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윤미향 사퇴’ 노리는 조선일보, 요미우리의 짬짜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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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윤미향 사퇴’ 노리는 조선일보, 요미우리의 짬짜미 보도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5.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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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석연찮은 ‘요미우리 인용’‥.기사 삭제

한국과 일본의 최대 보수 일간지인 조선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의 사퇴를 겨눈 악성 표적보도가 총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다.

​한일 양국의 대표 보수언론이 특정한 국회의원 당선인을 같은 시기에 비판하는 보도 행태가 전례 없다는 점에서, 두 신문이 특정 의도로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유착 의혹이 제기된다.

​유착 의혹을 짚으려면 우선 총선 이전에 불거진 조선일보의 요미우리 인용 보도를 통해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

​조선일보-요미우리 의혹의 발단은 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4월 8일, 조선일보가 <일본이 경계하는 윤미향 후보>라는 제목으로 낸 기사였다. 이태동 조선일보 특파원은 요미우리를 인용, “한국인 위안부 지원 단체의 전 대표인 윤미향 후보가 총선에서 당선권 안에 있으며 그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하면 위안부 문제로 한국 정부에 대일 강경 자세를 더 강화하라고 촉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해당 기사는 보도가 나오고 <‘그가 국회 들어가면…’ 일본이 경계하는 與 비례당 후보‘라는 제목으로 바뀌더니 곧 삭제됐다. 이에 윤미향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가) 일본 언론 대변인 역할을 잘 해주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시간 뒤 기사 제목이 바뀌더니 다시 들어가 보니 기사가 지워졌다. 왜 기사를 삭제했을까”라고 의문을 전했다.

​현재,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는 그동안의 조선일보 보도 행태를 보건데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 오보 문제제기를 수없이 해도 기사 삭제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조선일보. 그런 조선일보가 이번만큼은 황급히 기사를 내렸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요미우리의 시각을 그대로 보도한 조선일보가 ‘요미우리 동조·친일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최대한 빨리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 윤미향 넘어 문재인 공격… 요미우리의 도 넘은 내정간섭

​한국에서 ‘윤미향 논란’이 불거지고 5월 들어 요미우리는 부쩍 조선일보 발 인용 보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요미우리는 “조선일보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윤미향 당선인의 부정의혹이 높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요미우리는 “정의연은 위안부문제에 관한 15년의 위안부합의는 위안부의 의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정하고, 이러한 주장을 받은 문재인 정권은 사실상 합의를 백지화하는 등 한국 정부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요미우리는 “정의연의 주장에 동조해온 문재인 대통령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부정한, 2015 한일위안부합의를 깬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몰아가는 보도 방식이다.

​요미우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윤 씨의 국회의원 임기는 30일에 시작되지만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9일 ‘당선인 자격을 박탈해야만 한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가 한국 보수 야당의 주장을 근거로 윤미향 당선인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종용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 같은 보도를 짚어보면 요미우리는 한국 보수의 대표 격인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의 주장을 논거로 윤미향 당선인 사퇴를 넘어, 최종적으로는 한일위안부합의 이행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를 무릎 꿇려 일제의 ‘위안부 범죄’를 역사에서 통째로 지우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요미우리가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을 한일위안부합의 무력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방해꾼’으로 보고 있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윤미향 당선인 사퇴를 저토록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요미우리의 보도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처럼 조선일보와 요미우리가 ‘윤미향 논란’을 둘러싸고 서로의 논거를 정당화-강화하는 창이 되어주고 있다는 점은 역력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보수를 대표하는 최대 신문이라는 간판을 단 두 신문이 과연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묻고 싶다.

◆ 조선일보와 요미우리의 주고받기 보도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전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금을 받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윤미향 전 이사장은 할머니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한다.”

​지난 24일 요미우리는 <‘정의연은 자신의 이익 추구’ 일본과 협상한 한국 전 고관>이라는 기사에서 이명박 정권 당시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을 인용해 위 같이 주장했다.

​ 문제의 기사는 앞서 19일 <천영우 "일본이 보상안 내자 윤미향 당혹, 정대협엔 사형선고 였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보도 뒤에 나왔다.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조선일보와 요미우리의 보도 흐름을 보면 마치 조선일보가 요미우리에게 ‘보도지침’을 제공해주고 있는 모양새다.

​천영우 전 수석의 시각은 한마디로 위안부 범죄라는 용서 못할 범죄를 ‘돈으로 합의하면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이야말로 수요시위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해온 ‘위안부 피해자’ 들의 존엄을 멸시하는 행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얄궂게도 ‘친일의 대명사’인 조선일보와 요미우리의 주고받기 보도는, 윤미향 당선인이 역사왜곡을 밀어붙여온 일본 극우세력과 맞붙어 제대로 싸워온 역사를 입증하고 있다.

진정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이 위로받으려면 위안부 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정과 사죄, 확고한 법적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과거 인정과 법적 토대에서야말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조선일보와 요미우리, 유독 윤미향 당선인을 겨눈 두 신문의 수상쩍은 보도는 국내 친일세력과 일본 극우세력의 이익이 일치하고 있음을 가리킬 뿐이다.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싸고 ‘아니면 말고 식’의 진흙탕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머잖아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 적극 활약할 윤미향 의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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