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81] 자주·민주·통일 투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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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81] 자주·민주·통일 투쟁에 대하여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6.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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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주·민주·통일은 국민주권운동의 과제다

국민주권운동은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이다.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려면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자주는 국민주권을 대외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국가가 다른 나라에 예속되어 주권이 없으면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 외교, 경제, 국방, 문화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마따나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국민의 주권을 사실상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강탈해간 나라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민주는 국민주권을 대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독재 치하에서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형식상 민주주의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길이 차단된 비민주적 사회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작동하고 진보적인 정당·단체 활동은 탄압을 받는다.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려면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통일은 국민주권을 넘어 민족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 민족은 하나의 나라에서 살았지만 외세가 강제로 남북을 갈라 분단국가를 만들었다. 따라서 통일을 이루어 우리의 민족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민족주권까지 회복해야 국민주권은 온전히 실현된다. 또 통일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면 국민주권은 더욱 빛이 난다. 따라서 국민주권과 민족주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주권운동의 과제는 자주, 민주, 통일이라 할 수 있다. 

 

2. 자주·민주·통일 운동의 의의

자주는 국민주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1945년 미군이 점령군으로 들어오면서 강탈해 지금까지 형태만 바꿔가며 틀어쥐고 있는 주권을 국민이 되찾는 것이 자주다. 

자주는 민주와 통일을 실현하는 대전제다. 자주 없이 민주도, 통일도 없다. 외세에 주권을 빼앗긴 상태에서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통일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자주는 국민주권운동의 선차적 과제, 절대적 과제다. 

민주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이 민주다. 그래서 민주는 곧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통일은 국민주권을 빛내는 것이다. 통일은 민족주권을 한반도 전체에서 실현하는 것이며 이것을 국민주권운동 차원에서 보면 민족주권을 통해 국민주권을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하나의 국가 단위로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분단은 비정상 상태다.

또한 분단은 외세가 국민주권을 강탈하기 위해 강요한 것이므로 분단을 전제로 해서는 국민주권을 절대 실현할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국민주권은 민족주권을 실현해야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통일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되므로 국민주권을 활짝 꽃피울 수 있다. 그래서 통일이 국민주권을 빛낸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자주는 국민주권을 되찾아오는 것, 민주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 통일은 국민주권을 민족주권으로 발전시켜 빛내는 것이다. 국민주권운동은 주권을 회복하고, 구현하고, 빛내는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3. 자주·민주·통일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

(1) 자주

가. 자주가 민주에 미치는 영향

자주는 민주의 출발점이다. 주권을 실현하려면 먼저 내 손에 주권이 있어야 한다. 미국에 빼앗긴 주권을 국민의 손에 되돌려놓아야 진정한 민주를 꽃피울 수 있다. 

자주는 민주의 대전제다. 자주가 없는 민주는 변색된 민주, 사이비 민주다. 외세가 우리 주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민주를 실현한들 그게 제대로 된 민주일 수 없으며 국민주권을 실현한다고 할 수도 없다.

민주는 국민이 자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 뜻대로 국가권력을 움직이는 것인데 주권이 외세에 있다면 이를 실현할 수 없다. 오직 외세의 이익을 위해 외세의 뜻대로 국가권력이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자주 없이 민주를 하겠다는 것은 이미 민주가 아닌 사이비 민주이며 이러한 민주화운동은 진보운동이라 할 수 없다. 

사실 독재세력들조차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박정희는 군부독재를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포장했고, 이순자는 자기 남편인 전두환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하였다. 김영삼은 한때 민주화운동의 지도자였지만 집권 후 공안탄압에 미쳐 양심수로 감옥을 가득 채웠다.

당연하게도 이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이들은 주권을 강탈해간 미국을 위해 일하는 미국의 앞잡이였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자였다. 이들은 자주의 문제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가끔씩 그럴듯한 조치를 취하고는 엄청난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것처럼 떠들었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모두 자신의 독재통치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이루어졌다. 

이처럼 자주 없는 민주는 존재할 수 없다. 자주 없는 민주를 주장하는 것은 사이비요 변질이다. 오로지 자주를 전제로 하는 민주만이 실질적 국민주권을 실현하게 한다. 그래서 자주는 참된 민주의 대전제가 된다. 

 

나. 자주가 통일에 미치는 영향

자주는 통일의 본질이다. 

통일은 민족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애초에 분단도 우리 민족이 주권을 미처 회복하기 전에 외세가 자기들 마음대로 저지른 것이며, 외세가 우리를 분단시킨 이유도 우리 주권을 강탈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통일을 가로막고 분단을 유지시키는 기본 세력도 외세다.

만약 통일된 한반도가 미·중·일·러 같은 주변국이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의 통치를 받는다면 그걸 통일이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우리 민족 전체를 외세가 갖다 바치는 것이며 민족국가의 말살이다. 진정한 통일은 주변국이나 국제기구로부터 자유롭고 우리 민족이 주권을 쥐는 통일이다. 이것은 곧 자주다. 따라서 자주는 통일의 알맹이다. 

 

자주는 통일의 원동력이다. 

우리가 통일이라고 할 때 어떤 상태를 통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은 체제통일을 생각한다.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흡수통일 혹은 북한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적화통일을 통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통일이 아니다. 이것은 어느 한 쪽의 쇠락과 멸망을 의미한다.

남과 북 어느 쪽도 자기 체제를 버릴 생각이 없으므로 결국 전쟁으로 한 쪽을 파멸시키고 정복하거나 전쟁에 준하는 봉쇄와 압박으로 체제를 몰락시켜야 한다. 5천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 자기 반쪽을 멸망시키는 게 통일일 수는 없다. 

체제통일이 아니면 어떤 통일이 가능한가. 남북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하나가 되면 그것이 통일이다. 이를 7.4 남북공동성명의 표현대로 하자면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다. 민족대단결 방식의 통일이 진정한 통일이다. 

민족대단결 방식의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주다. 

 

자주는 단결의 기준이 된다. 

민족이 대단결을 하려면 온 민족의 공감을 얻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다. 예속은 누구의 공감도 얻을 수 없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는 남과 북 어느 한 쪽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남과 북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내용이 달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평화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으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자주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추구하는 미국에 의존해서는 절대 평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주는 민족이 공감하여 단결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자주는 단결의 힘이 된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남에게 의존해서는 자기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서 하는 통일, 다른 나라의 승인을 받아서 하는 통일은 제대로 된 통일도 아닐 뿐 아니라 민족의 힘을 약화시키게 마련이다. 오직 자체의 판단으로, 자체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자주의 정신만이 민족대단결에 힘을 불어넣는다. 

 

자주는 통일의 기준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방식의 통일, 다양한 단계의 통일이 있는데 어떤 방식과 단계를 통일이라고 할 것인가 기준을 세운다면 바로 자주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 자주가 실현된다면 그것이 곧 통일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자주는 통일의 본질이며 원동력이고 기준이다. 

 

(2) 민주

가. 민주는 자주와 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유리한 환경을 마련한다 

민주는 국민주권역량을 키울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자주와 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유리한 환경을 마련한다. 

미군정이 점령한 시기부터 미국이 조직하고 지원한 정치세력들이 집권한 시기까지 이 땅에서는 국민주권운동의 씨를 말리기 위한 폭압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화가 전진하면서 이런 폭압의 강도는 조금이라도 약화되었다.

군인이 총칼로 국민을 진압하던 시절도 끝났고, 최루탄과 백골단이 난무하던 시절도 끝났으며, 공안기관이 대놓고 고문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 수십 년 민주화투쟁을 통해 조금씩 바꿔낸 성과다. 물론 아직도 독재 악법과 독재기구들이 남아있지만 과거에 비해 국민주권역량을 키우는 데서 유리한 환경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 1987년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직격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피를 흘리는 이한열 열사, 결국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 1달 만에 영영 심장의 고동이 멈추었으며 이에 분노한 시민들의 투쟁으로 6월 항쟁이 일어나 전두환 독재정권을 몰아내게 되었다. 
▲ 1987년 연세대학교 백양로에서 직격 최루탄에 맞아 쓰러져 피를 흘리는 이한열 열사, 결국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 1달 만에 영영 심장의 고동이 멈추었으며 이에 분노한 시민들의 투쟁으로 6월 항쟁이 일어나 전두환 독재정권을 몰아내게 되었다. 

객관적 환경과 더불어 주관적 조건도 성장한다. 국민주권역량이 성장하려면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인식, ‘내가 이 나라의 주권을 쥐고 실현해야겠다’는 의식이 발전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국민 의식 발전을 촉발한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을 끌어내리면서 독재자에게 저항하면 안 된다는 봉건의식이 줄어들었고,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국민의 힘으로 정권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제는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국민은 생업에 매진하라’는 소리는 철지난 소리가 되었다. 너도 나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며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게 상식인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민주는 자주와 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나. 민주는 자주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를 만든다

민주화가 전진할수록 한국의 주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실체가 점점 드러난다. 4.19로 이승만을 끌어내리자 박정희 군부독재가 시작됐고, 부마항쟁으로 박정희를 끝장내자 전두환 군부독재가 등장했다. 독재자를 아무리 끌어내려도 다시 새로운 독재자가 등장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독재자 뒤의 검은 그림자를 눈치 챘다.

특히 5.18 광주항쟁은 군부독재를 조종하고 지원하는 미국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냈으며 반미 무풍지대였던 한국을 반미 열풍지대로 만들었다. 이처럼 민주는 국민이 자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부각시킨다. 

 

(3) 통일

가. 통일이 자주에 미치는 영향

통일은 자주를 가로막는 실체를 뚜렷하게 드러내준다. 남북관계가 발전하여 대화와 협상, 교류협력이 늘어날 때마다 미국이 나타나 방해를 하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도 한미워킹그룹을 만들어 자국의 ‘승인’ 없이 문재인 정부 단독으로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 국무부와 주한미대사는 대놓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반대하였고, 사실상 주한미군인 유엔사는 통일부장관의 비무장지대 방문까지 통제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을 바라는 국민은 분노의 화살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통일이 다가오면 미국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효과도 있다. 미국이 한국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은 주한미군에 있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주한미군이 필요 없어진다. 불필요한 주한미군을 굳이 지원금까지 주면서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세상 어느 나라도 외국군대의 영구주둔을 허용하고 지휘권을 넘겨주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그게 가능했다. 바로 분단 때문이다. 분단을 핑계로 주한미군이 주권을 초월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주한미군은 분단의 기생충이다. 이런 주한미군도 통일이 다가올수록 주둔 명분이 사라져 결국 철수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처럼 통일은 자주를 부각시키고 더욱 선명하게 해준다. 

 

나. 통일은 민주를 실현하는 데서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친미친일 독재세력이 그간 국민주권을 억압하면서 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분단 때문이다. 이들은 모든 문제를 분단을 핑계로 손쉽게 해결했다. 분단을 핑계로 국가보안법을 만들고 빨갱이 마녀사냥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었다.

분단을 핑계로 독재를 합리화하고 국민을 탄압하며 정적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런데 통일운동이 발전하면 이런 명분이 모두 사라진다.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북한이 쳐들어온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선거 때만 되면, 정권이 위기에 처하기만 하면 등장하던 북풍공작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일운동이 발전할수록 한국사회 정치지형도 바뀐다. 친미친일 독재세력의 기반인 반공반북체제가 약화되는 반면 진보민주개혁세력이 지향하는 민주, 평화, 번영이 대세가 되고 민심이 된다. 민심의 변화는 정치지형의 변화로 이어진다. 운동장을 역으로 기울어지게 만드는 게 바로 통일이다. 

 

4. 자주, 민주, 통일운동을 통일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국민주권운동은 자주·민주 운동이고 민족주권운동은 자주·통일 운동이다. 이렇게 보면 자주·민주·통일 운동에서 생명은 자주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를 가장 전면에 내걸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투쟁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진보운동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동시에 자주·민주·통일 운동을 통일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각 영역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국민주권과 민족주권을 전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어느 하나를 방치해도 안 되고, 어느 하나에만 매달려서도 안 된다.

자주를 전면에, 중심에 두면서도 당면하여 조성된 조건에 맞게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적절히 배합하여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자주·민주·통일 운동이 가장 빠르게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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