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79] 진보의 시각에서 본 21대 총선 성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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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79] 진보의 시각에서 본 21대 총선 성격①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5.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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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운동의 과제는 무엇이며 한국의 주권은 어디에 있는가

[주권연구소] 21대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진보진영에는 아직 총선 결과에 대한 혼란이 남아있다. 이에 진보의 시각에서 21대 총선의 성격을 깊이 있게 분석해보는 글을 준비하였다.

1. 진보운동의 과제

진보운동의 과제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1)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며, 역사의 주인이고, 진보운동의 주인이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다.

흔히 국가의 3요소로 국민, 영토, 주권을 꼽는다. 영토는 국민이 살 물질적 조건이며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오므로 결국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은 명백하다.

국민은 역사의 주인이다.

국민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은 국민의 뜻과 힘으로 역사가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뜻이다. 역사의 한 순간이나 일부만 놓고 보면 마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나 왕, 독재자와 같은 소수 권력자가 역사를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기나긴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찬란한 문명을 만들어 낸 것도 국민이며, 더 나은 사회제도를 만들어낸 것도 국민이다. 국민의 요구를 수렴한 권력자는 국민의 인정을 받고 오래 권력을 유지했지만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고 국민을 억압한 권력자 혹은 권력집단은 끝내 국민의 버림을 받고 멸망한다.

사회제도는 국민의 힘에 의해 국민의 요구를 더 반영하는 형태로 끊임없이 발전한다. 이를 통해 역사의 주인으로서 국민의 자리는 더욱 굳건해진다.

국민은 진보운동의 주인이다.

진보운동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운동이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국민이 더 많은 힘을 갖고, 국민이 더 많은 것을 누리며, 국민이 자기의 삶과 사회의 발전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즉, 진보운동은 국민을 위한 운동이다.

그런데 사회의 발전은 어떤 뛰어난 개인이나 대통령이 선사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힘으로 직접 사회를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 바로 소수 기득권 세력이다. 소수 기득권 세력은 자기 재산과 권력을 지키고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사회 발전을 반대한다. 이들과 싸워 이겨야 사회가 발전한다. 이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존재는 국민뿐이다. 따라서 진보운동은 국민이 직접 수행하는 운동이다.

(2) 진보운동의 1차 과제는 국민주권 실현

진보운동은 국민의 요구를 실현하는 운동이다. 국민의 요구는 정치, 경제, 문화, 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존재한다. 비리공직자를 처벌하라는 요구도 있을 수 있고,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는 요구도 있을 수 있고, 자연재해나 질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주권을 실현한다는 것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대외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으면 국민은 식민지 노예가 된다. 국민의 뜻이 국가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식민지 종주국의 요구가 관철된다. 노예를 위한 주인은 없다. 식민지 종주국은 식민지 노예를 위한 정책을 펴지 않는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의 자원을 약탈하고 노예를 착취할 뿐이다. 국민주권을 실현하려면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자주독립국가가 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대내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독재정권이 국민을 억압하고 소수 기득권 세력을 위해 국가를 운영한다면 국민은 독재정권의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는 국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독재자는 없다. 국민주권을 실현하려면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국가가 되어야 한다.

국민주권이 다른 모든 요구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주인으로서 권리가 모든 권리 가운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면 국가의 모든 힘, 즉 공권력과 국가의 모든 재부를 국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요구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비리공직자 처벌은 권력층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면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이 공권력을 통제한다면 제아무리 고위직에 있어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주택문제 역시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아닌 국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면 해결할 수 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면 국가정책을 국민의 이익에 맞게 만들 수 있다.

문화적 요구도 마찬가지다. 돈 되는 일에만 국가 예산을 집행하지 말고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도서관을 늘리고 양질의 도서를 널리 보급하는 일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면 많은 국민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국민을 위한 예산 분배를 하려면 국민이 예산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외국에서 수입하는 소고기에 대해 검역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야 하며, 외국군인이 검역절차도 없이 입국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하물며 외국군부대가 들어와 생화학전 실험실을 차려놓는 일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은 국민을 위해 대외적으로 국가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심지어 공공의료조차 국가주권의 문제로 귀결된다. 공공의료의 가장 큰 적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강요해 해외 영리의료법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려는 자들이다.

이처럼 국민주권이 가장 중요하며 이것이 실현되면 나머지 국민의 권리도 보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따라서 진보운동의 1차 과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주권 가운데 먼저 실현해야 하는 것은 대외적 측면의 주권이다. 국가의 주권이 다른 나라에 넘어간 식민지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는 일제 치하에서 조선총독부를 상대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요구해봐야 소용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자명하다.

 

2. 한국의 주권은 누가 가지고 있나

(1) 몇 가지 주목되는 현상

한국의 주권과 관련해 몇 가지 주목되는 현상을 살펴보자.

가. ‘승인’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등 여러 약속을 하였다. 약속을 그대로 이행만 하면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발전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의 대북제재였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서 한 약속을 지키려면 대북제재를 해제하거나 유예 혹은 무시해야만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후인 9월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하였는데 이는 대북제재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이었다. 10월 10일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5.24조치 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기자 질문에 말을 자르면서 “글쎄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승인 없이는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추가 질문에 거듭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도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한국의 주권을 완전히 짓뭉개버린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주권국가의 정부라면 당연히 해야 할 항의를 하지 않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사안은 한미 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한 뜻으로 한 말”이라고 포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받은 문재인 정부는 그 뒤로 대북제재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은 2018년 11월 20일 대북정책을 하나하나 ‘승인’하기 위한 한미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미국의 ‘승인’을 ‘공식적으로’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 대한민국의 국가주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 해리스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2019년 9월 23일,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회장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소속 여야 국회의원을 대사관저에 불렀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대사는 의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지 않고 주변 인물을 지목했고, 또 자기 의견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처럼 포장을 했지만 결국은 일개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에게 색깔론 시비를 건 황당한 발언을 한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한국의 주미대사가 미국 상원의원들을 불러모아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내통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어보나마나 추방이고 한국 외교부장관 사퇴에 대통령 공식 사과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 대사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로도 이런 내정간섭성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 의욕을 보이는 발언을 하자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해리스가 미국이 파견한 식민지 총독이냐며 반발했다.

실제로 해리스는 식민지 총독 행세를 하며 끊임없이 내정간섭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이는 해리스만 그런게 아니라 과거 주한미대사들도 대체로 보인 모습이다.

다. 비무장지대(DMZ)

2019년 6월 제9차 한국-독일 통일자문위원회에 참가한 독일 정부 대표단이 강원도 고성 GP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에 정경두 국방장관이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특별히 협조 요청까지 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비무장지대 출입을 불허했다. 국방장관 얼굴에 먹칠을 한 셈이다. 유엔사는 이름만 유엔을 사용할 뿐 유엔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미군이 운영하는 부대다.

그해 8월 9일에는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 했으나 역시 유엔사가 동행 취재진 방문을 불허하며 무산됐다. 한국의 장관이 한국인 마을을 방문하는데 미군이 가로막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유엔사의 비무장지대 통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그러자 유엔사는 2018년 이후 비무장지대 출입신청 가운데 93%를 승인해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일반인 출입은 허락하면서 장관 출입만 막았다는 말이 된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농락한 것이다.

지금껏 살펴본 사례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에 의해 대한민국 주권이 어떤 식으로 훼손되고 있는지 극히 일부를 들여다봤을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주권이 있는지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 정권의 시작과 끝에 있는 미국

가. 전두환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 즈음해 미국이 기밀문서 43건을 한국 정부에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 문서들은 대부분 이미 공개됐던 자료 가운데 삭제된 일부분을 포함한 수준이거나 정세 분석 문건이었다.

5.18 광주학살과 직접 관련된 문서는 3건에 불과했으며 특히 최대 쟁점인 발포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이에 미국 탐사전문기자 팀 셔록은 “광주와 직접 관련된, 그 날의 진실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들은 많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꿇은 전두환 대형상징물. © 자주시보
▲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꿇은 전두환 대형상징물. © 자주시보

40년이 지났음에도 미국이 숨겨야 할 만큼 미국은 5.18 광주학살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만 봐도 12.12 군사반란 직후인 1979년 12월 14일에 전두환은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대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주한미대사가 쿠데타 수괴를 만나는 것 자체가 쿠데타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전두환의 요청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대사라면 “당신들 내부 문제에 왜 우리를 끌어들이느냐.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답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또 자료를 보면 광주 학생 지도부가 글라이스틴 대사에게 중재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미국이 신군부 쿠데타를 인정하고 광주학살을 방조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이 만들어준 전두환 정권을 끝낸 것도 미국이다. 87년 6월 항쟁이 터지자 계엄령을 발표하고 군대를 투입해 진압하려는 전두환을 막고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도록 한 것이다.

제임스 릴리 당시 주한미대사의 회고록 『아시아 비망록』에 따르면 6월 19일 릴리 대사가 전두환을 찾아가 전달한 레이건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계엄령 선포와 군대 동원을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물론 미국의 이런 조치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친절한’ 선택은 아니었다. 6월 항쟁의 기세를 볼 때 군대를 투입해도 진압이 불가능하며 자칫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개량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미국이 정권의 시작과 끝을 통제한 건 전두환 정권만이 아니다.

나. 박정희

박정희의 경우를 보자.

5.16 쿠데타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덜레스는 1964년 5월 3일 영국 비비씨 방송에 출연해 “내가 재임 중에 CIA 해외활동으로서 가장 성공을 거둔 것은 5.16 쿠데타였다. (중략) 만약 미국이 무언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한국민은 공산주의자들의 선전에 현혹되어 남북통일을 요구하는 폭도들을 지원하였을지도 모른다”라고 하였다. 사실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가진 미국이 박정희의 쿠데타 병력 이동을 몰랐을 리 없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 역시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 김재규는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을 거듭 암시했다. 김재규는 암살 직전 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를 세 차례나 만났으며 암살 당일에도 만났다. 암살 며칠 전에는 로버트 브루스터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도 만났다.

암살 하루 전날 존 베시 미 육군참모총장은 한 강연에서 “(한미 관계에서) 가령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라고 하여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측 자료에는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의 심복이지만 미국의 말을 잘 알아듣는 특이한 인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1979년 11월 5일자 뉴욕타임스는 박정희 암살에 대한 보도를 하며 “죽인 것은 한국이지만 지시한 것은 미국이다”라고 하였다.

다. 이승만

이승만의 경우도 살펴보자.

이승만은 원래 미국이 키운 인물이며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철저한 친미인사였다. 1919년 9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은 윌슨 미 대통령에게 독립청원서를 보냈다가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대립, 끝내 탄핵까지 당했다. 당시 신채호 선생은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은 없는 나라를 팔아먹었다”라고 성토했다.

이승만은 1904년 겨울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에 건너가 1905년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입학한 후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단 5년 만에 받았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최단기간 세계 최고 학력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선교사와 기독교계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의 학위에 대해 진위 논란도 있는데 가짜 학위든 아니든 미국의 절대적인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는 “대학교 학부 성적이 뛰어나지 못했던 이승만이 어떻게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아무튼 해방 후에도 박사가 거의 없었던 한국에서 이승만은 대표적인 박사로 통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승만 대통령’보다 ‘이승만 박사’가 일반적 호칭이었을 정도다.

이처럼 유학생을 받아들여 친미 인사로 육성하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지금도 미국은 세계 각국과 여러 유학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친미 인사를 육성, 모국에 돌려보내 고위직에 오르도록 지원하고 친미 정책을 펴도록 유도한다.

해방이 되자 미국은 이승만을 미 전략사무국 문관 대령 자격으로 귀국시켰다. 미군정은 이승만의 입지를 마련해주기 위해 김구 등 당시 민족자주세력 유력인사들을 암살했다.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는 CIA 전신인 방첩대(CIC) 요원이었다. 또한 한국 CIC 정보장교 출신인 조지 릴리 소령이 1949년 6월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구 선생은 CIC 외국지도자 암살대상 1호였다. 이는 미 상원조사특별위원회 보고서인 「CIA 외국지도자 암살 계획」에도 나온다.

임시정부에서 탄핵을 당했을 정도로 지지기반이 없던 이승만을 위해 미군정은 조선총독부에서 일제를 위해 복무한 친일파를 재등용해 군부, 관료, 경제인사로 육성했다. 이승만 정권 전 기간 내각을 보면 전체 53명의 장관 가운데 미국, 영국 유학파(영어학교 출신 포함)가 25%, 일본 유학파는 32%를 차지한다.

해방 직후 서구 유학생 수가 극히 적었음을 감안하면 미국, 영국 유학파가 비정상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또 육군참모총장 8명 가운데 5명이 군사영어학교 출신이었다. 이렇게 미국은 이승만 체제의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이승만 하야에도 미국이 개입했다. 4.19 혁명이 발발하고 체제가 흔들리자 미국은 이승만을 끌어내려 일단 혁명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그래서 하야를 거부하는 이승만을 직접 설득하였다.

1960년 4월 26일 월터 매카나기 당시 주한미대사가 이승만을 만나 하야를 촉구하였다. 그리고 이승만을 하와이로 데려와 여생을 보장하였다. 4.19 혁명의 직접적 계기였던 3.15 부정선거를 지휘한 최인규 내무부장관이 사형을 당한 것과 비교된다. 미국은 자신들이 직접 키운 이승만을 마지막까지 거두어준 셈이다.

▲주한미대사 매카나기가 이승만과 담화하는 장면.
▲주한미대사 매카나기가 이승만과 담화하는 장면.

이처럼 이승만 정권의 뿌리는 미군정이다.

라. 미군정

해방 후 한국 땅에 들어선 첫 정부조직은 사실 미군정이다. 미군정의 출발은 1945년 9월 8일 미군 진주다. 맥아더 태평양방면 미 육군부대 총사령관은 한반도에 진주하기 전날인 9월 7일 포고령 제1호를 발표하였다. 여기서 미국은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라고 명시하였다. 미국이 한국을 ‘점령’한 것이다.

맥아더는 미국이 한국을 점령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후 ‘점령조항’으로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와 조선인민에 대한 정부의 모든 권한은 당분간 나의 관할을 받는다”, “모든 사람은 급속히 나의 모든 명령과 나의 권한하에 발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점령부대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혹은 공공의 안녕을 방해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여 전형적인 점령 정책을 폈다. 점령이란 주권을 강탈한다는 뜻이다. 군대가 어떤 지역의 국민이 가지고 있는 주권을 빼앗아 가져가고 복종을 강요하는 게 점령이다.

점령을 위해 들어온 군대를 점령군이라 한다. 점령군은 외부에서 주권을 강탈하기 위해 들어온 군대다. 반면 해방군은 국민주권을 실현해주기 위해 국민 스스로 혹은 외부 지지 세력이 만든 군대다. 당시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었다.

점령군에 저항하면 죽음뿐이다. 실제로 미군정은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한국인을 학살했다. 1946년 8월 화순, 1946년 10월 대구, 1948년 4월 제주에서 있었던 학살 등이 모두 이런 성격이다.

이처럼 해방 직후 한국의 주권은 미군정이 가져갔고 국민에게는 복종만 강요되었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출발이다. 그리고 미군정이 만들어준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 친미복종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3) 한국의 주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국의 주권은 미국에게 있다. 1945년 9월 8일 점령군을 자처하고 이 땅에 들어와 군정을 실시한 미국이 오늘날에는 ‘승인’ 정책으로 우리 주권을 통제하고 있다. 미군정 시절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그때도 저항하면 죽고 순종하면 살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도 미국의 ‘승인’을 요청하고 승인이 없으면 포기한다. 저항 대신 순종을 선택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보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임시정부가 아닌 미군정에 있다.

만약 임시정부에 정통성이 있다면 임시정부에서 탄핵된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을 할 수도 없으며, 임시정부의 적이었던 친일파가 초대 정부의 근간을 이뤄서도 안 된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다면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호적에서 파내야 한다.

박정희 같은 친일파들을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 군에서도 백선엽, 김창룡 등 친일파들의 계급장과 훈장을 모두 박탈해야 한다.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했지만 고작 정직 1개월 징계만 받은 이정호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센터장 같은 인물을 정부기관에서 완전히 퇴출하고 표창도 박탈해야 한다. 조선일보같은 친일언론들도 모두 폐간시켜야 한다. 최근 애국가를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애국가조차 친일파가 만들었으니 더 이야기할 것도 없다.

이런 친일 잔재가 하나도 청산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임시정부에 있지 않고 미군정과 친일파에 있기 때문이다. 이게 현실이다. 미국이 한국 주권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진보는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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