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77] 북한 지도부의 건강이상설, 무엇을 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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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77] 북한 지도부의 건강이상설, 무엇을 노렸나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5.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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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름간의 대소동

​4월 15일 한국 국민의 최대 이슈였던 총선이 끝나고 총선 결과에 대한 분석과 해석이 분분하던 시점에 갑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한국은 물론 세계 언론이 이 문제로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건강이상설을 처음 제기한 건 4월 20일 데일리NK였다. 북한의 태양절이던 4월 15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언론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유로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한 것이다. 원래 데일리NK는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를 주로 생산하는 악명 높은 언론이다.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미국의 CNN이 이 보도를 인용 보도하면서 갑자기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거기에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인 태영호가 관련 내용을 확신성 있게 주장하면서 언론은 건강이상설을 기정사실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온갖 공상, 판타지 소설이 등장하였다. 정부는 특이동향이 없다면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였지만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보도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한국시간) 관련 상황을 “모른다”고 하면서 한 발 뺐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에도 언론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다음날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 의료팀이 북한에 들어갔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한국시간)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알지만 말할 수 없다면서 기존의 입장을 바꿔 ‘건강이상설’에 무게를 실었다. 급기야 5월 1일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인 지성호의 ‘99% 확신’ 발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다음날 북한 노동신문에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등장하면서 지성호를 비롯한 자칭 전문가들과 다수 언론들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2. 실전이 임박한 상황이었나

​이번 사건이 일부 언론과 탈북자들의 단순한 몸값 올리기 차원에서 일어난 것일까? 같은 시기 북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면 좀 더 심각한 일들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건강이상설이 나오기 직전인 4월 19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브리핑 도중 뜬금없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최근 좋은 편지를 받았다”라고 지나가듯 언급했다.

그리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들을 시험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 그게 특이동향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지금 우리는 북한과 잘하고 있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북미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북한의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 담화를 통해 “최근 우리 최고지도부는 미국 대통령에게 그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또한 “조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는 결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며 더욱이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되면 안 될 것”이라면서 경고를 보냈다.

​북한의 반박에 대해 미국이 침묵을 지키면서 ‘편지 미스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으로 정리됐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여기는 나라이기에 함부로 거짓말을 하면 곧바로 반격을 당하리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외교 관계자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하루 만에 망신을 당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뭔가 미국 입장에서 북미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 북미관계가 아주 좋은 상황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절박한 이유 말이다.

​한 달 정도 더 거슬러 오르면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서 친서를 보낸 일이 있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월 22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친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북미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하고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협조할 의향도 있었다고 하였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실제 협력할 일이 있다기보다는 북미 접촉의 계기 정도로 활용하는 듯하다. 따라서 친서의 핵심은 북미관계와 관련한 미국의 구상이다.

​지금 북미관계는 미국이 대통령 친서를 보내면서까지 북미관계 구상을 밝혀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어기고 북한에 강요를 하거나 제재와 압박을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12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며 2019년 12월 31일이 레드라인임을 못 박았다.

​그리고 2019년 12월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새로운 길’ 진입을 사실상 선언했다. 올해 신년사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전원회의 보고는 올해 신년사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세 가지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첫째는 새로운 전략무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에서 구상하던 전망적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우리의 수중에 하나씩 쥐여지게 된” 성과를 언급하였고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드는 것이 우리 당 국방건설의 중핵적인 구상이고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하였다. 또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둘째는 파상적인 공세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심대하고도 혹심한 불안과 공포의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며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하였다.

​셋째는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하였다.

​올 들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를 연속으로 보여주며 압박의 강도를 점점 끌어올렸다. 3월에만 2일, 9일, 21일, 29일 등 네 차례에 각각 수 발의 단거리 미사일 혹은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였다. 4월 14일에도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하였다.

​문제는 북한이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최대한 무력시위를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패배하는 게 향후 남북관계의 발전 가능성을 놓고 볼 때 유리하기 때문에 되도록 총선 전까지 무력시위를 자제하지 않았을까 예상할 수 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총선 이후 북한의 무력시위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전원회의 보고에서 선언한 것처럼 ‘새로운 전략무기’를 통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미국이 ‘불안과 공포’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경두 국방장관은 4월 24일 국군의무학교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총선 직후 북한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발언했다. 특히 “북한 포병 위주의 전투준비태세 점검활동과 북한 공군기의 비행활동이 이례적으로 증가”되고 있다며 “북한이 계속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은 현 상황을 준 전시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지만 준 전시상황으로 인식될 만큼 북한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이런 배경에서 북한에 날아갔다. 친서를 보내기 전에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담겼다는 북미관계 구상은 아마도 북한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할 테니 미국 대선 전까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것 아니었을까 싶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다는 북한의 요구는 괌에 배치된 전략폭격기를 철수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4월 16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한 B-52H 전략폭격기 5대를 미 본토로 귀환시켰다.

미 군사전문지 ‘성조’는 “미국 공군은 2004년 이후 순환 배치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 지속해서 폭격기 주둔을 유지해오던 오랜 관행을 종식했다”라고 하였고 미국 전략사령부는 “전략폭격기는 미국에 영구 주둔한다”라고 하였다. 일시적 귀환이 아닌 영구 철수인 것이다. 합참 차장을 지낸 신원식 국회의원 당선자는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전력의 상당한 후퇴로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전략폭격기.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전략폭격기.

원래 미국은 괌에 전략폭격기들을 순환 배치하였다. 예를 들어 2016년 B-52를 대신해 B-1B 폭격기가 배치됐고, 2018년에는 B-1B를 대신해 B-52H가 다시 배치됐다. 이번에도 B-52H 대신 B-1B가 보름쯤 후에 배치됐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번에는 순환 배치라고 하지 않고 영구 철수라고 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국방전략에 기초한 전력운용 개념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국방전략의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번에 배치된 B-1B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국 본토로 영구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대북억제, 즉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이 오히려 북한 때문에 철수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애초에 괌 미군기지는 동아시아 전체를 작전구역으로 한다. 여기서 미국의 핵심 대상은 당연히 중국과 극동 러시아일 것으로 흔히 생각한다. 따라서 국방부가 입장을 낸다면 “이번 조치가 중국 혹은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야 한다.

​특히 최근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다시 군사적 대결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중순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LHA-6)가 남중국해에서 작전에 들어갔다. 아메리카함에는 미군 최신 스텔스전투기 F-35B를 최대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다.

4월 28일에는 미 구축함 배리(DDG-52)가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가 중국 해군, 공군의 경고를 받고 퇴각했다. 미국은 다음날에도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을 남중국해에 투입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군함을 투입해 무력시위하는 작전을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 부른다. 또 4월 30일에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를 남중국해 상공에 출격시켰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임에도 미 국방부가 중국이 아닌 북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는 북한 때문에 철수한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놀라서 전략무기를 철수해야만 하는 미군의 심리는 분노와 좌절로 가득 차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반전시킬 보복작전에 매달리게 된다. 물론 전면전이나 국지전을 감행할 수 없는 미국 입장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참수작전’이다. 이란의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테러로 살해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적하기 위해 정보 제공자, 정찰기, 기타 감시 기법 등 고도의 기밀 정보를 총동원했다고 밝혔다. 실제 테러에는 무인기인 MQ-9 리퍼 드론을 이용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방을 추적하기 위해 정보원 정보(HUMINT, 휴민트), 신호정보(SIGINT, 시긴트), 영상정보(IMINT, 이민트) 등을 총동원했을 것이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한반도 상공에 미국의 정찰기가 부쩍 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심지어 2월 20일에는 하루에만 5대의 미군 정찰기가 포착돼 관계자들 사이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냐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찰기 종류도 RC-135W 리벳조인트, E-8C 조인트스타즈, U-2 드래곤레이디, RC-12X 가드레일, EO-5C 크레이지호크, EP-3E, 글로벌호크 등 다양하며 공군, 육군, 해군 등 소속도 제각각이다. 다양한 종류의 정찰기가 동원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에 대한 다양한 종류(영상, 음성, 전파신호 등)의 정보를 파악하려고 시도했다는 증거다.

​김정은 위원장이 4월 15일, 4월 25일 등 북한의 주요 기념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유추해볼 수 있다. 미 육·해·공군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연례행사에 참석하면 ‘참수작전’에 고스란히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미군 특수부대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 북한의 주요 기념일이 ‘참수작전’에 가장 적합한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정리해보자. 북한은 미국이 연말 시한을 넘겼기에 ‘새로운 길’을 선언하고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군사적 압박에 들어갔다. 이에 미국은 아부성 친서를 보내 시간을 달라고 빌고 괌에서 전략폭격기를 철수시키는 굴욕을 겪었다.

어떻게든 북한을 꺾어보려는 미군은 김정은 위원장의 위치를 추적하는데 집중했다. 기습작전을 위해서는 북미 관계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여야하기 때문에 편지를 받았다는 거짓말까지 하게 됐다. 그러나 4월 15일을 전후로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미국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물론 이런 분석을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고 여길 수도 있다. 북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가 있기는 하지만 설마 이런 사실상의 전쟁 행위까지 나아가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수교를 맺기 전까지는 법적으로 엄연히 전쟁 상태다. 전쟁에서 설마 하는 안일함은 패배와 죽음으로 직결한다.

게다가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노리에가)을 기소하고는 그 나라(파나마)에 쳐들어가 체포하는 만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나라다. 전쟁 상태도 아닌 국가(이란)의 군부대 사령관(솔레이마니)을 제3국에서 테러로 살해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가 점잖게 협상하고 정정당당히 경쟁해 승부를 겨루려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3. 보수적폐의 입지 만회

​이번 사건이 총선 직후에 벌어지다보니 보수적폐세력에게는 총선 참패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우선 총선 참패로 대혼란에 빠진 미래통합당 내부의 부끄러운 모습을 어느 정도 숨길 수 있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후 보름이 지나도록 비대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는 한심한 상황이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참패의 공범이라 할 김종인밖에 기댈 사람이 없다며 비대위원장에 세우려다 당 내부에서 논란만 가열됐다.

사태를 겨우 수습하고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결정했으나 정작 김종인이 전권을 달라며 비대위원장을 거부하는 황당한 일이 빚어졌다. 당 내에서는 ‘답이 없다.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기간에 북한 이슈가 언론을 뒤덮으면서 미래통합당의 치부가 집중 부각되지 않았다. 또한 전통 반북보수 지지층을 끌어 모을 계기도 되었다.

​보수적폐세력은 분단에 기생해 권력을 누려온 세력이다. 총선 참패로 자기들 세상이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북한 지도부의 ‘건강이상설’이 나오면서 혹시라도 북한이 붕괴하지는 않을지 기대를 모은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 체제와 북한 지도자에 대한 온갖 비방중상과 소설쓰기에 매달렸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보수적폐세력은 ‘북한 악마화’와 ‘북한 붕괴론’ 없이는 생존이 힘든 집단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적폐언론이 허언증에 걸린 마냥 거짓말을 쏟아내며 정국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음에도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거꾸로 19%까지 떨어졌다. 보수적폐세력은 아무리 봐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보수적폐세력은 정부여당이 총선 압승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사태를 활용하였다.

​실제 가능성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총선 압승에 힘입어 남북관계 발전에 일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건강이상설’로 한국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서 남북관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보수적폐세력은 북한 사회가 매우 불안정한 것처럼 떠들며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번 사태에 앞장선 것은 보수적폐언론이었다. 앞으로 이들이 무슨 짓을 벌일지는 2017년 대선 패배 후, 2018년 지방선거 패배 후 보여준 모습에서 유추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온갖 음해모략보도로 북한을 악마화하기, 자연재해나 사건사고를 최대한 부각해 사회 혼란을 유도하기, 경제위기를 무기로 정부여당 공격하기, 정부여당인사가 연루된 범죄 조작하기 등이 예상된다.

​물론 적폐언론이 무작정 가짜뉴스만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얼마나 보도하느냐 만으로도 충분히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은 지난 1주일 사이에 1175건(네이버 뉴스 검색 기준)이나 보도됐지만 윤석열 장모사건은 지난 1달 동안 고작 514건밖에 보도되지 않았다.

​언론적폐청산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4. 유인전

​이번 사태 전반의 과정에서 북한도 꾀한 것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과거 북미대결 과정에서도 미국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함정에 빠트리거나 소득을 올린 일이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게 1998년 금창리 사건이다.

이번 사태를 북한 입장에서 보면 ‘유인전’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정보역량을 동원하였을 것이다. 미국 내 정보원들이 모두 움직이고 각종 정찰기와 지상 도청기지, 인공위성, 컴퓨터 바이러스와 해킹 등 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등장했을 것이다.

​북한 정보당국은 미리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가 미국의 정보역량을 속속들이 파악했을 것이다. 미국의 총체적 정보능력을 파악한 것이다. 이는 실제 전쟁에서 1순위로 필요한 것이다. 북한이 나름 중요한 성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

​***

​이번 과정에서 태영호, 지성호 등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의 다른 국회의원에 비해 크게 유명하지도 않고 주목할 만한 실적도 없었다. 당 내에서도 입지가 좁고 심지어 공천 반대 목소리도 있었을 정도로 인정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과 같은 행보를 걸으며 입지를 닦았다. 여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보며 당 내에서도 두 명의 ‘가치’를 인정했을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들통 나 거센 비난을 받고 있지만 보수적폐세력 입장에서는 과거에도 종종 겪어왔던 일이라 시간이 흐르고 나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작고한 해외 통일운동가가 생전에 “북에서 얘기하기를 탈북자들이 이남 사회 각계에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측면에서 유의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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