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강대국과 ‘어깨 나란히’…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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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강대국과 ‘어깨 나란히’…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란?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2.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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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공개할 새로운 전략무기

​지난 연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 지난 2017년 미국 전역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표한 북한이 새롭게 선보일 전략무기란 무엇일까?

​이야기를 본격 시작하기 전에 전략무기란 무엇이며 어떤 국가들이 전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부터 잠깐 살펴보자. 전략무기는 비대칭무기 또는 슈퍼(SUPER)무기라고도 불린다. 총, 포 등 기존의 재래식 무기와는 차원이 다른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대양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다른 국가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은 전략무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도 전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무력을 인정했다. 2019년 7월 11일 주한미군이 공개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 보고서에서 북한의 군사력을 미국·중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평가했다. 북한의 ICBM 공개 이후, 미국이 위협할만한 미사일 기술을 갖춘 적국으로서 북한을 평가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인정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미·중·러 등 세계 강대국들과 버금간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거부하면서 북미협상이 멈춰선 가운데 올해 북한이 미국에 대한 정면돌파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전원회의를 통해 “당에서 구상하던 전망적인 전략무기체계들이 우리의 수중에 하나씩 쥐여지게 (되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과학기술의 선진국들에서만 보유한 첨단무기체계들을 개발하는 방대하고도 복잡한 이 사업은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혁신적인 해결책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우리스스로 찾을 것을 전제로 하였으며 이 모든 연구과제들은 주체적 역량 즉 우리의 믿음직한 과학자, 설계가, 군수노동계급에 의해 완벽하게 수행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 중에서

북한이 공개할 ‘선진국 수준의 첨단무기체계’란 또 무엇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현재로선 북한이 다탄두 탄도미사일, 핵탄두 탑재 장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주로 핵무기를 탑재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공개하리라는 추론이 오르내린다.

다른 국가들의 전략무기들을 통해 북한이 앞으로 내놓을 무기들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전략무기 개발에 힘써왔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전략무기로는 미국의 ICBM 미니트맨3, SLBM 트라이던트-Ⅱ 등이 있다. 다만 미니트맨3, 트라이던트-Ⅱ 등은 1960~70년대에 배치돼 노후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국은 대신 북한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를 경계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SM-3 지대공미사일 등을 바탕으로 한 MD(미사일방어체계)전략을 강조해왔다. 전략무기의 개발과 운용 측면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밀리는 ‘후발주자’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살펴보자면 북한과 밀접하며(동맹 수준의 협력 강화) 목표도 같은(미국을 겨눈) 러시아, 중국의 사례를 가늠해보는 길도 있다.

◆ ‘선발주자’ 러시아와 중국의 최첨단 전략무기

​러시아는 2018년 연초 이른바 슈퍼(SUPER)무기 6종을 공개했다. ▲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 ICBM RS-24 '아방가르드(Avangard) ▲ 핵탄두 탑재 대륙간 수중 드론 ‘포세이돈’ ▲ ICBM RS-28 '사르밋' ▲ 킨잘(Kinzhal) 공대지, 공대함 미사일 ▲ 레이저 무기 순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직접 “아방가르드 제작은 1957년 소련의 첫 인공위성(스프투니크 1호) 발사와 유사한 기술적 돌파구”라고 발표했다. 미국이 소련에 밀려 2번째로 인공위성을 제작한 과거를 상기시키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놓고 경고를 날린 셈이다.

​위 6가지 무기 가운데 러시아는 지난해 “마하 27의 초음속(음속의 27배)”으로 알려진 아방가르드를 실전배치 했다. 수년 전부터 첨단 전략무기를 선전하던 러시아가 그 위력을 비로소 대외에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여전히 다른 5가지 무기들의 성능, 구체적 정보는 베일에 싸여있다. 다만 러시아 측이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해상, 상공에서 불쑥 나타나 다양한 전술로 상대국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운용됨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건국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열병식을 전개한 중국은 “지구상 모든 목표 타격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41을 실전 배치했다고 선언했다. 둥펑-41의 속도는 최대 마하 25(시속 3만60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중국은 지난 연말 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핵탄두 탑재 신형 SLBM 쥐랑-3(巨浪·JL-3)을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첨단 전략무기의 초점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SLBM에 맞춰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장소와 상관없이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고, SLBM 역시 핵탄두를 실은 잠수함이 은밀히 해상으로 이동해 어디서든 어디로든 발사 가능하다는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여기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자랑하는 MD체계를 송두리째 무력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미사일방어망으로는 두 국가가 쏘아 올리는 전략무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북한이 공개할 새로운 전략무기는 러시아·중국이 공개한 전략무기의 범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유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했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단거리임에도 발사 고도는 약 48km, 비행거리는 400여km, 최대속도는 마하 6.1(음속의 6.1배)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이를 목격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의 아방가르드에 버금가는 수준의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이 공개할 새로운 전략무기가 미국을 겨눈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전산망과 사회 인프라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는 슈퍼 EMP(전자기펄스)탄도 향후 북한이 공개할 법한 전략무기로 꼽힌다. 지난 2017년 7월 미 의회의 ‘핵 EMP 공격 시나리오와 복합무기 사이버 전쟁’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는 북한, 러시아, 중국 등이 EMP탄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라면서 북·중·러 3국의 전략무기에 무척 큰 경계심을 드러냈다.

◆ 미국 견제하는 전략미사일

​북한이 전략무기를 활용하면서 미국은 이도 저도 못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런 점은 미국이 2~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례적으로’ 미 본토 캘리포니아로 넘어가 하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단순히 전쟁훈련 장소를 옮긴다고 해봤자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 북미대결의 판도를 뒤흔든 게임 체인저=전략무기가 등장한 이상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뾰족한 수가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이 필연적인 수순으로 보이는 이유다.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이행해 평화정책으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전략무기 발사도 없을 것이고, ICBM이 언제 날아올지 몰라 벌벌 떠는 공포 상황도 해소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미국은 날이 갈수록 더한 궁지에 빠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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