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소리] 검찰의 마술사 수준 언론질에 통탄한 한만호의 '읍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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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소리] 검찰의 마술사 수준 언론질에 통탄한 한만호의 '읍혈록'
  • 서울의소리 정현숙
  • 승인 2020.05.1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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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희 "한명숙 사건 역사의 법정이 아닌 현실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입증해야 그것이 정의다"

문성근 "용서할수 없는 범죄...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진실을 밝혀야"

뉴스타파 보도 화면
뉴스타파 보도 화면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을 입수한 뉴스타파와 MBC가 공동취재해 14일 공개했다.

한만호 비망록으로 검찰이 타깃으로 삼은 인물을 어떤 정치적인 수사기법으로 그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지 낱낱이 드러났다. 한 대표는 증언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검찰이 약속을 어기고 언론질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2010년 4월 초부터 한만호 대표가 한명숙 사건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후보였다.

한 대표는 검찰로부터 진술을 언론에 흘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그냥 진술이 아니라 '만들어진 진술'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0년 4월 13일 동아일보는 [2007년 3, 4, 8월 세 차례 한 전 총리 집 찾아 9억 전달]이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실었다. 한만호 대표가 검찰에서 실토했다는 내용은 고스란히 제목이 됐다. 다음 날 문화일보는 [한 전 총리에게 건낸 9억 원 중 일부를 달러화로 환전해 전달했다]고 한술 더 떴다.

한만호 대표는 비망록에서 자신의 '만들어진 진술'을 검찰이 언론에는 흘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기고 서울 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소위 '언론질'을 했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4월 1일부터 지방선거 전날인 6월 1일까지 한명숙 사건 보도는 7백 건이 넘게 쏟아졌다.

그는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마술사' 수준"이라며 "검찰은 선거 전에 계속 지지율과 여론조사 결과 분석하며 증인의 허위 진술 내용을 '언론질'해 댔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20% 이상 차이가 나오자 '사장님 서울시장 선거 하나마나 아닙니까' 하며 웃으며 흐뭇해했다"라고 비망록 142쪽, 1038쪽에서 밝혔다.

한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당시 상황에 대해 "서울시장 선거 시작 전에는 특수부 검찰은 막 전쟁터 같았다"라며 "서둘렀다. 연일 소환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다. 이방 저방에서 조사받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라고 썼다.

선거는 0.6%포인트 간발의 차이로 한명숙 후보가 패하고 오세훈 후보의 당선으로 결정 났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두고 한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왜곡되고 검찰이 언론을 통해 무차별 이미지 훼손 기사가 나올 때마다 죄책감으로 가슴 속에 선혈이 터져 나올듯한 고통으로 죄책감을 느꼈다"라고 털어놓았다.

자책감을 이기지 못한 듯 한만호 대표는 6개월 뒤인 2010년 12월 20일, "돈을 준 사실이 없다"라고 증언을 번복한다. 결국 진술을 바꾼 뒤 혹독한 '언론질'의 대상은 한만호 자신이 된다. 2011년 1월 5일, 동아일보는 "한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고 말을 바꿨다. 검찰이 위증교사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는 검찰발 기사를 보도한다.

한 대표는 "밖에서 조중동이나 일부 언론이 권력의 나팔수라 해서 과장된 말이려니 했는데 제가 직접 당해보니 조금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었다"라며 재판 방청을 나온 기자들에게 직접 호소해 보려 한 듯 이런 글도 남겼다.

그는 비망록 52쪽에서 "뒤에 계신 기자님들께 말씀 올린다"라며 "검찰의 발표를 무조건 기사화하시면 당사자들의 피해가 너무 가혹하다"라고 호소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영화배우 문성근 씨는 이날 보도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며 "한명숙 사건 결정적 증언자 한만호 씨 비망록 입수!"라고 적었다.

한편 한명숙 사건에서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방송인 김어준 씨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판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때 말도 안 되는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가 정형식 판사”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역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으로 풀어준 판사”라고 강조했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나는 무죄다.''

남영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은 과거 한명숙 전 총리가 수감되기 전 서울 구치소 앞에서 한 이 발언을 "지금도 이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라고 상기시키고는 한만호 대표가 남긴 비망록은 심중의 한을 기록한 '읍혈록'이라 부르는 게 더 합당할 듯하다고 조목조목 이 사건을 따졌다.

읍혈록은 정조의 생모이고 사도세자의 빈이었던 혜경궁 홍씨가 남편을 먼저 보낸 궁중 생활의 통한을 기록한 자전적 회고록 '한중록'의 이칭으로 읍혈(泣血)은 어버이의 상을 당한 자식이 피를 토하듯 슬피 운다는 뜻이다. 한만호 대표의 비망록을 남 위원이 여기 빗대어 통한의 기록을 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에서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에서 전직 총리로서 '더이상 정치하지 마십시오'라며 울먹이던 한명숙 총리는 그해부터 검찰의 마수에 걸려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맨 처음 검찰의 증거조작은 실패로 끝났지만, 검찰은 끝끝내 한신건영 한만호라는 사람을 협박하고 회유하여 뇌물 사건을 만들었다"라며 "1심의 무죄가 2심에서 유죄가 되었고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상고를 기각해 형을 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남 위원은 "어제 MBC와 KBS에 모두 보도되었으니 보신 분들이 많을 거"라며 "어제 방송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검찰들은 2010년 서울시장선거에서 공을 세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권력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아서 긴 것인지 권력의 요구로 그런 사건을 만든 것인지 다시 들춰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뇌물죄인 한명숙을 만든 한만호 씨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또다시 2년을 더 복역하고 출소한 후 사망했다고 한다"라며 "그가 남긴 비망록은 심중의 한을 기록한 '읍혈록'이라 부르는 게 더 합당할 듯하다"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초밥을 먹으면서 마치 한 총리의 살점을 먹는 것 같아 밤새 복통과 설사를 했다는 기록에서는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라며 "검찰 앞에서 발가벗겨진 나약한 수형자는 인간성마저 철저히 파괴되었다. 그때는 원망했지만, 비망록을 보고 나니 그의 처지도 이해가 된다"라고 심경을 피력했다.

또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은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라며 "우리 사회가 그동안 통제 안 되는 검찰을 키워온 댓가다. 이제 공수처 설치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 사건도 당연히 공수처 제1호 사건으로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조작수사와 판결을 한 사법적폐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조작수사와 판결을 한 사법적폐들

남 위원은 "잡아서 역사의 법정이 아닌 현실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입증해야 한다"라며 "그것이 정의"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저도 이 일에 보탬에 되는 일이라면 삭발을 하고서라도 나서겠다"라며 "이것은 복수가 아니라 정의이고, 정의를 세우지 않으면 다음 사건의 피해자는 저와 여러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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