주고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했다.’ 불구속으로 계속해서 망신을 주라는 것이다. 삶을 포기할 결심을 하도록 망신을 주라는 것이 아닌가. 이에 동조한 언론의 작태를 보자.

KBS 고대영 사장(당시 보도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받았고 SBS 하금열 사장이 국정원 간부를 만난 후 논두렁시계가 보도됐다는 보도다. 200만 원에 넘어갔는가. 국정원의 협박에 무릎을 꿇었는가.

논두렁 시계를 수사했던 대검 증수부장 이인규는 ‘내가 입을 열면 많은 사람이 다친다’고 했다. 다치는 자가 누구인가. 입을 열어야 한다. 국민은 검찰을 쳐다보고 있다. 검찰이 이제 제 할 일을 하느냐를 지켜본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는 명언을 남긴 윤석열 검사를 국민은 목을 늘리고 쳐다본다. 검찰이 변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의가 바로 선다는 의미다. 검찰도 이제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살아야 한다. 욕도 먹을 만큼 먹지 않았는가.

 

■ 누구를 위한 국정원이냐

국가의 안보를 위해 만들어졌고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한다. 국민의 뇌리에 남아있는 국정원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동백림 간첩조작 사건’ 이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과 이응로 화백이다.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이다. 그밖에 이루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의 간첩조작 사건과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무소불위의 무법 살인자 김형욱의 만행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원세훈과 그의 수졸들이 저지른 국정원의 망국행위를 보면 국정원은 바로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주범이다. 이명박 박근혜의 비호 아래 저질러진 국정원의 범죄는 끝도 한도 없이 거미줄처럼 나오고 있다. 

강직한 군인이라고 자랑하던 남재준의 어리석음과 원세훈의 교활이 어울려 나라는 국민의 마음에서 천 리만큼 떠났다. 애국심의 실종이다.

고름이 꽉 찬 대한민국이라는 몸뚱이를 거머리 항아리에 넣어서라도 썩은 피는 반드시 짜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희망이 없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으로 이 지경이 됐더라도 자식들만은 당당한 나라에서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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